소의경전(所依經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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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所依)란 ‘의지할 바 대상’을 말하며, 소의경전 (所依經典)은 소의본경(所依本經)이라고도 하며 개인이나 종파에서 신행(信行)·교의(敎義)상 의거하는 근본 경전을 뜻합니다.

소의경전은 불교에만 있는 개념으로 다른 종교는 대부분 1개의 성전을 가지고 있으나 불교는 8만 4천의 방대한 경전을 가지고 있고, 이 다양한 경전들은 다양한 근기(根機)의 중생들이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다양한 길을 가르치고 있으므로, 자신들 근기에 맞는 경전을 중시하는 체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한불교 총화종의 소의경전은 화엄경과 반야경입니다.

화엄경은 부처님이 성도한 깨달음의 내용을 그대로 표명하고 있는 경전입니다.

대승경전 중에서도 교학적·사상적으로 불교의 핵심을 가장 깊게 담고 있습니다.

대방광불화엄경의 약칭으로 각 장이 독립된 경전으로 되어 있던 것을 4세기경에 집대성했습니다. 한역에는 6본이 있으나 지금은 3본만 전해 오고 있다. 60화엄, 80화엄, 40화엄이 그것 입니다.60화엄은 418∼420년에 중국 동진의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 覺賢)가,80화엄은 695∼699년에 당나라 차난타(實叉難陀)가, 40화엄은 795∼798년에 당나라 반야(般若)가 각각 번역했습니다. 이 중 40화엄은 60화엄과 80화엄속에 있는 마지막 장인 <입법계품>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60화엄과 80화엄이 한역의 완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60화엄은 7처 8회 34장, 80화엄은 7처 9회 3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처(處)와 회(會)란 경을 설한 장소와 모임의 횟수를 뜻합니다. 60화엄에 따르면 제1적멸도량회는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의 주위에서 많은 보살들이 부처님의 덕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때 부처님은 이 경의 교주인 비로자나불과 한 몸이 되어 있습니다. 제2보광법당회에서는 부처님이 사자좌에 앉아 있고 문수보살이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를 설합니다. 또 10보살이 10종의 깊은 법을 설합니다. 제3도리천회·제4야마천궁회·제5도솔천궁회·제6타화자재천궁회는 설법의 장소가 천상으로 각각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를 뜻하는 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에 대해 설해지고 있습니다.

제7회는 다시 지상의 보광법당회로 지금까지의 설법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제8서다림회(기원정사)는 <입법계품>으로 선재동자가 보살에서 외도에 이르기까지 53선지식을 찾아 구도하는 과정을 묘사하여 정진이 곧 불교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가 만나는 선지식 중에는 보살만이 아니라 비구(니)·소년·소녀·의 사·장자·바라문·창녀 등 가지가지의 직업과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이는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보리심의 유무가 문제라는 대승불교의 수도(修道)의 이상(理想)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법화경의 천태사상과 함께 대승교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음은 반야심경 원본전문과 한글 번역본과 화엄경번역본입니다.

컴퓨터에는 없는 한자가 더러 있어 그자리는”?”로 대신했으며 오자(誤字)을 확인한다고 하였으나 혹 남아 있어 이글을 읽는 불자님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자(誤字)나 내용상의 문제가 있는 부분은 ‘쓴소리단소리’에 글을 남겨주시면 시정하겠습니다.

화엄경의 범명은 Buddh avatamsaka-mah a vaipulya-sutra 이며 이를 번역하여 '대방광불화엄경'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보통 줄여서 화엄경(華嚴經)이라 하고 범어로도 흔히 Avatamsaka sutra 라 합니다.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보현행원품의 갖춘 이름은 [대방광불 화엄경 입부사의 해탈경계 보현행원품] 입니다.)


그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수승하신 공덕을 찬탄하고 나서 모든 보살과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여래의 공덕은 가사 시방에 계시는 일체 모든 부처님께서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겁을 지내면서 계속하여 말씀하시더라도 다 말씀하지 못하느니라. 만약 이러한 공덕문을 성취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열 가지 넓고 큰 행원을 닦아야 하나니 열 가지라 함은 무엇인가.
첫째는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이요,
셋째는 널리 공양하는 것이요,
넷째는 업장을 참회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남이 짓는 공덕을 기뻐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부처님께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는 것이요,
아홉째는 항상 중생을 수순하는 것이요,
열째는 지은 바 모든 공덕을 널리 회향하는 것이니라."

선재동자가 사뢰어 여쭙되

"대성이 시여, 어떻게 예배하고 공경하오며, 어떻게 회향 하오리까."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불찰 극미진수 모든 부처님을 내가 보현행원의 원력으로 눈앞에 대하듯 깊은 믿음을 내어서 청정한 몸과 말과 뜻을 다하여 항상 예배하고 공경하되 낱낱 부처님 계신 곳마다 불가설불가설 극미진수의 몸을 나투고 낱 낱의 몸으로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 부처님께 두루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이니 허공계가 다하면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하려니와 허공계가 다할 수 없으므로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함이 없느니라. 이와같이 하여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하려니와 중생계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예배하고 공경함도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여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부처님을 찬탄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세계에 있는 극미진의 그 낱낱 미진 속마다 일체 세계 극미진수 부처님이 계시고 그 낱낱 부처님 계신 곳마다 한량없는 보살들이 둘러 계심에 내 마땅히 깊고 수승한 알음알이의 분명한 지견으로 각각 변재천녀의 혀보다 나은 미묘한 혀를 내며 낱낱 혀보다 한량없는 음성을 내며 낱낱 음성마다 한량없는 온갖 말을 내어서 일체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을 찬탄하여 미래세가 다하도록 계속하여 끊이지 아니하되 끝없는 법계에 두루하는 것이니라.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찬탄도 다하려니와 허공계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이 찬탄도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상속하여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널리 공양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불찰 극미진마다 각각 일체세계 극미진수의 부처님이 계시고 낱낱 부처님 계신 곳마다 한량없는 보살들이 둘러 계심에 내가 보현행원의 원력으로 깊고 깊은 믿음과 분명한 지견을 일으켜 여러 가지 으뜸가는 묘한 공양구로 공양하되 이른바 화운이며 만운이며 천음악운이며 천산개운이며 천의 복운이며 가지가지 하늘의 향인 도향이며 소향이며 말향이며 이와 같은 많은 공양구가 각각 수미산만하며 또한 여러 가지 등을 켜되 소등이며 유등이며 여러 가지 향유등이며 이와 같은 등의 낱낱 심지는 수미산 같고 기름은 큰 바닷물 같으니
이러한 여러 가지 공양 구로 항상 공양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모든 공양 가운데는 법공양이 가장 으뜸이 되나니 이른바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이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공양이며 중생을 섭수하는 공양이며 중생의 고를 대신받는 공양이며 선근을 부지런히 닦는 공양이며 보살업을 버리지 않는 공양이며 보리심을 여의지 않는 공양이니라.
선남자여,
앞에 말한 많은 공양으로 얻는 공덕은 일념으로 닦는 법공양의 공덕에 비한다면 백분의 일도 되지 못하며 천분의 일도 되지 못하며 백천구지 나유타분과 가라분과 산분과 수분과 미유분과 우바니사타분의 일도 또한 되지 못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모든 부처님께서는 법을 존중히 하시는 까닭이며,
말씀대로 행하면 많은 부처님이 출생하시는 까닭이며,
또한 보살들이 법공양을 행하면 곧 여래께 공양하기를 성취하나니 이러한 수행이 참된 공양이 되는 까닭이니라.
이 넓고 크고 가장 수승한 공양을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공양도 다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이 공양도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여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업장을 참회한다는 것은 보살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과거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탐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모든 악한 업이 한량없고 가이없어 만약 이 악업이 형체가 있는 것이라면 끝없는 허공으로도 용납할 수 없으리니 내 이제 청정한 삼업으로 널리 법계 극미진수 세계 일체 불보살전에 두루 지성으로 참회하되 다시는 악한 업을 짓지 아니하고 항상 청정한 계행의 일체 공덕에 머물러 있으오리다.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면 나의 참회도 다하려니와 허공계와 내지 중생의 번뇌가 다함이 없으므로 나의 참회도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남이 짓는 공덕을 기뻐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 불찰 극미진수 모든 부처님께서 처음발심하실 때로부터 일체지를 위하여 부지런히 복덕을 닦되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기를 불가설 불가설 불찰 극미진수겁을 지내고 낱낱 겁마다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의 목숨과 수족을 버리고 이와 같은 일체 난행 고행으로 가지가지 바라밀문을 원만히 하며 가지가지 보살지지를 증득하여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며 내지 열반에 드신 뒤에 사리를 나누어 주실 때까지의 모든 선근을 내가 다 따라 기뻐하며 저 시방 일체 세계의 육취 사생 일체 종류 중생들의 짓는 공덕내지 한 티끌 만한 것이라도 모두 따라 기뻐하며 시방삼세의 일체 성문과 벽지불인 유학 무학들이 지은 모든 공덕을 내가 따라 기뻐하며 일체보살들이 한량없는 난행 고행을 닦아서 무상 정등 보리들이 구하는 넓고 큰 공덕을 내가 모두 따라 기뻐하는 것이니라.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따라 기뻐함은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불찰 극미진마다 각각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의 광대한 부처님세계가 있으니 이 낱낱 세계의 염념 중에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의 부처님이 계셔서 등정각을 이루시고 일체 보살들로 둘리워 계시거든 내가 그 모든 부처님께 몸과 말과 뜻으로 가지가지 방편을 지어 설법하여 주시기를 은근히 권청하는 것이니라.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내가 항상 일체 부처님께 바른 법 설 하여 주시기를 권청하는 것은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부처님께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한다는 것은 진법계 시방삼세 일체 불찰 극미진수의 모든 부처님께 장차 열반에 드시려 하실 때와 또한 모든 보살과 성문 연각인 유학 무학과 내지 일체 모든 선지식에게 두루 권청하되 열반에 드시지 말고 일체 불찰 극미진수 겁토록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여 주소서 하는 것이니라.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권청은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우는 자는 사바세계의 비로자나여래께서처음 발심하실 때로부터 정진하여 물러나지 아니하고 불가설불가설의 몸과 목숨을 보시하시되 가죽으로 종이를 삼고 뼈로서 붓을 삼고 피로 먹물을 삼아서 경전을 쓰시기를 수미산 만큼하셨으나 법을 존중히 여기는 고로 신명을 아끼지 아니하셨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하물며 어찌 왕위나 성읍이나 촌락이나 궁전이나 정원이나 산림이나 일체 소유와 가지가지 난행 고행일 것이며 내지 보리수하에서 대보리를 이루시던 일이나 가지가지 신통을 보이 시사 변화를 일으키시던 일이나 가지가지 부처님 몸을 나투사 중회에 처하시되 혹은 성문과 벽지불 등 중회도량에 처하시고 혹은 전륜성왕 소왕 권속 등 중회도량에 처하시고 찰제리나 바라문이나 장자나 거사의 중회도량에 처하시며 내지 천룡팔부와 인 비인 등 중회도량에 처하시면서 이러한 가지가지 회중에서
원만하신 음성을 마치 큰 우뢰소리와도 같게 하여 그들이 좋아함을 따라서 중생을 성숙시키던 일이나 내지 열반 드심을 나투 심이겠는가.
이와같이 일체를 내가다 따라서 배우되 지금의 세존이신 비로자나 부처님과 같이 하는 것이니라.
이와같이 하여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불찰의 미진 중에 계시는 일체 부처님께도 또한 다 이와 같이 하여 염념 중에다 따라 배우느니라.
이와같이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여도 나의 이 따라 배움은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항상 중생을 수순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세계가 있는 중생들이 가지가지 차별이 있으니 이른바 알로 나는 것, 태로 나는 것, 습기로 나는 것, 화해서 나는 것들이 혹은 지수화풍을 의지하여 살기도 하며 혹은 허공이나 초목에 의지하여 살기도 하는 저 가지가지 생류의 몸과 형상과 모양과 수명과 종족과 이름과 심성과 지견 욕망과 행동과 거동과 의복과 음식으로 마을이나 성읍이나 궁전에 처하며 내지 모든 천룡팔부와 인 비인 등과 발없는 것, 두 발 가진 것, 네 발 가진 것과 여러 발 가진 것들이며 빛깔 있는 것, 빛깔 없는 것, 생각 있는 것, 생각 없는 것, 생각 있는 것도 아니요 생각 없는 것도 아닌 이러한 여러 가지 중생들을 내가다 수순하여 가지가지로 섬기며 공양하기를 부모와 같이 공경하며 스승이나 아라한이나 내지 부처님과 조금도 다름없이 받들되 병든 이에게는 어진 의원이 되고 길 잃은 이에게는 바른 길을 가리키고 어두운 밤중에는 광명이 되고 가난한 이에게는 보배를 얻게 하나니 보살이 이와같이 평등히 일체 중생을 이익하게 하는 것이니라.
어떠한 까닭인가.
만약 보살이 능히 중생을 수순하면 곧 모든 부처님을 수순하여 공양함이 되며 만약 중생을 존중히 받들어 섬기면 곧 여래를 존중히 받들어 섬김이 되며 만약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심이 나게 하면
곧 일체 여래로 하여금 환희하세게 함이니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대비심으로 체를 삼으시는 까닭에 중생으로 인하여 대비심을 일으키고 대비로 인하여 보리심을 발하고 보리심으로 인하여 등정각을 이루시나니 비유하건대 넓은 벌판 모래밭 가운데 한 큰 나무가 있어 만약 그 뿌리가 물을 만나면 잎이나 꽃이나 과실이 모두 무성하는 것과 같아서 생사광야의 보리수왕도 역시 그러하니 일체 중생으로 뿌리를 삼고 여러 불 보살로 꽃과 과실을 삼고 대비의물로 중생을 이익하게 하면 즉시에 여러 불 보살의 지혜의 꽃과 과실이 성숙되느니라.
어떠한 까닭인가.
만약 보살들이 대비의 물로 중생을 이익하게 하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보리는 중생에 속하는 것이니 만약 중생이 없으면 일체 보살이 마침내 무상정각을 이루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너희들은 이 뜻을 마땅히 이렇게 알지니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면 능히 원만한 대비를 성취하며
대비심으로 중생을 수순하면 곧 부처님께 공양함을 성취하느니라.
보살이 이와같이 중생을 수순하나니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수순은 다함이 없어 생각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지은 공덕을 널리 회향한다는 것은 처음에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으로부터 중생을 수순하는 것까지는 모든 공덕을 진법계 허공계 일체중생에게 남김 없이 회향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항상 안락하고 일체 병고는 영영 없기를 원하며 악한 일을 하고자 하면 하나도 됨이 없고 착한 업을 닦고자 하면 다 속히 성취하여 일체 악취의 문을 닫아 버리고 열반에 이르는 바른 길을 보이며 모든 중생이 그 지어 쌓은 모든 악업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일체의 괴로움은 내가다 대신 받아서 저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해탈케 하여 마침내 무상보리를 성취하게 하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와같이 그 닦은 공덕을 회향하나니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회향은 다하지 아니하여 생각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열 가지 대원을 구족하고 원만하게 함이니 만약 모든 보살이 대원에 수순하여 나아가면 능히 일체 중생을 성숙하게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에 수순하게하여 보현보살의 한량없는 모든 행원을 원만히 성취케 하나니 너희들은이 뜻을 마땅히 이와같이 알지니라.
만약 어떤 선남자 선 여인이 시방 무량무변 불가설불가설 불찰 극미진수 일체 세계에 가득찬 으뜸가는 묘한 칠보와 또한 모든 인간과 천상에서 가장 수승한 평화를 저 모든 세계에 있는 중생들에게 보시하며 저 모든 세계에 계시는 불 보살께 공양하기를 저 불찰 극미진수 겁을 지내도록 항상 계속하여 공양을 올린다 하여도 어떤 사람이 이 대원왕(大願王)을 잠깐동안 듣고 얻는 공덕에 비교하면 백분의 일도 되지 못하며 천분의 일도 되지 못하며 내지 우바니사타분의 일에도 또한 미치지 못하느니라.
다시 어떤 사람이 깊은 신심으로 이 대원을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거나 내지 한 게송 만이라도 쓴다면 속히 오무간업이 소멸하며 세간에 있는 심신의 모든 고뇌와 내지 물찰 극미진수의 일체 악업이 모든 소멸하며 또한 일체 마군과 야차와 나찰과 혹 구반다와 혹 비사사나부다 등 피를 빨고 살을 먹는 모든 악한 귀신들이 다 멀리 달아나거나 혹 발심하여 가까이 와서 친근하며 수호하리니 이 까닭에 이 원왕을 외우는 사람은 이 세간을 지냄에 조금도 장애가 없어 마치 공중의 달이 구름 밖으로 나온 듯 하니라.
그러므로 모든 불보살이 칭찬하시며 일체 인간이나 천상사람이 마땅히 예배하고 공경하며 일체 중생이 마땅히 예배 공양하리니 이 선남자는 훌륭한 사람 몸을 받아서 보현보살의 모든 공덕을 원만히 하고 마땅히 오래지 않아 보현보살과 같은 미묘한 몸을 성취하여 삼십이 대장부상이 구족할 것이며
만약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면 난 데마다 수승한 종족 가운데 나며 능히 일체 악취는 다 없애며 일체 악한 벗은 다 멀리하고 일체 외도는 다 조복받고 일체 번뇌에서 해탈하는 것이 마치 사자왕이 뭇 짐승들을 굴복시키는 것과 같아서 능히 일체중생의 공양을 받을 것이니라.
또 이 사람이 임종할 마지막 찰나에 모든 육근은 흩어지고 일체의 친족들은 모두 떠나고 일체 위엄과 세력은 다 사라지고 정승 대신과 궁성내외와 코끼리나 말이나 모든 수례와 보배나 재물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은 하나도 따라오는 것이 없건만 오직 이 원왕만이 서로 떠나지 아니하여 일 찰나 동안에 극락세계에 왕생하고 왕생하고는 즉시에 아미타불과 문수사리보살과 보현보살과 관자재보살과 미륵보살 등을 뵈오리니 이 모든 보살들은 몸매가 단정하고 엄숙하며 구족한 공덕으로 장엄하고 계시거든 그 때에 그 사람스스로가 연꽃 속에 태어났음을 보게 되고 부처님의 수기를 받고 나서는 무슨 백천만억 나유타 겁을 지내도록 시방의 불가설불가설세계에 널리 다니며 지혜의 힘으로써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이익이 되게 하며 멀지 않아 마땅히 보리도량에 앉아서 마군들을 항복하고 등정각을 성취하며 미묘한 법문을 설하여 능히 불찰 극미진수 세계에 중생으로 하여금 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그 근기와 성질을 따라서 교화하여 성숙시키며 내지 한량없는 미래겁이 다하도록 널리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저 모든 중생들이 이 대원왕을 듣거나 믿고 다시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널리 남을 위하여 설한다면 이 사람의 지은 공덕은 부처님은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 사람이 없나니 그러므로 이 원왕을 듣고 의심을 내지 말지니라.
마땅히 지성으로 받아 읽고, 외우며, 지니고. 배껴써서 남을 위하여 설 한다면 이 모든 사람들은 일념 간에 모든 행원을 다 성취하며 그 얻는 복의 크기는 한량이 없고 가이없어 능히 대 번뇌 고해 중에 빠진 중생들을 제도하여 마침내 생사에서 벗어나 아미타불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되리라. "

그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이 뜻을 거듭 말씀하시고자 널리 시방을 관하시고 게송을 설하시었다.

"가이없는 시방삼세 그 가운데 과거현재 미래의 부처님들께 맑고 맑은 몸과 말과 뜻을 기울여 빠짐없이 두루두루 예경합니다.
보현보살 행과원의 위신력으로 널리일체 여래전에 몸을나투고 함몸다시 많은수로 몸을나투어 변만하신 부처님께 예경합니다.
한티끌속 미진수효 부처님계서 곳곳마다 많은 보살 모이시었고 무진법게 미진에도 또한 그같이 부처님이 충만하심 깊이 믿으며 몸 마다 한량없는 음성으로써 다함 없는 묘한말씀 모두 내어서 오는세상 일체겁이 다할 때 까지 부처님의 깊은 공덕 찬탄합니다.
아름답기 으뜸 가는 여러 꽃다발 좋은 향수 좋은 일산들 이와같이 가장 좋은 장엄구로써 시방삼세 부처님께 공양하오며 으뜸가는 좋은의복 좋은향들과 가루향과 꽂는향과 등과 촛불의 낱낱 것을 수미산의 높이로모아 일체여래 빠짐없이 공양하오며 넓고 크고 수승하신 이내슬기로 시방삼세 부처님을 깊이 믿어서 보현보살 행원력을 모두 기울여 일체제불 빠짐없이 공양합니다.
지난세상 내가 지은 모든 악업은 무시이래 탐심진심 어리석음이 몸과 말과 뜻으로 지었음이니 내가 이제 남김없이 참회합니다.
시방삼세 여러종류 모든중생과 성문연각 유학무학 여러소승과 일체의 부처님과 모든보살이 지니옵신 온갖공덕 기뻐합니다.
시방삼세 계시옵는 세간등불과 가장처음 보리도를 이루신님께 위없는 묘한법문 설하시기를 내가 이제 지성다해 권청합니다.
부처님이 대열반에 들려하시면 찰진겁을 이세상에 계시 오면서 일체중생 안락하게 살펴주시길 있는 지성 기울여서 권청합니다.
예경하고 찬탄하고 공양한 복덕 오래 계셔 법문하심 청하온 공덕 기뻐하고 참회 하온 온갖 선근을 중생들과 보리도에 회향합니다.
수많은 부처님을 따라 배우고 보현보살 원만행을 닦고 익혀서 지난세상 시방삼세 부처님들과 지금 계신 부처님께 공양하오며 여러 가지 즐거움이 원만하도록 오는 세상 부처님께 공양하옵고 삼세의 부처님을 따라 배워서 무상보리 속히 얻기 원하옵니다.
시방세계 일체의 모든 세계와 넓고 크고 청정한 장엄세계에 모든 여래 대중에게 위요 되시며 큰 보리수 아래에 계시옵거든 시방세계 온갖종류 모든중생이 근심걱정 다여의어 항상즐겁고 깊고 깊은 바른법문 공덕받아서 모든번뇌 남김없이 없애지이다.
깨달음 얻으려고 수행할 때에 나는 국토 어디서나 숙명통얻고 날 때마다 출가하여 계행을닦아 깨끗하고 온전하여 새지 않으며 하늘과 용 야차들과 구반다들과 사람들과 사람 아닌 이들에까지 그네들이 쓰고 있는 여러 말로써 가지가지 소리로 설법하오며 청정하온 바라밀을 힘써닦아서 어느때나 보리심을 잊지않으며 모든업장 모든 허물 멸해 버리고 일체의 묘한행을 성취하오며 연꽃잎에 물방울이 붙지않듯이 해와달이 허공에 머물지않듯 어두운 맘 미욱한업 하근기라도 세간살이 그속에서 해탈 얻으리.
일체 악과 온갖 고통 모두 없애고 중생에게 즐거움을 고루주기를 찰진겁이 다하도록 쉬지않으며 시방중생 위하는일 한이 없으리.
어느때나 중생들을 수순하면서 오는세상 일체겁이 다할때까지 보현보살 광대행을 항상닦아서 위없는 원만보리 얻으오리다.
나와 같이 보현행을 닦는이들은 어느때나 같은곳에 함께모이어 몸과 말과 뜻의 업이 모두같아서 일체행원 다같이 닦아지오며 바른길로 나를 돕는 선지식께서 우리에게 보현행을 일러주시면 어느 때나 나와 같이 함께 모여서 어느 때나 환희심을 내어지이다.
원하오니 모든 여래 모든 불자에 둘리워서 계시옴을 항상 뵈옵고 광대하온 공양을 항상 올리되 미래겁이 다하여도 변함없으며 제불세존 미묘법문 모두 지니고 일체의 보리행을 빛내오면서 구경으로 청정 하온 보현의 길을 미래겁이 다하도록 나아가리다.
시방삼세 넓은 세상 중생 속에서 내가 짓는 복과 지혜 한정이 없고 정과혜와 모든 방편 해탈삼매로 한량없는 모든 공덕 이루오리다.
한 티끌속 미진수효 세계마다 한량없는 부처님 계셔 곳곳마다 많은 대중 모인 가운데 보리행을 연설하심 항상뵈오며 한량없는 시방세계 모든 세계와 털끝마다 삼세의 부처님 계셔 곳곳마다 많은 대중 모인 가운데 보리행을 연설하심 항상뵈오며 한량없는 시방법계 모든 세계와 털끝마다 들어있는 시간세계와 한량없는 부처님과 많은 국토에 무량겁을 두고두고 수행하오리 일체여래 말씀하심 청정함이여 한말씀 속 여러 가지 음성 갖추고 모든 중생 뜻에맞는 법음펴시니 음성마다 부처님의 변재이시라.
시방세계 삼세의 부처님께서 어느 때나 다함 없는 그 말씀으로 묘한 법문 깊은이치 설 하시거든 나의 깊은 지혜로써 요달하리라.
나는 능히 미래세에 깊이 들어가 일체겁을 다하여 일념 만들고 과거현재 미래의 일체겁중에 한 생각 한 맘을 들어가오며 나는 능히 일념으로 삼세가운데 계시옵는 부처님 모두 뵈옵고 깨달음의 경계중의 환과도 같은 자재해탈 모든 위력 수용하오며 한터럭 끝에있는 극미진중에 삼세의 장엄세계 나타내이고 시방법계 미진세계 많은 털끝에 모두깊이 들어가서 엄정하오리.
오는 세상 시방법계 부처님께 성도하고 설법하고 교화하시며 하옵실일 마치고서 열반에 들면 내가 두루 나아가서 섬기오리다.
일념에서 두루하는 신통의힘과 일체문에 다통하는 대승의힘과 지와 행을 널리 닦는 공덕의 힘과 위신으로 널리 덮는 자비힘과 청정장엄 두루하는 복덕의 힘과 집착없고 의지없는 지혜의힘과 정과혜의 모든 방편 위엄의 힘과 넓고 널리 쌓아 모은 보리의 힘과 일체것이 청정하온 선업령으로 일체의 번뇌의 힘 멸해 버리고 일체의 마군의힘 항복받아서 일체의 모든행력 이루오리다.
한량없는모든세계 엄정히하며 한량없는 모든중생 해탈케하며 한량없는 모든 법을 분별하여서 한량없는 지혜바다 요달하오며 한량없는 모든행을 청정히하며 한량없는 모든원을 원만히하며 일체여래 친근하고 공양하면서 무량겁을 부지런히 수행하옵고 과거현재 미래세 일체여래의 위없는 보리 도인 모든 행원을 남김없이 공양하고 원만히 닦아 보현보살 큰행으로 보리이루리.
일체여래 부처님의 맏 아드님이 그 이름 거룩하신 보현보살님 내가 지금 온갖선근 회향하오니 지와행이 나도저와 같아지이다.
몸과말과 뜻의 업이 깨끗하옵고 모든행과 모든국토 청정 하올새 이와같이 지혜가 보현이시니 바라건대 나도 저와 같아지이다.
일체의 청정하신 보현의행과 문수사리 법왕자의 모든 대원이 모든일을 남김없이 원만히 닦아 미래세가 다하도록 끊임없으며 한량없는 많은수행 모두 닦아서 한량없는 일체공덕 모두 이루고 한량없는 모든행에 머물러있어 한량없는 신통묘용 요달하오며 문수사리 법왕자의 용맹지혜도 보현보살 지혜 행도 그러하시니 모든선근 내가 이제 회향하여서 저를 따라 일체를 항상배우리.
삼세여래 부처님이 칭찬하시는 이와같은 위없는 모든 대원에 내가 이제 온갖선근 회향 하옴은 수승하신 보현행을 원함 입니다.
원하오니 이 목숨이 다하려 할 때 모든업장 모든장애 다없어져서 찰나중에 아미타불 친견하옵고 그 자리서 안락세계 얻어지이다.
나의 몸이 저 세계에 태어나서는 그 자리서 이대원을 모두 이루고 온갖 것을 남김없이 원만히 이뤄 일체중생 이롭도록 하고자 하며 부처님 회상은 청정하시니 내가 그때 연꽃속에 태어나서 무량광 부처님을 친견하옵고 그 자리서 보리지혜 받아 지니어 부처님의 수기를 받자옵고는 수없는 백구지의 화신을 내고 지혜의 힘 광대히 시방에 퍼서 일체중생 이롭도록 하여지이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업과 번뇌 다하면 모르거니와 이와 같은 일체 것이 다함 없을새 나의 원도 마침내 다함 없으리.
가없는 시방국토 장엄 하온바 온갖 보배 부처님께 공양하옵고 일체세계 인천대중 미진 겁토록 가장좋은 안락으로 보시한 대도 어떤 사람 수승하온 보현원왕을 한번듣고 마음에서 믿음을 내고 무상보리 구할생각 간절 만하면 이 사람의 얻는공덕 으뜸되리니 간데 마다 나쁜 벗을 멀리 여의며 영원토록 모든 악도 만나지 않고 무량광 부처님을 속히 뵈어서 위없는 보현원을 모두 갖추리.
이 사람은 길이길이 수명 얻으며 난데 마다 항상좋은 사람 몸받고 멀지 않아 마땅히 보현보살의 크고 넓은 보살행 성취하리다.
지난날에 어리석고 지혜없어서 무간지옥 빠질 중죄 지었더라도 보현행원 대원왕을 읽고 외우면 일념간에 무거운 죄 소멸하리니 날적마다 좋은 가문 좋은 얼굴과 좋은 상호 밝은 지혜 원만하여서 모든 마와 외도들이 범접 못하니 삼계중생 온갖 공양 능히 받으며 오래잖아 보리수 밑에 나아가 파순이도 마군중도 항복받고서 무상정각 성취하고 법을설하여 모든 중생 빠짐없이 이익주리라.
누구든지 보현행을 읽고 외우고 받아 갖고 대중 위해 연설한다면 그 과보는 부처님만 능히 아시니 어김없이 무상보리 얻게 되리라.
어떤 사람 보현원을 능히 외우고 그선근의 소분만을 말씀한다면 일념간에 일체공덕 원만하여서 중생들의 청정원을 성취하리라.
내가 지은 수승하신 보현의행에 가없는 수승한복 회향하오니 바라건대 고해 중의 모든 중생이 하루속히 극락세계 얻어지이다."

그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부처님 앞에서 이 넓고 보현왕의 청정게송을 설 하시니 선재동자는 한량 없이 뛸 듯 기뻐하였고 일체보살들은 모두 크게 환희하였으며 여래께서는 "옳다 옳다" 하시며 칭찬하시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거룩하신 여러 보살마하살과 더불어 이와같은 불가사의 해탈경계의 수승한 법문을 연설하실적에 문수사리보살을 상수로 하는 대보살과 그 보살들이 성숙시킨 육천의 비구들과 미륵보살을 상수로 하는 현겁의 일체 대 보살들과 무구보현보살을 상수로 하는 일생보처이시며 관정위에 이르신 대보살들과 널리 시방 여러 세계에서 모이신 일체찰해 극미진수의 모든 보살마하살과
대지 사리불, 마하 목건련 등을 상수로 하는 대성문들과 인간과 천상과 세간의 모든 임금과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와 인 비인등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다들 듣고 크게 환희하고 믿고 받아 받들어 행하였다.

입법계품(入法界品)
1. 근본법회
세존께서 사위국(實羅代國) 기수(逝多林) 급고독원(給孤獨園) 대장엄 중각에서 보현의 행과 원을 성취한 보살마하살 오백 인과 오백 성문들과 한량없는 세간 임금들과 함께 계시니, 보현보살과 문수사리보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대중들은 여래의 경계 등 갖가지 법을말씀해주시기를 마음으로 간청하였다. 그때 새존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대자비로 사자빈신삼매에 드시었다.
이 삼매에 드시니 모든 세간이 깨끗하게 장엄하여지고 장엄한 누각이 별안간 넓어져서 끝 닿은 데가 없었다. 또 부처님 신통으로 서다림이 홀연히 커져서 부처님세계의 티끌수 국토들과 면적이 같았고
온갖 보배로 장엄되었다.
이 기수급고독원에서 부처님국토가 청정하게 장엄한 것을 보듯이, 시방법계에서도 그러하였다.
그때 시방 부처님세계로부터 모든 보살과 권속들이 부처님 계신데 이르러 부처님발에 절하고 결과부하고 앉았다. 이들은 모두 보현보살의 행과 서원 가운데서 났으며, 여래의 위엄과 신통한 힘으로 서다림에 가득찬 것이다.
그때에 시방세계 보살들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게송으로 찬탄하였고, 보현보살마하살이 법계와 같은 방편으로 사자빈신삼매를 열어 보이며 연설하였다.

하나하나 털구멍 속에
모든 세계 티끌수 부처님을
보살대중이 둘러 모셨는데
보현의 행을 말씀하시도다.

이때 세존께서 모든 보살들을 여래의 사자빈신삼매에 들게 하려고 미간백호상으로 시방세계해에 광명을 놓으셨다. 그리하여 보살 대중들이 모두 큰 지혜와 신통을 구족하였고, 여래의 공덕바다에 들어가서 불가사의한 바른 법의 광명을 얻고, 가지각색 장엄 구름을 나투어 시방법계에 충만하였다.
이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힘입어 이 서다림 숲속의 신통변화를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수많은 보현보살 모든 불자들
백천만겁 동안에 장엄한 세계
그 수효 한량럾는 중생 같은데
이 서다림에서 모두 보리라.

그때 보살들이 부처님의 삼매광명을 받아 삼매에 들어갔으며, 시방세계 일체 중생의 앞에 나타나서 갖가지 방편으로 교화 조복하였다. 중생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서 그들의 처소에 나아가서 이익을 얻게 하였다. 이같이 보살들이 갖가지로 한량없는 몸을 나투어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성취하면서도 이 서다림 여래의 처소를 떠나지 아니하였다.

2. 지말법회
그때 문수사리동자가 선주(善住) 누각으로부터 나와서 모든 공양거리로 부처님께 공양올리고는 남쪽 인간세계로 향하였다. 사리불존자도 육천비구와 함께 문수보살을 따라 나섰다.
그리고 문수보살이 가진 그러한 몸과 음성과 모습과 자유자재함을 모두 얻게 하여주기를 간청하였다. 그러자 문수보살은 비구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선남자 선여인이 열 가지 대승으로 나아가는 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지위에 빨리 들어갈 것이니 하물며 보살의 지위겠는가.
무엇이 열인가. 이른바 모든 선근을 모으고 모든 부처님을 섬기며 공양하고, 모든 부처님 법을 구하고, 온갖 바라밀다를 행하고, 모든 보살의 삼매를 성취하고, 세세상에 차례로 들어가고, 시방 부처님 세계를 두루 장엄하고, 일체 중생을 교화 조복하고, 모든 세계의 모든 겁에서 보살행을 성취하고, 한 중생 내지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한 힘 내지 모든 힘을 성취하는데 마음이 고달프지 않음이다.
선남자 선여인이 깊은 믿음을 성취하여 이 열 가지 고달프지 않은 마음을 내면, 능히 모든 선근을 기르며 생사의 길을 여의고 보살 지위에 들어가서 여래의 자리에 가까워질 것이니라."

그때 비구들이 이 법문을 듣고 곧 삼매를 얻으니 이름이 ‘걸림 없는 눈으로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봄 이다. 그리하여 보현행에 머물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구족하게 성취하였다.

1) 문수보살 (文殊菩薩)
문수사리보살이 비구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고는 점점 남방으로 가면서 인간 세상을 지나다가 복성의 동쪽에 이르러 정엄당 사라숲에 머물렀다. 이곳은 옛적에 부처님들이 계시면서 중생들을 교화하시던 큰 탑이 있는 곳이며, 세존께서도 과거에 보살행을 닦으시던 곳이다.
문수보살이 권속들과 함께 이곳에 이르러서 ‘법계를 두루 비추는 수다라 ‘를 말씀하니 백만 나유타 수다라가 권속이 되었다.
이때 복성 사람들이 문수동자가 장엄당 사라 숲속 큰 탑 있는 곳에 왔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모여 왔다. 대지(大智) 우바새와 대혜(大慧) 우바이, 선재(善財) 동자와 선현(善賢) 도녀를 위시한 각각 오백명의 권속 등 이천대중이었다.
그때 문수동자는 복성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자유자재 한 몸을 나투었으며, 자재한 지혜로 그 마음을 알고 광대한 변재로 법을 말하려 하였다. 또 선재를 살펴서 무슨 인연으로 그런 이름을
지었는가 보았다. 이 동자가 처음 태 가운데 들 때, 그 집안에 저절로 칠보로 된 누각이 생기고 저절로 보배그릇에 물건이 가득하였으며 재물이 창고에 충만하였다.그래서 부모와 친척이 그 아이의 이름을 선재라고 부른 줄을 알았다. 또 이 동자가 과거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며 선근을 많이 심었고선지식을 항상 친근하였으며, 삼업에 허물이 없고, 지혜로 불법의 그릇을 이룬 줄 알았다.
문수보살이 이렇게 선재동자를 관찰하고는 선재와 대중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 법을 연설하였다. 즉 모든 부처님의 모으는 법. 상속법. 차제법. 모임 청정법. 법륜법으로 교화하는 법, 색신, 상호법, 법신, 성취법, 언설 변재법, 광명으로 비추는 법, 평등 무이법을 말씀하였다. 그리하여 아뇩다라삼먁보리심을 내게 하고, 과거에 심은 선근을 기억하게 하였다. 이때 선재동자가 문수사리에게서 부처님의 그러한 여러 공덕을 듣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며 게송을 말하였다.

삼계의 성사는 선돡되
교만한 마음은 담장이다.
어리석은 어둠에 덮이어
탐욕과 성냄의 불이 치성이다.
여러 나쁜 길 여의시고
모든 착한 일 깨끗하게
세간을 초월하신 이시여
해탈의 문을 보여주소서.
과거 미래 현재의 부처님
곳곳마다 두루하시어
해가 세간에 뜬 듯하시니
그 길을 말씀하소서.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선재에게 말씀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선지식을 가까이하며 보살핼을 묻고 보살도를 닦으려 하는구나.
선지식들을 친근하고 공양함은 온갖 지혜를 구족하는 첫째 인연이니 그 일에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지니라."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행을 닦으며, 어떻게 보살행에 나아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행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깨끗이 하며, 어떻게 보살행에 들어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성취하며,어떻게 보살행을 따라가며, 어떻게 보살행을 생각하며, 어떻게 보살행을 더 넓히며, 어떻게 보현의 행을 빨리 원만케 합니까."

그때 문수사리보살이 선재동자를 위하여 게송을 말씀하였다.

그대 시방계에서 한량없는 부처님 뵈옵고
모든 원력 바다를 성취하면
보살의 행을 구족하리라.
그대 모든 세계에 두루 하여
티끌 수 같은 모든 겁 동안
보현행을 닦아 행하면
보리도를 성취하리라.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보리심을 내고 보살행을 구하는구나. 보리심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보살행을 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선남자여,
온갖 지혜의 지혜(一切智智)를 성취하려면 결정코 선지식을 찾아야 한다. 선지식을 찾는 일에 고달픈 마음이나 게으른 생각을 내지 말며,선지식을 보고 만족한 마음을 내지 말며, 선지식의 가르침에 그대로 순종하고 선지식의 교묘한 방편에 허물을 보지 말지니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승낙(勝樂)이라는 나라가 있고 그 나라의 묘봉산에 덕운(德雲)비구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닦으며 내지 보현행을 빨리 원만히 하는가’묻도록 하라. 덕운비구가 자세히 말하여 줄 것이니라."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문수보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무수히 돌고는 눈물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2) 덕운비구(德雲比丘)
선재동자는 남쪽 승낙국으로 향하여 가서 묘봉산에 올랐다.그 산상에서 덕운비구를 찾았으나 칠일이 지난 뒤에야 다른 산 위에서 거니는 것을 보았다. 그 앞에 나아가 엎드려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닦으며, 내지 보살행을 빨리 원만히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바라옵건데 자비하신 마음으로 말씀하여 주소서.
어떻게 하면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습니까."

덕운비구가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또 보살행을 물으니 이것을 어려운 중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선남자여,
나는 자유자재하고 결정적인 이해력을 얻어서 믿는 눈이 청정하고 지혜의 빛이 밝게 비치므로 경계를 두루 관찰하여 모든 장애를 여의었다. 교묘하게 관찰하여 넓은 눈이 밝아서 청정한 행을 갖추었으며, 시방의 모든 국토에 가서 여러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모든 부처님을 항상 생각하며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모두 지니고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항상 뵙는다.
선남자여,
나는 이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생각하여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보는 법문(憶念 一切諸佛境界 智慧光明普見法門)’을 얻었다. 이른바
지혜의 빛으로 두루 비추는 염불문,
여러 겁에 머무는 염불문,
모든 세계에 머무는 염불문,
모든 세상에 머무는 염불문,
모든 경계에 머무는 염불문,
고요한 데 머무는 염불문,
멀리 떠난데 머무는 염불문,
광대한 데 머무는 염불문,
미세한 데 머무는 염불문,
장엄한 데 머무는 염불문,
능히 하는 일에 머무는 염불문,
자유자재한 마음에 머무는 염불문,
신통변화에 머무는 염불문,
허공에 머무는 염불문 들이다.
그러나 대보살들의 그지없는 지혜로 청정하게 수행하는 문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선남자여,
남쪽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해문(海門)이며 거기에 해운(海雲)비구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행을 묻도록 하라.
해운비구는 광대한 선근을 발기하는 인연을 분별하여 말해줄 것이니라."

3) 해운비구(海雲比丘)
선재동자가 일심(一心)으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사유하며 바른 생각으로 지혜광명문을 관찰하고 보살의 해탈문과 대해문(大海門)등을 관찰하면서 해문국에 이르러 해운비구에게 엎드려 절하고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일체 위 없는 지혜 바다(無上智海)에 들고자 합니다.
보살이 어떻게 세속가(世俗家)를 버리고 여래가(如來家)에 태어나며 일체중생을 이익케 할 수 있습니까"

해운비구가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중생들이 선근을 심지 않으면 보리심을 내지 못하니, 보문선근(普門善根) 광명을 얻어야 한다.
보리심을 낸다는 것은 대비신(大悲心)을 냄이니 널리 일체 중생을 구하며, 대자심(大慈心)을 냄이니 평등히 일체 세간을 도우며, 안락심(安樂心)을 냄이니 일체 중생의 고통을 멸하게 하며, 요익심(饒益心)을 냄이니 중생으로 하여금 악법(惡法)을 여의게 하며 애민심(哀愍心)을 냄이니 두려움이 있는 자를 다 수호하며, 무애심(無碍心)을 냄이니 일체 장애를 여의며, 광대심(廣大心)을 냄이니 법계에 변만하며 무변심(無邊心)을 냄이니 일체 허공계에 이르지 않음이 없으며, 관박심(寬博心)을 냄이니 여래를 보며, 청정심(淸淨心)을 냄이니 삼세법에 지(智)가 어김이 없으며, 지혜심(智慧心)을 냄이니 널리 일체 바다에 드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 해문국에 머물기 십이년 동안 늘 대해(大海)로써 그 경계를 삼고 항상 바다를 생각하였다. 세상에 이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이 있는가. 이 바다보다 더 한량없는 것이 있는가. 이 바다 보다 더 깊은 것이 있는가. 이 바다 보다 더 특수한 것이 있는가.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생각할 때 이 바다 밑에서 큰 연꽃이 홀연히 솟아났으며 연꽃 위에 여래가 가부좌해 계심을 보았다, 그 여래께서 오른손을 펴서 내 정수리를 만지시고 나에게 보안법문(普眼法門)을 연설하시니, 모든 여래의 경계를 열어 보이시며, 모든 보살의 행을 드러내시며, 모든 부처의 묘한 법을 열어 밝히시니 모든 법륜이 다 그 가운데에 들었다. 어떤 중생에게든지 나는 모든 부처님의 보살행 광명인 이 보안법문(諸佛菩薩行光明普眼法門)’에 들어가 편안히 머물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안법문 ’만 알거니와 모든 보살 마하살의 무변 공덕해야 어떻게 알겠는가. 여기서 남쪽으로 육십 유순쯤 가면능가(楞伽)로 가는 길 옆에 한 마을이 있으이 이름을 해안(海岸)이라 하며 거기에 선주(善住)비구가 있다.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깨끗이 하는지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는 해운비구의 발에 절하고 물러갔다.

4) 선주비구(善住比丘)
선재동자는 보안(普眼) 법문을 오로지 사유하며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해안 마을에 이르러 시방을 살피면서 선주비구를 찾았다. 선주비구가 허공에서 거니는데 수없는 하늘들이 공경히 둘러싸 풍류를 지르며 공양 올리고 있었다. 선재는 마음이 환희하여 합장 예경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어떻게 불법을 통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보살이 어떻게 부처님 세계를 버리지 않고 모든 세계 깨끗이 장엄합니까."

선주비구가 선재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무애해탈문(無碍解脫門)을 성취하였다.
오고 가고 다니고 그칠 때에 수순 사유하며 수습 관찰하여서 곧 지혜광명을 얻었으니 구경 무애이다.
이 지혜광명을 얻었으므로, 일체 중생의 마음과 행을 아는 데 걸림이 없고, 일체 중생의 생몰, 숙명, 미래겁사, 현재세사, 언어음성의 종종차별, 소유의 문 등을 아는 데 걸림이 없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빨리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을 성취시키는 데 걸림 없이 해탈문(普速疾供養諸佛成就衆生無碍解脫門)’만 알뿐 보살들의 계행 공덕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여기서 남방으로 달리비다국(達里鼻茶國)이 있으니 그 나라 자재성(自在城)의 미가(彌伽)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선재는 그의 발에 절하고 물러갔다.

5) 미가장자(彌伽長者)
선재동자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자재성에 이르러 미가장자를 찾았다.
미가장자는 시장 가운데서 법을 말하는 사자좌에 앉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바퀴 륜(輪)자 장엄법문을 설하고 있었다.
미가는 선재의 청법에 이렇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묘한 음성다라니를 얻었으므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하늘들의 말과 용, 야차, 건달자,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사람, 사람 아닌 이와 범천들의 말을 모두 분별하여 안다.
이 삼천대천세계와 같이 시방의 수없는 세계도 역시 그러하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묘한 음성다라니광명 법문 (菩薩 妙音陀羅尼光明 法門)’만 알 뿐, 저 여러 보살의 갖가지 법구바다(法句海)에 들어가는 공덕이야 어떻게 알고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으로 가면 마을이 있으니 이름이 주림(住林)이요, 거기에 해탈(海脫)장자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행을 물을지니라."

6) 해탈장자(解脫長者)
선재동자는 점점 걸어서 십이 년 동안 가다가 주림성에 이르러 해탈장자를 찾았다. 해탈장자는 선재동자의 청을 듣고 삼매에 들었다가 일어나서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여래의 걸림없는 장엄해탈문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나는 시방세계의 티끌 수 여래를 보지만 저 여래들이 여기 오시지도 아니하고 가시지도 아니한다.
내가 안락세계의 아미타여래를 뵈려 하면 마음대로 뵙고, 전단 세계의 금광명경여래 내지 보사자장엄세계의 비로자나여래를 뵈려 하면 다 뵙게 된다.
그러나 저 여래께서 여기 오시지도 않고 내 몸이 거기 가지도 않나니 모든 부처님이나 내 마음이 모두 꿈 같은 줄을 알며,모든 부처님은 그림자 같고 내 마음은 물 같은 줄 알며 모든 부처님의 모습과 내 마음이 환과 같고 메아리 같음을 아나니, 나는 이렇게 알고 뵙는 부처님이 제 마음으로 말미암음인 줄 생각한다.
선남자여,
보살들이 부처의 법을 닦아 부처의 세계를 청정케 하며, 묘한 행을 쌓아 중생을 조복하며, 큰 서원을 내고 온갖 지혜에 들어가 자재하게 유희하며, 불가사의 한 해탈문으로 부처의 보리를 얻으며, 큰 신통을 나타내고 시방세계에 두루 가며, 미세한 지혜로 여러 겁에 널리 들어가는 이런 것들이 모두 자기의 마음으로 말미암음인 줄 알지니라.
그러기에 선남자여,
마땅히 착한 법으로 제 마음을 붙들며, 법의 물로 제 마음을 윤택케 하며, 모든 경계에서 제 마음을 깨끗이 다스리며, 꾸준히 노력함으로 제 마음을 굳게 하며, 참으로 제 마음을 평탄케 하며, 지혜로 증득하여 제 마음을 결백케 하며 지혜로써 제 마음을 명랑케 하며 부처의 자재함으로 제 마음을 개발하며, 부처의 평등으로 제 마음을 너그럽게 하며, 부처의 열 가지 힘으로 제 마음을 비추어 살필지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여래의 걸림없는 장엄해탈문( 如來無碍莊嚴解脫門)’에 드나들거나, 여러 보살들의 미묘한 행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으로 마리가라(摩利伽羅) 나라에 해당(海幢)비구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보살도를 물을 지니라."

7) 해당비구(海幢比丘)
선재동자는 마리가라 마을에 이르러 해당비구가 길가에서 가부좌를 하고 삼매에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해당비구를 관찰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그 삼매 해탈을 생각하였다.
그렇게 관찰하기를 일일일야 칠일칠야 보름 한달 여섯달을 지내고 엿새를 더 지낸 뒤에야 해당비구는 삼매에서 일어났다. 선재동자는 해당비구에게 그 삼매공덕을 찬탄하고 삼매의 이름을 물었다.
이에 해당비구가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의 이름의 넓은 눈으로 얻음을 버림 ’이라 하고, 또는 ‘반야바라밀 경계의 청정한 광명 ’ 이라고 하고, ‘두루 장엄한 청정 문 ’ 이라고도 한다. 나는 반야바라밀을 닦았으므로 이와 같은 두루 장엄한 청정삼매 등 백만 아승지 삼매를 얻은 것이다.
이 삼매에 들 때는 모든 세계를 아는 데 장애가 없고, 모든 부처님의 광대한 힘을 증득하는 데 장애가 없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는 데 장애가 없고, 대비로 중생등을 섭수하는 데 장애가 없고, 항상 대자를 일으켜 시방세계에 충만하는 데 장애가 없다.
선남자여,
나는 오로지 이 한 가지 ‘반야바라밀 삼매의 광명(般若波羅蜜 三昧 光明法門)’만을 알 뿐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해조(海潮)라는 곳을 보장엄 동산에 휴사(休捨) 우바이가 있으니, 그를 찾아 보살행을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는 해당비구에게서 얻은 삼매를 생각하고 스승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8) 휴사우바이(休捨優婆夷)
선재동자가 조수라는 곳의 보장엄 동산에 이르러 보니, 동산 안에 광대한 장엄당 궁전이 있었다.
휴사우바이는 진주그물관을 쓰고, 진금팔찌를 끼고, 큰 마니그물로 검푸른 머리카락을 장엄하고, 사자구 마니 보배로 귀고리를 하고, 온갖 보배 영락그물을 몸에 드리우고 황금자리에 앉아 있는데, 시방에서 온 백천억 나유타 중생이 허리를 굽혀 공경하였다.
이 우바이를 보는 이는 모든 병이다 없어지고 번뇌를 여의고 모든 장애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휴사우바이가 선재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오직 보살의 한 해탈문을 얻었으니 나를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는 이나 나와 함께 있는 이나 나를 이바지하는 이는 모두 헛되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으로서 선근을 심지 못하고 선지식의 거두어줌을 받지 못하고 부처님의 보호함이 되지 않은 이는 나를 보지 못하며, 어떤 중생이나 나를 보기만 하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아니한다.
선남자여,
나는 항상 시방세계에서 오신 부처님을 보고 법을 들으며 여러 보살과 함께 있느니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지 얼마나 오래되었으며, 얼마나 오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됩니까."

휴사우바이가 대답하였다.

"나는 과거 연등 부처님에게서 범행을 닦고 공경 공양하면서 법문을 들었고 그 전부터도 그러하였음을 기억한다.
선남자여,
보살의 행은 모든 법에 두루 들어가 다 증득하고 모든 세계를 다 깨끗이 하고저 함이므로 온갖 세계를 다 깨끗이 하여 마치면 나의 서원도 마칠 것이고, 모든 중생의 번뇌 습기를 다 없애면 나의 서원도 만족할 것이니라. "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의 이름은 무엇이라 합니까."

"선남자여, 이 해탈은 ‘근심없고 편안한 당기( 離憂安穩幢 ) ’라 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한 해탈문만 알 뿐이다.
여기서 남쪽 나라소(那羅素) 나라에 비목구사 (毘目瞿沙) 선인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을지니라."

9) 비목구사선인(毘目瞿沙仙人)
선재동자는 나라소국에 이르러 비목구사선인을 두루 찾았다.
그 선인은 큰 숲의 전담나무 아래서 풀을 깔고 앉았는데 일만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비목구사선인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를 칭찬하고는 자신은 ‘보살의 이길 이 없는 당기해탈(菩薩無勝 幢解脫門)’을 얻었음을 일러주었다
선재동자가 다시 그 해탈의 경계가 어떠한 것인지 묻자, 비목구사선인은 오른손을 펴서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며 선재동자의 손을 잡았다.
그때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이 시방의 열 세계 티끌 수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음을 보았고 저 세계와 모인 대중과 부처님의 잘 생긴 모습이 여러 가지로 장엄하였음을 보았으며, 또 그 부처님 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서 법을 연설함을 듣고 한 글자 한 구절을 모두 통달하여 따로따로 받아 지니어 섞이지 아니하였다.
그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이길 이 없는 당기해탈의 지햬광명이 비춤으로 해서 비로자나장 삼매의 광명을 얻고, 다라니 광명을 얻고 가없는 삼매광명을 얻었다.
이때 비목구사선인이 선재동자의 손을 놓으니,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이 도로 본래 자리에 있음을 보았다. 비목구사선인이 자신은 다만 이 ‘보살의 이길 이 없는 당기해탈(菩薩無勝 幢解脫門)’만을 알 뿐이니, 거기서 남쪽에 있는 이사나(伊沙那)마을의 승열(勝熱) 바라문을 찾아가도록 일러주었다.
선재동자는 비목구사선인을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10) 승열바라문(勝熱婆羅門)
선재동자는 선지식을 생각하면서 이사나 마을에 이르러 승열바라문이 모든 고행을 닦으며 온갖 지혜를 구하는 것을 보니, 사면에 이는 불 무더기가 큰 산과 같은데 그 속에 칼산이 있어 높고 가파르기 그지없었다.
승열바라문이 그 산 위에 올라가서 몸을 날려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선재동자가 그의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보살도를 묻자,
승열바라문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만일 이 칼산 위에 올라가서 몸을 날려 불 무더기에 던지면 모든 보살행이 다 청정하여질 것이다."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람의 몸을 얻기 어렵고, 모든 난을 여의기 어렵고, 청정한 법을 얻기 어렵고, 부처를 만나기 어렵고. 불법을 얻기 어렵고, 선지식을 만나기 어렵고, 이치대로 가르침을 받기 어렵고, 법을 따라 행하기 어렵다더니, 이것은 마(魔)가 아닌가.마가 시키는 것이 아닌가. 마의 험악한 무리가 보살인 듯이 선지식의 모양을 꾸며 나에게 선근난(善根難)을 짓고 수명난(壽命難)을 지어서 나의 온갖 지혜의 길을 닦는 것을 장애하고 나를 끌어서 나쁜 길에 들어가게 하고, 나의 법문을 막고 나의 불법을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
이렇게 생각할 때에 십천 범천과 마의 무리와 자재천왕과 화락천왕과 도솔천왕.천자. 천녀와 삼십삼천과 야차왕과 건달바왕과 아수라왕과 가루라왕과 긴나라왕과 욕계제천이 허공 중에서 바라문의 덕을 찬탄하며 의심을 사라지게 하는 법문을 하였다.
선재동자는 법문을 듣고 바라문에 대하여 진실한 선지식이란 마음을 일으켜 엎으려 절하고 말하였다.

"제가 대성인인 선지식에 착하지 못한 마음을 내었습니다.
저의 참회를 받아주소서."

승열바라문이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보살이 누구든지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르면
모든 의심과 두려움이 없어지고
편안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리라
마땅히 알라 이런 사람들은
광대한 이익 얻으리니
보리수 아래 앉아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리라

선재동자는 즉시 칼산에 올라가서 몸을 불구덩이에 던졌다. 내려가는 중간에 보살의 잘 머무는 삼매(善佳三昧)를 얻었고, 몸이 불꽃에 닿자 또 보살의 고요하고 즐거운 신통삼매(寂靜樂神通三昧)를 얻었다.
그리하여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매우 신기합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러한 칼산과 불 무더기에 나의 몸이 닿을 적에 안온하고 쾌락하였습니다."

이때 바라문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함이 없는 바퀴 해탈문(菩薩無 輪解脫門)’을 얻었을 뿐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사자분신(師子奮迅)성이 있고 그 성안에 자행(慈行)동녀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하직하였다.

11) 자행동녀(慈行童女)
선재동자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사자분신성에 이르러 여러 곳으로다니면서 자행동녀를 찾았다.
이 동녀는 사자당왕의 딸로서 오백동녀가 시종이 되고 비로자나 궁전에 있으며, 묘한 법을 연설한다고 들었다. 선재동자는 비로자나 공전에 들어가 자행동녀에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를 물었다.
그때 자행동녀가 선재동자에게 자신의 궁전에 장엄한 것을 보라고 하였다.
선재동자가 엎드려 절하고 살펴보았다.
낱낱 벽과 기둥과 거울과 장엄구 등에 다 법계의 일체 여래가 초발심(初發心)으로 쫓아 보살행을 닦고 큰 서원을 만족하고 공덕을 구족하여 등정각을 이루고 묘법륜을 굴리다가 열반에 드시는 일이 영상처럼 나타나니, 마치 깨끗한 물속에 허공 일월(日月) 성수(星宿) 등 모든 물상이 비치는 듯하였다.
이런 것이 모두 자행동녀가 과거세에 심은 선근(善根)의 힘이었다. 이때 선재동자는 궁전의 장엄에서 친견한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모습을 생각하면서 합장하고 자행동녀를 쳐다보았다.
자행동녀가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것은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般若波羅蜜普莊嚴門)이다. 내가 삼십육 항하사의 부처님 계신 데서 이 법을 얻었는데 여래께서 각각 다른 문으로써 나로 하여금 이 반야바라밀로 둘 장엄하는 문에 들어가게 하셨다. "

선재동자가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의 경계 ‘는 어떠합니까."

자행동녀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에 들어가서 수순하여 사유 관찰하고 기억 분별할 때에 보문(普門)다라니를 얻으니 백만 아승지 다라니문이 앞에 나타났다.
이른바 불찰(佛刹) 다라니문 .불(佛)다라니문. 법다라니문.중생다라니문.자심청정다라니문 등이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해탈문(般若波羅蜜普莊嚴門)’만 알 뿐, 보살의 온갖 공덕 행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선남자여,
남방에 한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삼안(三眼)이고 거기에 선견(善見)비구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그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우러러 보면서 하직하였다.

12) 선견비구(善見比丘)
선재동자는 삼안국에 이르러 선견비구를 두루 찾아 다니다가 선견비구가 숲속에서 왔다갔다 거닐고 있음을 보았다.
젊은 나이에 용모가 아름답고 단정하고 보기에 반가웠다.
검푸른 머리카락이 오른쪽으로 돌아 어지럽지 아니하고, 정수리에는 살상투가 있고, 피부가 금빛이고, 목에는 세줄 무늬가 있고, 이마는 넓고 반듯하며, 눈은 길고도 넓어 청련화 같고, 입술은 붉고 깨끗하여 빈바 나무 열매 같으며, 가슴에는卍 자가 잇는 등, 거룩한 모습과 잘 생긴 모양이 모두 원만하고 둥근 광명이 한 길이었다. 지혜는 넓어 큰 바다와 같아 경계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며, 부처님께서 행하시던 평등한 경계를 얻었으며 크게 가엾이 여김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잠깐도 버리지 않으며, 일체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하며, 여래의 법안을 열어 보이기 위하며, 여래의 행하던 길을 밟기 위하여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자세히 살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합장 예배하고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선견비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나이도 젊고 출가한 지도 오래지 않으나 부처님 처소에서 범행을 깨끗이 닦아 육바라밀을 만족하였다. 또 그 부처님의 본원과 삼매의 원력으로 모든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일체행 삼매에 들어간 힘으로 모든 보살행을 깨끗이 닦으며, 보현승의 뛰어난 힘으로써 일체 부처님의 바라밀을 청정히 하였다.
또 선남자여,
내가 거닐 때 잠깐 동안에 모든 세계가 앞에 나타났으니 지혜가 청정한 까닭이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수순해탈문(菩薩隨順燈解脫門)’만 알거니와 보살의 무량공덕 행이야 어찌 알겠는가. 여기서 남쪽으로 명문국(名聞國)의 물가에 자재주(自在主))동자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을지니라."

13) 자재주동자(自在主童子)
선재동자는 명문국 물가에서 자재주동자가 십천동자에게 둘러싸여 모래를 모아 장난하고 있음을 보았다.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서 자재주동자가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옛적에 문수사리에게서 서(書)·수(數)·산(算)·인(印) 등 법을 배워서 ‘온갖 공교한 신통과 지혜의 법문(一切工巧智法門)’에 오입(悟入) 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법문을 인하여 세간의 글씨.수학.산수.결인.십팔계. 십이처 등의 법을 알았다.
또 풍병.간질.조갈.헛것. 들리는 모든 병을 치료하며, 성읍.마을.동산.누각.궁전.가옥들을 세우기도 하고 갖가지 약을 만들기도 하고,농사하고 장사하는 직업을 경영하기도 하여 취사 진퇴에 모두 적절히 하였다.
또 중생의 모습을 잘 분별하여 선을 짓고 악을 지어 착한 길 나쁜 길에 태어날 것을 알며, 이 사람은 성문의 법을 얻고 이 사람은 연각의 법을 얻고 이 사람은 온갖 지혜에 들어가는 일을 잘 알고, 중생에게 그 법을 배우도록 하며 증장하고 결정하여 구경에 청정케 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또 보살의 계산하는 법을 알았으니, 나는 이 보살의 산수하는 법을 한량없는 유순의 광대한 모래더미를 계산하여 그 안에 있는 알맹이 수효를 다 알고, 또 시방세계의 갖가지 차별과 머물러 있음을 계산하여 알며, 모든 세계의 넓고 좁음, 크고 작음과 이름을 계산해 알아서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겁의 이름, 부처님 명호, 법, 중생, 업, 보살, 진리 이름을 다 분명히 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공교한 큰 신통과 지혜의 광명법문(一切工巧大神通光明法門)’만 알 뿐이니, 보살의 광대한 공덕행은 여기서 남쪽에 있는 해주성(海住城)의 구족(具足)우바이에게 가서 묻도록 하라."

14) 구족우바이(具足優婆夷)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해주성에 이르러 구족우바이 집을 찾았다.
그 집은 매우 넓은 보배 담 사면에 보배로 장엄한 문이 있었다.
선재동자가 들어가보니 우바이가 보배자리에 앉았는데 젊은 나이에 살결이 아름답고 단정하며 소복단장에 머리카락을 드리우고 있었다.
몸에 영락은 없으나 그 몸 모습과 위덕과 광명이 불 보살을 제하고는 미칠 자가 없었다.
집안에 의복이나 음식 살림도구는 없고 다만 그 앞에 조그만 그릇 하나를 놓았다.
또 일만 동녀가 둘러 보시고 시중들고 있었다.
그 동녀들의 몸에서 풍기는 묘한 향기를 맡기만 하면 누구든지 물러가지 아니하고, 모든 번뇌심을 여의고, 그 소리를 들은 이는다 기뻐하고, 그 모습을 보는 이는 탐욕이 없어졌다.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구족우바이는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다함 없는 복덕장해탈문(無盡福德藏解脫門)’을 얻었으므로 이렇게 작은 그릇에서도 중생들의 갖가지 욕망을 채우고 갖가지 맛 좋은 음식으로 모두 배부르게 한다. 가령 시방세계 중생들에게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모두 배부르게 하여도 그 음식은 다하지도 적어지지도 않는다. 음식이 그러한 것처럼 갖가지 좋은 맛. 자리. 의복.와구. 수레.꽃.화만. 향.바르는 향. 사르는 향. 가루향.보배. 영락. 당기.번기.일산.살림가구들도 좋아하는 대로 모두 만족케 한다.
또 선남자여.
시방세계에 있는 일생보처보살이 나의 음식을 먹으면 모두 보리수 아래 도량에 앉아서 마음을 항복받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함 없는 (無盡福德藏解脫門)’만 알 뿐이니, 보살의 무량 공덕 행은 남쪽 대흥성(大興城)의 명지(明智)거사를 찾아가서 묻도록 하라. "

15) 명지거사(明智居士)
선재동자는 대흥성에 이르러 성내 네거리 칠보대 위에 앉은 명지거사를 보았다.
명지거사는 보살도를 배우고자 하는 선재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마음대로 복덕을 내는 광 해탈문(隨意出生福德藏解脫門)을 얻었으므로 무릇 필요한 것은 다 소원대로 된다.
이른바 의복, 영락, 음식, 탕약, 집, 평상등 필요한 물건이 찾는대로 만족하며 내지 진실한 법문까지 연설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뜻대로 복덕을 내는 광 해탈문(隨意出生福德藏解脫門)’만 알 뿐이다.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은 사자궁(師子宮)이요, 거기에 법보계(法寶계)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도를 닦지는 묻도록 하라."

16) 법보계장자(法寶계長者)
선재동자는 남쪽으로 가서 사자궁성을 향해 법보계장자를 찾았다.
그 장자가 마침 저자에 있음을 보고 그 앞에 나아가 절하고 보살도를 물었다.
이때 장자는 선재동자의 손을 잡고 거처하는 집으로 가서 우선 그 집을 보라고 하였다.
선재동자가 그 집을 살펴보니 맑고 눈부신 진금으로 이루어지고 갖가지 보배로 장식되었으며 십 층 팔문(十層八門)으로 굉장히 넓었다.
선재동자가 들어가 차례로 살펴보았다.
맨아래 층에서는 음식을 보시하고,
제이 층에서는 의복을 보시하고,
제삼층에서는 모든 장엄거리를 보시하고,
제사층에서는 여러 채녀와 온갖 진귀한 보물을 보시하고,
제오층에서는 제오지보살이 운집하여 법을 설해 세간을 이롭게 하고, 모든 다라니문과 삼매의 결인과 삼매의 행과 지혜의 광명을 성취하였다,
제육층에서는 보살들이 매우 깊은 지혜를 이루어 법의 성품을 분명하게 통달하였다.
광대한 다라니와 삼매의 걸림없는 문을 성취하여 다니는 데에 걸림이 없고 두 가지 법에 머무르지 않으며 한량없는 반야바라밀문을 나타내었다.
제칠층에서는 보살들이 메아리 같은 지혜를 얻고 방편 지혜로 분별 관찰하여 벗어남을 얻었다.
제팔층에는 한량없는 보살들이 그 안에 모였는데 모두 신통을 얻고 한 음성으로 시방에 두루하고 몸이 모든 도량에 나타나 온 법계에 두루하였다.
그리고 부처님 경지에 들어가 부처님 몸을 보고 부처님 대중 가운데 상수가 되어 법을 연설하였다.
제구층에서는 일생보처보살들이 모여 있었다.
제십층에서는 일체 여래께서 가득 계시는데 처음 발심한 때로부터 내지 법륜 굴리어 중생을 조복하는 등 여러 가지를 분명히 보게 하였다.
이러한 과보는 과거세 원만장엄세계의 무변광명법계장엄왕 부처님께 음악을 연주하고 향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부처님과 선지식을 친견하고 법을 들었기 때문이라 하였다.
이어서 법보계장자는 다만 ‘보살의 항량없는 복덕보배광해탈문(菩薩無量福德寶藏解脫門)’만알 뿐이므로, 남쪽 등근(藤根)나라 보문성( 普門城)의 보안(普眼)보살을 찾아가 묻도록 권하였다.
선재동자는 엎드려 절하고 하직하였다.

17) 보안장자(普眼長者)
선재동자는 보문성으로 보안장자를 찾아가 보살도를 묻자, 장자가 말씀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병을 안다. 풍병, 황달, 해소, 열병, 귀신과 독충, 수재, 화재로 인해 생기는 온갖 병을 모두 방편으로 치료한다.
누구든지 병이 있는 이가 내게 오면 다 치료하여 낫게 하며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여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한다.
그런 뒤에 그들에게 알맞는 법을 말해준다.
탐욕이 많은 이에게는 부정관을 가르치고, 미워하고 성 잘 내는 이에게는 자비관을 가르치고, 어리석음이 많은 이에게는 여러 가지 법의 모양을 분별하도록 가르친다.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내게 하려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대비의 생각을 일으키게 하려고 생사의 무량 고통을 나타내며 공덕을 중장케 하려고 한량없는 복과 지혜 모으는 것을 찬탄하고, 큰 서원을 세우게 하려고 모든 중생 조복하는 것을 칭찬하며, 보현행을 닦게 하려고 보살들이 모든 세계에서 온갖 겁 동안에 여러 가지 행 닦는 것을 설한다.
그들로 하여금 부처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게 하려고 단바라밀(檀波羅蜜)을 칭찬하며, 부처의 깨끗한 몸을 얻어 온갖 곳에 이르게 하려고 시바라밀(尸波羅蜜)을 칭찬하며, 부처님의 청정하고 불가사의한 몸을 얻게 하려고 인바라밀(忍波羅蜜)을 칭찬하며. 여래 이길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정진바라밀(精進波羅蜜)을 칭찬하며, 청정하고 같을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선바라밀(禪波羅蜜)을 칭찬하며, 여래의 청정하 법신을 드러내게 하려고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칭찬한다.
그들에게 세존의 청정한 색신을 나타내게 하려고 방편바라밀(方便波羅蜜)을 칭찬하며. 중생들의 위하여 모든 겁에 머물게 하려고 원 바라밀을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모든 부처님 세계를 지나가게 하려고 역바라밀(力波羅蜜)을 칭찬하며, 청정한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기쁘게 하려고 지바라밀(智波羅蜜)을 칭찬하며, 끝 가지 깨끗하고 묘한 몸을 얻게 하려고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을 아주 떠날 것을 칭찬한다.
이와 같이 보시하여 각각 돌아가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또 여러 가지 향을 만드는 중요한 법을 안다.
그 향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소원이 만족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널리 부처님을 뵙고 환희케 하는 법문( 令一切衆生普見諸佛歡喜法門)’만 알 뿐이다. 보살마하살의 무량공덕행은 남쪽 다라당성(多羅幢城)의 무염족왕(無厭足王)에게 가서 물을 지니라."

18) 무염족왕(無厭足王)
선재동자는 점점 남쪽으로 가서 다라당성에 다다랐다.
무염족왕은 나라연 금강좌에 앉았으며 그 앞에는 십만 군졸이 있었다.
많은 중생들이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목숨을 살해하거나 유부녀를 간통하거나 삿된 소견을 내었거나 원한 탐욕 질투를 품었거나 하여 그러한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몸에 오랏줄을 지고 왕의 앞에 끌려오며 저지른 죄에 따라서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었다,
손과 발을 끊기도 하고 귀와 코를 베기도 하고 눈을 뽑고 머리도 찧으며 가죽을 벗기고 타는 불에 지지기도 하여 고통에 한량없으니 부르짖고 통곡하는 형상이 중합대지옥(衆合大地獄)과 같았다.
선재동자는 이것을 보고 ‘나는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고 보살행을 구하고 보살도를 닦는데, 이 왕이 선한 법은 하나도 없고 큰 죄업을 지으며 중생을 핍박하여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장래의 나쁜 길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어떻게 여기서 법을 구하며 대비심을 내어 중생을 구호하겠는가 ’라고 생각하였다.
그때에 공중에서 ‘마땅히 보안장자의 가르침을 생각하라 ’는 말이 들려왔다. 선재동자는 그 말을 듣고 왕의 앞에 엎드려 보살도를 물었다.
그러자 왕은 일을 마치고 선재동자의 손을 잡고 궁중으로 들어가서 함께 앉았다.
왕은 선재에게 궁전을 보라고 하면서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만일 참으로 악한 업을 짓는다면 이런 과보와 이런 육신과 이런 권속과 이런 부귀와 이런 자유자재함을 얻었겠는가.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환과 같은 해탈(菩薩如幻解脫) ’을 얻었다.
선남자여,
나의 국토에 있는 중생들은 살생하고 훔치고 내지 삿된 소견을 가진 이가 많아서 다른 방편으로는 그들의 나쁜 업을 버리게 할 수 없다. 나는 저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나쁜 사람으로 화하여 여러 가지 죄악을 짓고 갖가지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생들이 보고서 무서운 마음을 내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겁나는 마음을 내어 그들이 짓던 모든 나쁜 업을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려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교묘한 방편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열가지 나쁜 업을 버리고 열 가지 착한 도를 행하여 구경에 쾌락하고 편안하며, 필경에 온갖 지혜의 지위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다.
나의 몸이나 말이나 뜻은 지금까지 한 중생도 해친 일이 없다. 내 마음에는 차라리 미래에 무간고를 박을지언정 잠깐만이라도 모기 한 마리 개마 한 마리도 괴롭게 하려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는데,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사람은 복전(福田)이니 모든 선법(善法)을 능히 내는 까닭이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여환(如幻) 해탈만 얻었다.
여기서 남쪽으로 묘광성(妙光城)에 대광왕(大光王)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19) 대광왕(大光王)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지식 법문을 생각하며 남쪽으로 가서 묘광성의 대광왕을 찾아 보살도를 물었다.
왕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인지한 당기의 행을 닦으며, 그것을 만족하였다.
나는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이 법을 묻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닦아서 장엄하였다.
나는 이 법으로 왕이 되고 이 법으로 가르쳐, 내 나라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나에게 두려워함이 없다.
선남자여,
이 묘광성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보살들로서 대승의 뜻을 내었으며, 마음의 욕망을 따라서 보는 것이 같지 않다.
어떤 이는 이 성이 좁다고 보고 어떤 이는 성이 넓다고 보며, 흙과 자갈로 땅이 된 것이라 보기도 하고 여러 보배로 장엄한 줄로 보기도 하며, 흙을 모아 담을 쌓은 줄로 보기도 하고 보배로 쌓은 담이 둘리었다고 보기도 한다.
선남자여,
만일 어떤 중생이 그 마음이 청정하고 일직이 선근을 심어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발심하여, 온갖 지혜의 길로 나아갈 마음을 내어서 온갖 지혜로써 구경처를 삼거나, 또는 내가 과거에 보살 행을 닦을 때에 거두어 주었던 사람이면, 곧 이 성이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다고 보지만, 다른 이들은 더러운 줄로 본다.
선남자여,
이 국토에 잇는 모든 중생들이 오탁 악세에서 나쁜 짓을 하기 좋아하므로 내가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구호코자 하여 ‘보살의 크게 인자함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주는 삼매문(菩薩大慈爲首隨順世間三昧門)’에 들어가게 한다.
이 삼매에 들어가는 때에는 중생이 가졌던 무서워하는 마음, 해롭게 하는 마음, 원수로 생각하는 마음, 다투는 마음들이 모두 소멸된다.
왜냐하면, 보살들의 인자한 마음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주는 삼매에 들어가면 으레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스스로 마땅히 보게 되리라."

그때에 대광왕이 이 삼매에 들어가니, 그 성의 안팎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일체 중생이 왕에게 예배하고 공경 공양하였다.
다시 대광왕이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인자함이 으뜸이 되어 세간을 따라주는 삼매문(菩薩大慈爲首隨順世間三昧門)’만 알 뿐이다.
여기서 남쪽 안주(安住)성에 부동(不動)우바이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20) 부동우바이(不動優婆夷)
선재동자는 남쪽으로 안주성에 이르러 부동우바이를 찾았다.
부동우바이는 처녀로 집에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많은 친족들에게 묘한 법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동우바이의 집에는 금빛 광명이 두루 비치는데, 이 광명을 받는 이는 몸과 뜻과 청량하였다.
선재동자는 광명이 몸에 비침에 곧 오백 가지 삼매의 문을 얻었다.
그때 선재동자가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였다.
이 여인의 몸은 자유자재하여 헤아릴 수 없으며, 빛깔과 용모는 그와 같을 이가 이 세상에 없고 광명은 사무치게 비추어 그를 장애할 것이 없어서 중생들을 위하여 많은 이익을 지으며, 털구멍에서는 묘한 향기가 항상 나오고, 권속이 그지없고, 궁전이 제일이며, 공덕이 깊고 넓어서 끝 닿은 데를 알 수 없었다.
선재동자는 환희한 마음을 내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부동우바이가 말씀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꺽을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견고하게 받아 지니는 수행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모근 법에 평등한 모두 지니는 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법을 밝히는 변재의 문을 얻었으며, 보살의 ‘모든 법을 구하여 싫어함이 없는 삼매의 광명문(求一切法無厭足三昧光明門)’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다시 보살의 꺽을 수 없는 지혜장해탈문과 내지 모든 법을 구하여 고달픔이 없는 삼매문의 경계가 어떠한지 물었다.
그것은 알기 어렵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간청하는 선재동자에게 부동우바이는 지난 세상 인연을 일러주었다.

"지난 니구겁수비 부처님때 전수라는 국왕의 딸로서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들은 이후 항상 부처님을 뵙고 보살의 온갖 법을 구하여 모든 법을 구하여 싫음이 없는 장엄삼매문과 내지 만가지 삼매문에 들게 하였다."

부동우바이가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법을 구하여 싫어함이 없는 삼매의 광명문(求一切法無厭足三昧光明門)’을 얻어 모든 중생에게 미묘한 법을 말하여 기쁘게 할 뿐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큰 성 도살라(無量都菩薩)에 출가외도인 변행(遍行)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가 그의 발에 예배하고 떠났다.

21) 변행외도(遍行外道)
선재동자는 여러 나라를 지나서 도살라성에 이르렀다. 해가 질무렵 성중에 들어가서 상점과 골목과 네거리로 다니면서 변행외도를 찾았다.
성 동쪽에 있는 산꼭대기에 광명이 환하게 비치므로 산으로 올라가보니 변행외도가 산 위의 평탄한 곳에서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선재동자가 그 앞에 나아가 엎드려 절하고 보살도를 묻자, 변행외도가 대답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에 편안히 머물렀고 세간을 두루 관찰하는 삼매의 문을 성취하였고,의지한데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력을 성취하였고 넓은 문 반야바라밀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넓은 세간에서 가지가지 방소와 형상과 행과 이해로 온갖 길에 나고 죽어서 여러가지 소견에 빠진 중생들을 갖가지 방편과 지혜의 문으로 이익케 하노라."

변행외도는 다만 이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至一切處菩薩行門)’만을 알 뿐, 저 보살마하살들의 공덕행은 남쪽 광대국(廣大國)에서 향파는 장자(육香長者)인 우발라화(優鉢羅華)를 찾아가 묻도록 선재에게 일러주었다.
선재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물러갔다.

22) 육향장자(육香長者)
선재동자는 광대국에 이르러 육향장자를 찾아가 보살도를 물었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여 알며, 모든 향을 조화하여 만드는 법을 안다.
이른바 모든 향, 사르는 향, 바르는 향, 가루 향이며, 이런 향이 나는 곳도 아노라.
그 모든 향과 향이 나는 곳에 대하여 말한 장자는 다만 ‘향을 화합하는 법(調和香法門)’만 알 뿐이며, 보살 마하살들의 청정한 행은 남쪽누각성(樓閣城)의 바시라(婆施羅) 뱃사공에게 가서 묻도록 하였다.

23) 바시라선사(婆施羅船師)
선재동자는 누각성에 이르렀다.
성문 밖 바닷가에 있으면서 장사하는 이들과 많은 대중에게 둘러 싸여서 바다의 일을 말하며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방편으로 일러주고 있는 그 뱃사공을 만나 보살도를 물었다.

"선남자여,
나는 이 성이 바닷가에 있으면서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菩薩大悲幢行)’을 깨끗하게 닦았노라.
나는 염부제에 있는 빈궁한 중생들을 보고 그들을 이익케 하려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그들의 소원을 모두 만족케 한다.
먼저 세상 물건을 주어 마음을 채우고 다시 법의 재물을 보시하여 환희케 하며, 복덕의 행을 닦게 하고, 지혜를 내게 하고, 선근의 힘을늘게 하고,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보리의 원을 깨끗하게 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힘을 견고하게 하고, 생사를 없애는 도를 닦게 하고, 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행을 내게 하고, 모든 중생바다를 거둬주게 하고, 모든 공덕바다를 닦게 하고, 모든 법 바다를 비추게 하고, 모든 부처바다를 보게 하고, 온갖 지혜의 지혜바다에 들어가게 한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바다에 있는 모든 것을 알아 중생들을 이익케 하며, 큰 배를 가지고 다니지만 한번도 실수한 일이 없다.
어떤 중생이 내 몸을 보거나 내 법을 들은 이는 영원히 생사의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고 온갖 지혜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애욕에 바다를 말리고 지혜의 광명으로 세 세상 바다를 비추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를 깨끗이 하고, 모든 세계바다를 빨리 청정케 하며, 시방의 큰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중생의 근성바다를 알고, 모든 중생의 수행바다를 순종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당기의 행(大悲幢行法門)’을 얻었으므로, 만일 나를 보거나 내 음성을 듣거나 나와 함께 있거나 나를 생각하는 이는 하나도 헛되지 않게 하거니와,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행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 가락성(可樂成)에 무상승(無上勝)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울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24) 무상승장자(無上勝長者)
선재동자가 가락성에 이르렀다.
무상승장자가 그 성의 동쪽 크게 장엄한 당기 근심없는 숲속에서 한량없는 장사하는 이들과 거사들에게 둘러 싸여 법을 설하고 있었다.
선재동자가 그의 발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이미 내었도다.

"나는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의 행하는 문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어떤 것을 보살의 모든 곳에 이르는 문이라 하는가.
나는 이 삼천 대천세계의 욕심세계에 사는 중생들 가운데서 법을 말한다.
그리하여 그른 법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제하고, 성냄을 그치고, 원수를 풀고, 속박을 벗고, 옥에서 나오고, 두려움을 없애고,살생을 끊으며, 내지 삿된 소견과 모든 악업을 모두 금하게 하며, 모든 착한 법을 순종하며 행하고, 모든 기술을 닦아 익히어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하며, 그들에게 갖가지 언론을 분별하여 환희심을 내고, 점점 성숙하게 하며, 외도를 따라서 훌륭한 지혜를 말하여 모든 소견을 끊고, 불법에 들어오게 훌륭한 법을 말한다.
이 삼천 대천세계에서와 같이 내지 시방세계에서도 나는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곳에 이르는 보살이 수행하는 청정한 법문(至一切處修菩薩行淸淨法文)’과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한 힘만 알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한량없는 공덕행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수나(輸那)라는 나라 가릉가숲(迦陵迦林)성에 사자빈신(師子頻申)비구니가 있다.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물러갔다.

25) 사자빈신비구니(師子頻申比丘尼)
선재동자가 그 나라에 이르러 사자빈신비구니를 두루 찾았다.
그 비구니는 승광왕(勝光王)이 보시한 햇빛동산에서 법을 설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케 한다 고들 말하였다.
선재동자는 그 동산에 가서 두루 살펴보았다.
그리고 사자빈신비구니가 모든 보배나무 아래 놓인 사자 좌에 두루 앉아 있음을 보았다.
몸매가 단엄하고, 위의가 고요하며, 여러 감관이 조화하여 큰 코끼리 같고, 세상 법에 물들지 않음은 연곷과 같으며, 마음에 두려움이 없기는 사자왕과 같고, 깨끗한 계율을 보호하여 흔들리지 않음은 수미산과 같으며, 보는 이마다 서늘케 함은 묘한 향과 같고, 여러 중생의 번뇌를 덜어 줌은 설산에 있는 전단향과 같으며, 보는 중생의 괴로움이 소멸함은 선견약과 같고, 보는 이마다 헛되지 않음은 바루나 하늘과 같으며, 모든 선근을 길러 줌은 기름진 밭과 같았다.
낱낱 사자좌에 모인 대중도 같지 아니하고 말하는 법문과 각각 달랐다.
어떤 자리에는 정거천 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대자재천자가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다 함이 없는 해탈이다.
어떤 자리에는 범천무리가 둘러 앉았는데, 애락범천왕(愛樂梵天王)이 우두머리가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이 차별하고 청정한 음성바퀴(普門差別淸淨言音輪)이다.
내지 어떤 자리에는 십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걸림없는바퀴며, 어떤 자리에는 금강저를 든 신장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금강지혜의 나라연 장엄이다.
선재동자가 보니, 이러한 여러 길에 있는 중생들로서 이미 성숙한 이와 이미 조복한 이와 법 그릇 될 만한 이들은 이 동산에 들어와서, 제각기 자리 아래 둘러 앉았는데 사자빈신비구니가 그들의 욕망과 이해함이 수승하고 못한 차별을 따라서 법을 말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였다. 왜냐하면 이 비구니는 넓은 눈으로 모두 버리는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불법을 말하는 반야바라밀문과, 법계가 차별한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장애를 없애는 바퀴 바야바라밀문과, 모든 중생의 착한 마음을 내는 반야바라밀문과, 훌륭하게 장엄한 반야바라밀문과, 걸림없는 진실한 광 반야바라밀문과, 법계에 원만한 밤야바라밀문과, 마음 갈무리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것을 내는 광반야바라밀문에 들어갔으며, 이 열 가지 반야바라밀문을 으뜸으로 삼아 수없는 백만 반야바라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햇빛동산에 있는 보살과 중생들은 다 사자빈신비구니가 처음으로 권하여 마음을 내게 하였고 바른 법을 받고 지니고 생각하고 닦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한 이들이다.
이때 선재동자는 사자빈신비구니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한량없는 백천만 바퀴를 돌고는 합장하고 서서 보살도를 여쭈었다.
비구니는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成就一切智解脫)을 얻었노라."

선재가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온갖 지혜를 성취한다고 합니까."

"선남자여,
이 지혜의 광명은 잠깐 동안에 세 세상 모든 법을 두루 비추느니라. "

"거룩하신 이여, 이 지혜의 광명은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비구니가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 지혜의 광명 문에 들어가서 모든 법을 내는 삼매왕을 얻었으며, 이 삼매를 인하여 뜻대로 태어나는 몸은 얻게 되었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중생을 보아도 중생이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지혜의 눈으로 보는 까닭이다.
모든 말은 들어도 말이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마음에 집착이 없는 까닭이다.
모든 여래를 뵈어도 여래는 분별를 내지 않으니 법의 몸을 통달한 까닭이다
모든 법륜을 머물러 가지면서도 법륜이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성품을 깨달은 까닭이다.
한 생각에 모든 법을 두루 알면서도 모든 법이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이 환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온갖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成就一切智解脫)’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행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 험난(險難)국의 보장엄(寶莊嚴)성에 바수밀다(婆須蜜多)여인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26) 바수밀다여인(婆須蜜多女)
선재동자는 험난국의 보장엄성에 이르러 간 데마다 바수밀다여인을 찾았다.
성중의 어떤 사람은 그 여인의 공덕과 지혜를 알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동자는 여러 근이 고요하고 지혜가 명료하며, 미혹하지도 산란하지도 않으니, 그 바수밀다 여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이나 뒤바뀐 마음이 없을 것이며,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거나 욕심을 내어서 이 여인에게 반하지도 아니 할 것이다.
이 동자는 마의 행을 행하지도 않고 마의 경계에 들어 가지도 않고 탐욕의 수렁에 빠지지도 않고 마의 속박을 받지도 아니하여, 하지 아니 할 것은 능히 하지 아니 할 것이거늘, 무슨 뜻으로 그 여인을 구하는가.
그 사람들 중에는 여인이 지혜가 있는 줄을 아는 이가 있어서 선재에게 바수밀다의 집이 성중의 저자 북쪽에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선재동자가 집을 찾아 살펴보니 크고, 훌륭하여 보배 등 갖가지로 장엄되어 있었다.
이때 선재동자가 그 여인을 보았다.
용모는 단정하고 모습이 원만하며, 살갗은 금빛이요, 눈매와 머리카락이 검푸르러 길지도 짧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욕심세계의 사람이나 하늘로는 비길 수 없었다.
음성이 미묘하여 범천보다도 뛰어나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말을 모두 구족하여 알지 못함이 없었으며, 글자와 문장을 잘 알고 언론이 능란하며, 환과 같은 지혜를 얻어 방편의 문에 들어갔고 보배 영락과 장엄거리로 몸을 단장하고 여의주 관을 머리에 썼다.
또 한량없는 권속들이 둘러 모셨으니, 선근이 같고 행과 소원이 같고 복덕이 큰 갈무리가 구비하여 다하지 아니하였다.
그 때 바수밀다 여인의 몸에서 광대한 광명을 놓아 그 집의 모든 궁전을 비추니, 이 광명을 받는 이는 모두 몸이 서늘하고 상쾌하였다.
선재동자가 보살도를 묻자, 바수밀다녀는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탐욕의 즈음을 여읨(菩薩離貪際解脫)’이니라.
그 욕락을 따라 몸을 나타내노니 하늘이 나를 볼 때에는 나는 천녀의 형상이 되어 광명이 훌륭하여 비길 데 없으며 그와 같이 내지 사람이나 사람 아닌 이가 볼 때에는 나도 사람과 사람 아닌 이의 여인이 되어 그들의 욕락대로 나는 보게 하노라
어떤 중생이 애욕에 얽매여 나에게 오면 내가 법을 말함에, 그가 법을 듣고는 탐욕을 여의고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보아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의 환희한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와 말하여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의 걸림없는 음성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내 손을 잡으면 탐욕을 여의고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에 두루 가는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내 자리에 잠깐만 올라와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의 해탈한 광명의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살펴보아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의 적정하고 장엄한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의 활개를 뻗는 것을 보아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이 외도를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나의 눈 깜짝이는 것을 보아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의 부처 경계 광명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나를 끌어 안아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이 중생을 거두어 주고 떠나지 않는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나의 입술을 빨아도 탐욕을 여의고 보살이 모든 중생의 복덕을 늘게 하는 삼매를 얻는다.
무릇 중생들이 나에게 가까이 하면 모두 탐욕을 여의는 데 머물러 보살의 온갖 지혜 앞에 나타나는 걸림없는 해탈에 들어가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탐욕의 즈음을 여읜 해탈(菩薩離 際解脫)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 선도(善度)성에 비슬지라(비瑟지羅)거사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27) 비슬지라거사
그 때 선재동자는 점점 가다가 선도성에 이르러 거사의 집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보살도를 여쭈었다.
거사가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열반의 즈음에 들지 않음(菩薩所得不般涅槃際)이라.
선남자여, 나는 이렇게 여래가 이미 열반에 드셨다거나, 여래가 지금 열반에 드신다거나, 여래가 장차 열반에 드실 것이라는 생각을 내지 아니한다.
나는 시방 모든 세계의 부처님 여래들이 필경에 열반에 드시는 분이 없는 줄 아노니,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 일부러 보이시는 것은 제외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전단좌여래의 탑 문을 열 때에 삼매를 얻었으니 이름이 부처의 종자가 다함이 없음이라.
나는 생각마다 이 삼매에 들고 생각마다 모든 한량없이 훌륭한 일을 아느니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그 삼매는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거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삼매에 들고는 차례차례 이 세계의 부처님들을 다 뵈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이 얻는 열반의 즈음에 들지 않는 해탈(菩薩不般 涅槃際解脫)’만 얻었을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으로 보달락가산(補달洛迦山)에 관자재(觀自在)) 보살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그리고 게송을 말씀하였다.

바다 위에 산이 있고 성현들 많으며
보배로 이루어져 매우 깨끗하다
꽃과 과일나무들이 우거져 섰고
샘과 못과 시냇물이 갖춰 있도다
용맹한 장부이신 관자재보살
중생을 이익하려 이 산에 머무시니
그대는 가서 공덕 묻도록 하라
그대에게 큰 방편을 보여주시리라

28)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그 산에 이르러 관자재보살을 찾았다.
문득 바라보니, 서쪽 골짜기에 시냇물이 굽이져 흐르고 수목이 우거져 있으며 부드러운 향 풀이 오른 쪽으로 쏠려서 땅에 깔렸는데, 관자재보살이 금강보석 위에 결가부좌하고 있었다.
한량없는 보살들도 보석 위에 앉아서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관자재보살이 대자 대비한 법을 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게 하였다.
선재동자가 보고는 환희 용약하면서 합장하고 곧 대보살이 계신 데로 나아갔다.
그때 관자재보살은 멀리서 선재동자를 보고 말씀하였다.

"잘 왔도다.
그대는 대승의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널리 거두어 주고 여래의 지혜 광명에 편안히 머물러 있도다."

선재동자가 관자재보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서서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여쭈었다.
보살이 말씀하였다.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가엾게 여기는 행의 해탈문(菩薩大悲行門)을 성취하였노라.
나는 보살의 크게 가엾게 여기는 행의 문으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교화하여 끊이지 아니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대비행문을 머물렀으므로 모든 여래의 처소에 항상 있으며, 모든 중생들 앞에 항상 나타나서, 보시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布施攝), 사랑하는 말로써 하기도 하고 (愛語攝), 이롭게 하는 행으로써 하기도 하고 (利行攝), 같이 일함으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同事攝), 샌신을 나투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고 하고, 가지가지 불가사의한 빛과 깨끗한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며, 음성으로써 하기도 하고, 위의로써 하기도 하며,법을 말하기도 하고, 신통변화를 나타내기도 하여, 그 마음을 깨닫게 하여 성숙케 하기도 하고,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기도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대비행문을 수행하여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한다.
모든 중생이 험난한 길에서 공포를 여의며, 번뇌의 공포, 미혹한 공포, 속박될 공포, 살해될 공포, 빈궁한 공포, 생활하지 못할 공포, 나쁜 이름 얻을 공포. 죽을 공포 여러 사람 앞에서의 공포 나쁜 곳에 태어날 공포 캄캄한 속에서의 공포, 옮겨 다닐 공포 사랑하는 이와 이별할 공포, 원수를 만날 공포, 몸을 핍박하는 공포, 마음을 핍박하는 공포, 금심 걱정의 공포를 여의어지이다 하노라.
또 원하기를 여러 중생이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일컫거나 나의 몸을 보거나 하면, 다 모든 공포를 면하여지이다. 하노라.
또 원하기를, 여러 중생이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일컫거나 나의 몸을 보거나 하면, 다 모든 공포를 면하여지이자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런 방편으로써 중생들의 공포를 여의게 하고, 다시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대비행문(菩薩大悲行門)’을 얻었을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때 동방에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정취(正趣)라, 관자재보살 처소로 오니, 관자재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정취보살이 여기 오는 것을 보는가.
선남자여,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29) 정취보살(正趣菩薩)
이때 선재동자는 가르침을 받들고 그 보살이 계신 데 나아가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보살도를 여쭈었다,
정취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넓은 문 빠른 행(普門速疾行)이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느 부처님에게서 이 법문을 얻었으며, 떠나 오신 세계는 여기서 얼마나 멀며, 떠나오신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정취보살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일은 알기 어려우니라.
선남자여,
나는 동방 묘장(妙藏)세계의 보승생(普勝生)부처님 계신 데로부터 이 세계에 왔으며, 그 부처님 처소에서 이 법문을 얻었고, 거기서 떠난 지는 말할 수 없는 부처세계의 티끌수 겁을 지냈느니라.
낱낱 찰나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걸음을 걸었고, 낱낱 걸음마다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부처의 세계를 지나 왔는데, 낱낱 부처님 세계마다 모두 들어 가서 그 부처님께 아름다운 공양거리로 공양하였으니 그 공양 거리는 모두 위없는 마음으로 이룬 것이며, 지음이 없는 법으로 인정한 것이며, 여러 여래께서 인가한 것이며, 모든 보살이 찬탄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저 세계의 모든 중생을 보고 그 마음을 다 알며 그 근성을 다 알고, 그들의 욕망과 이해를 따라서 몸을 나타내어 법을 말하는데, 광명을 놓기도 하고 재물을 보시하기도 하여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조금도 쉬지 아니하였노라.
동방에서와 같이 남, 서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 하방에서도 그와 같이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넓은 문 빠른 행의 해탈(菩薩普疾行解脫)’ 얻었으므로 빨리 걸어 모든 곳에 이르거니와,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 (墮羅鉢底)성에 대천(大天)신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30) 대천신(大天神)
선재동자는 그 성에 이르러 대천 신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었다.
대천신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보살은 보기 어렵고 세간에 나오는 일이 드물어서 만나기 어려우니, 오직 몸과 말과 뜻에 허물이 없는 이라야 그 형상을 보고 그 변재를 들으며 항상 앞에 나타나시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해탈을 성취하였으니 이름이 구름 그물(雲網解脫)이니라 '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구름 그물 해탈의 경계가 어떠하나이까."

이때 대천은 선재동자 앞에 금 더미와 은 더미등을 수없이 나타내고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물건을 가져다가 여래에게 공양하여 복덕을 닦고 또 모든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로 하여금 보시바라밀을 배우고 버리기 어려운 것들을 버리게 하라.
선남자여,
내가 그대에게 이런 물건을 보여 주고 그대로 하여금 보시를 행하게 하듯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서도 그렇게 하며 이 선근으로써 삼보와 선지식에게 공양하고 공경하여 착한 법을 증장케 하고 위없는 보리심을 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다섯 가지 욕락을 탐하여 방일 하는 이에게는 부정한 경계를 보여 주고, 성 잘 내고 교만하여 언쟁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매우 무서운 형상을 보여 주고, 혼미하고 게으른 이에게는 국왕의 법과 도적과 수재. 화재와 중대한 질병을 보여서 두려운 마음을 내고 근심과 고통을 알아서 스스로 힘쓰게 하노라.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으로써 모든 착하지 못한 행동을 버리고 착한 법을 닦게 하며, 바라밀을 구족케 하며, 모든 험하고 어려운 길을 벗어 나서 장애가 없는 곳에 이르게 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구름 그물 해탈(雲網解脫)‘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閻浮提) 마가다국( 摩竭提國)의 보리도량(菩提場)에 안주(安住)라는 땅 맡은 신 (圭地神)이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을 지니라."
선재동자는 대천신의 발에 절하고 하직하였다.

31) 안주신(安住神)
선재동자가 점점 걸어서 마가다국의 보리도량에 있는 안주신의 처소에 갔다.
백만의 땅 맡은 신들이 함께 있었다.
안주신이 선재에게 말씀하였다.

'잘 왔도다.
동자여, 그대는 이 땅에서 일찍이 선근을 심었으므로 내가 나타내려 하니, 그대는 보려는가."

선재동자가 땅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보려 하나이다. "

이때 안주 신이 발로 땅을 눌러 백천 아승지 보배 광이 저절로 솟아 오르게 하고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보배 광은 그대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것은 그대가 옛적에 심은 선근의 과보며, 그대의 복력으로 유지하는 것이니 그대는 뜻대로 수용할지니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不可壞智慧藏)이라.
항상 이 법으로 중생들을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연등부처님 때로부터 항상 보살을 따라서 공경하고 호위하였으니, 지나간 옛적 달 당기겁의 묘안(妙眼) 부처님에게서 이 법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이 법문을 처음 얻고부터 현겁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여래, 응공, 정등각을 만나서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또 저 부처님들이 보리좌에 나아가 큰 신통을 나타내심을 보았으며, 또 그 부처님들이 가지신 모든 공덕과 선근을 보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깨뜨릴 수 없는 지혜 광 법문(不可壞智慧藏法門)’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행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가다국의 가비라성(迦毘羅城)에 밤 맡은 신(圭夜神)이 있으니, 이름이 바산바연지(婆珊婆演底)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을 지니라."

32) 바산바연지주야신(婆珊婆演底圭夜神)
선재동자가 그 가비라성에 이르렀다.
동문으로 들어가서 잠깐 섰는 동안에 해는 문득 넘어가고, 마음에 보살의 가르침을 순종하면서 저 밤 맡은 신을 보려 하며 선지식은 여래와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그 밤 맡은 신이 허공에 있는 보배 누각의 향연회장(香蓮華藏) 사자 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선재동자는 매우 기뻐서 땅에 엎드려 밤 맡은 신의 발에 절하고 수 없이 돌고 합장하고 보살도를 여쭈었다.
그때 그 밤 맡은 신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깊은 선지식을 공경하여 그 말을 듣고 가르치는 대로 수행하니,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菩薩破一切衆生暗法光明解脫)을 얻었노라.
나는 나쁜 꾀를 가진 중생에게는 크게 인자한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지 못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한 업을 짓는 중생에게는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착하고 나쁜 두 가지 행을 하는 중생에게는 둘이 아닌 마음을 일으키고, 잡되고 물든 중생에게는 깨끗함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삿된 길로 가는 중생에게는 바른 행을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용렬한 이해를 가진 중생에게는 큰 이해를 내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생사를 좋아하는 중생에게는 윤전(輪轉)을 버리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이승의 길에 머문 중생에게는 온갖 지혜에 머물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노라.
나는 이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항상 이런 마음과 서로 응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밤이 깊고 사람이 고요하여 귀신과 도둑과 나쁜 중생들이 쏘다닐 때에나, 구름이 끼고 안개가 자욱하고 태풍이 불고 악수가 퍼붓고 해와 달과 별빛이 어두워 지척을 분별 못할 때에 중생들이 바다에 들어가거나, 육지에 다니거나, 삼림 속에나, 거친 벌판에나 험난한 곳에서 도둑을 만나거나, 양식이 떨어졌거나, 방향을 모르거나, 길을 잃었거나 해서 놀라고 황겁하여 벗어나지 못하는 이를 보고는 가지가지 방편으로 구제하여 주노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는 것을 여러 가지 방편으로 구호하여 바른 소견에 들어서 인간이나 천상에 나게 하노라.
그리고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이 나쁜 길에 떨어질 중생을 구원하는 것처럼, 모든 중생을 널리 구원하여 온갖 괴로움에서 해탈하고 바라밀인, 세상에서 벗어나는 성인의 도에 머물러서 온갖 지혜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며, 보현의 서원을 갖추어 온갖 지혜에 가까워지며 보살의 행을 버리지 않고 부지런히 모든 중생을 교화하게 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이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의 해탈(菩薩破一切衆生暗法光明解脫)’만 알 뿐이다.
선남자여,
이 염부제 마가다국 보리도량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보덕정광(普德淨光)이다.
나는 본래 그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그가 항상 묘한 법으로 나를 깨우쳐 주었느니라.
그대는 가서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33) 보덕정광주야신(普德淨光主夜神)
선재동자가 보덕정광(보德淨光) 밤 맡은 신에게 이르러 보살도를 여쭈었다.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능히 보살의 행을 원만히 하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청정한 삼매를 얻어 모든 부처님을 항상 봄이요,
둘은 청정한 눈을 얻어 모든 부처님의 잘생긴 모습으로 장엄함을 관찰함이요,
셋은 모든 여래의 한량없고 가없는 공덕의 큰 바다를 앎이요.
넷은 법계와 평등한 한량없는 부처님 법의 광명 바다를 앎이요.
다섯은 모든 여래의 털구멍마다의 중생 수효와 같은 큰 광명 바다를 놓아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함이요,
여섯은 모든 여래의 털구멍마다 모든 보배 빛 광명 불꽃 내는 것을 봄이요,
일곱은 생각마다 모든 부처님의 변화하는 바다를 나타내어
법계에 가득하고 모든 부처의 경계에 끝까지 이르러 중생을 조복 함이요,
여덟은 부처님의 음성을 얻고 중생과 말과 같아서 세상 온갖 부처님의 법륜을 굴림이요.
아홉은 모든 부처님의 그지없는 명호 바다를 앎이요.
열은 모든 부처님께서 중생을 조복하시는 불가사의하고 자재한 힘을 앎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고요한 선정의 낙으로 두루 다님(菩薩寂靜禪定樂普遊步)이다.
삼세 모든 부처님을 두루 뵙고 또한 그 부처님들의 청정한 국토와 도량에 모인 대중과, 신통과 명호와 법을 말함과 수명과 말씀과 모습이 각각 같지 아니함을 모두 보고 집착함이 없느니라.
왜냐면 모든 여래가 가신 것이 아니니 세간의 길이 아주 없어진 까닭이며, 오신 것이 아니니 체성이 남이 없는 까닭이며, 나신 것이 아니니 법신이 평등한 까닭이며, 멸하신 것이 아니니 나는 모양이 없는 까닭이며, 진실한 것이 아니니 환과 같은 법에 머무는 까닭이며, 허망한 것이 아니니 중생을 이익케 하는 까닭이며, 변천하는 것이 아니니 생사를 초월한 까닭이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 성품이 변하지 않는 까닭이며, 한 모양(一相)이니 말을 여읜 까닭이며, 모양이 없으니 성품과 모양이 본래 공한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와 같이 모든 여래를 아는 때에, 보살의 고요한 선정의 낙으로 두루 다니는 해탈문도 분명하게 알고 성취하고 자라게 하였노라.
모든 망상 분별을 일으키지 않고 대비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고 한결같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초선(初禪)을 닦았으며, 뜻으로 짓는 모든 업을 쉬고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며 지혜의 힘이 용맹하고
기쁜 마음이 매우 즐거워 제이선(第二禪)을 닦았으며, 모든 중생의 자성을 생각하고 생사를 여의어 제삼선(第三禪)을 닦았으며, 모든 중생의 온갖 고통과 번뇌를 모두 멸하여 제사선(第四禪)을 닦았노라. 그래서 모든 지혜와 서원을 증장하고 원만하며, 모든 삼매 바다를 내고, 보살들의 해탈 바다의 문에 들어가며 모든 신통에 유희하고 모든 변화를 성취하여,청정한 지혜로 법계에 두루 들어갔느니라.
나는 이 해탈을 닦을 때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고요한 선정의 낙으로 두루 다니는 해탈문(菩薩寂靜禪定樂普遊普解脫門)’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의 행이야 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멀지 않은 보리 도량의 오른쪽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희목관찰중생(喜目觀察衆生)이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그때 보덕정광 밤 맡이 신이 해탈의 뜻을 다시 펴려고 선재동자에게 게송을 말씀하였다.
선재동자는 그 게송을 듣고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물러갔다.

34) 희목관찰중생주야신(喜目觀察衆生主夜神)
이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선지식의 말을 실행하면서 희목관찰중생 밤 맡은 신에게 나아갔다.
그 신은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서 연화장 사자좌에 앉아 큰 세력으로 널리 기쁘게 하는 당기 해탈(大勢力普喜幢解脫)에 들어갔다.
그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한량없는 화신(化身) 구름을 내어 그들에게 알맞은 묘한 음성으로 법을 말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어 환희하며 이익을 얻게 하였다.
이때 선재동자는 위에 나타낸 모든 희유한 일을 보고 듣고는, 생각생각에 관찰하고 생각하고 이해하여 깊이 들어가 편안하게 머물렀으며, 부처님의 위신력과 해탈의 힘을 입고 보살의 불가사의한 큰 세력으로 널리 기쁘게 하는 당기의 자재한 힘을 내는 해탈을 얻었다.
그대 선재동자는 이 해탈을 얻고 마음이 환희하여 합장하고 희목관찰중생 밤 맡은 신을 향하여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그리고 밤 맡은 신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신 것은 어느 때이며, 이 해탈을 얻은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물었다.
밤 맡은 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난 세월 수많은 겁 전에 왕의 딸로서 밤 맡은 신의 깨우침을 받고 부처님을 뵈옵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그 때부터 세계의 티끌 수 겁을 지내오면서 나쁜 길에는 떨어지지 않고 항상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나서 모든 곳에서 부처님을 만났으며, 묘등공덕당(妙燈功德幢) 부처님 때에 이르러서 이 큰 세력으로 널리 기쁘게 하는 당기 해탈을 얻었고 이 해탈로써 이렇게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였다'고 한다.
이어서 희목관찰중생 밤 맡은 신은 다만 이 ‘큰 세력으로 널리 기쁘게 하는 당기 해탈문(大勢力普喜幢解脫門)’만 얻었을 뿐, 보살마하살의 한량없는 공덕행은 거기 모인 대중 가운데 있는 보구중생묘덕 밤 맡은 신에게 묻도록 하였다.

35) 보구중생묘덕주야신(普救衆生妙德主夜神)
선재동자가 보구중생묘덕 밤 맡은 신이 있는데 나아가니, 그 밤 맡은 신은 선재동자가 위하여 보살이 중생을 조복하는 해탈의 신통한 힘을 보이고, 여러 가지 거룩한 몸매로 몸을 장엄하며, 양미간으로 큰 광명을 놓으이 이름이 지혜 등불 두루 비추는 청정한 당기이다.
한량없는 광명으로 권속을 삼았으며, 그 광명이 모든 세간을 비추고는 선재동자의 정수리로 들어가서 온 몸에 가득하였다.
선재동자는 그때에 곧 끝까지 청정한 바퀴 삼매를 얻었으며, 이 삼매를 얻고는 모든 세계가 차별함을 보았다.
그 모든 세계의 여러 길에서 밤 맡은 신을 보았는데, 온갖 때와 곳에서 여러 중생의 형상과 말과 행동과 이해를 따라서 방편으로 그들의 앞에 나타나 그들에게 알맞게 교화하였다.
그 밤 맡은 신이 보살의 장엄한 모습을 버리고 본래의 형상을 회복하면서도 그 자유자재한 신통의 힘은 버리지 아니하였다.
그때 선재동자는 공경 합장하고 한 곁에 물러가서 게송으로 찬탄하고 밤 맡은 신에게 여쭈었다.

"이 해탈은 깊고 깊어 희유합니다. 이름은 무엇이며, 이 해탈을 얻으신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으며, 어떠한 행을 닦아서 청정하게 되었나이까."

밤 맡은 신은 대답하고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수미산 티끌 수 겁 동안
계신 여러 부처님
세간의 등불이시니
내가 모두 공양하였고
부처님 세계 티끌 수 겁에
출연하신 부처님들
내가다 공양하고서
이 해탈문에 들어갔노라

" 나는 다만 ‘보살이 온갖 세간에 나타나서 중생을 조복하는 해탈(菩薩普現一切世間調伏衆生解脫)’만 얻었을 뿐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이 적정음해(寂靜音海)라, 마니 광명 당기 장엄 연꽃 자리에 앉았으니, 백만 아승지 밤 맡은 신들이 앞뒤로 둘러 쌌으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을지니라."

36) 적정음해주야신(寂靜音海主夜神)
선재동자가 적정음해 밤 맡은 신에게로 가서, 보살도를 물었다.
밤 맡은 신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선지식을 의지하여 보살의 행을 구하려 하는구나.
나는 보살의 생각생각마다 광대한 기쁨을 내는 장엄 해탈문((菩薩念念出生廣大喜莊嚴解脫門)을 얻었다."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매우 거룩하신 이여,
그 해탈문은 무슨 사업을 지으며 경계를 행하여 무슨 방편을 일으키며 무슨 관찰을 하나이까."

"선남자여,
나는 청정하고 평등한 좋아하는 마음을 내며 내지 모든 중생이 다 기쁨을 받게 하려는 마음을 내었다.
이런 마음을 내고는 다시 법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차츰차츰 온갖 지혜의 지위로 이르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한량없는 법보시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되, 가지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여 나쁜 길을 여의고 인간이나 천상의 낙을 받게 하며 세 세계의 속박을 벗어나 온갖 지혜에 머물게 한다.
그때에 나는 크나큰 즐거움과 법의 광명 바다를 얻고 마음이 화창하며 편안하고 희열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모든 도량에 모인 보살 대중을 항상 관찰하여 그들이 갖가지 원과 행을 닦으며 내지 갖가지 장엄한 자리에 앉았음을 알며, 이 도량에 모인 대중을 관찰하여 부처님의 신통한 힘이 한량없고 가 없음을, 비로자나 여래께서 생각생각 마다 불가사의한 청정한 색신을 나타내심을 관찰하여 보고는 매우 환희함을 내노라."

그때 선재동자가 밤 맡은 신에게 여쭈었다.

"큰 성인이시여,
어떻게 수행하여서 이 해탈을 얻었나이까."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의 열가지 큰 법장을 닦아 행하면 이 해탈을 얻느니라.
첫째는 보시하는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중생의 마음을 따라서 모두 만족케 한다.
둘째는 계행을 깨끗이 지니는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간다.
셋째는 참는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모든 법의 성품을 두루 생각한다.
넷째는 꾸준히 노력하는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온갖 지혜에 나아가 물러가지 않는다.
다섯째는 선정의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모든 중생의 시끄러움을 없앤다.
여섯째는 반야의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모든 법 바다를 두루 안다.
일곱째는 방편의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모든 중생들을 성숙케 한다.
여덟째는 서원의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모든 세계와 모든 중생 바다에 두루하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살의 행을 수행한다.
아홉째는 힘의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잠깐 동안에 모든 법계 바다에 나타나서 모든 국토에서 등정각을 이루어 쉬지 아니한다.
열째는 깨끗한 지혜의 광대한 법장을 닦아서 여래의 지혜를 얻고, 세 세상의 모든 법을 두루 알아 막힘이 없는 것이다.
만일 모든 보살들이 이러한 열 가지 큰 법장에 편안히 머무르면, 곧 해탈을 얻어 청정하고 원만하게 되리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신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선남자여,
나는 지나간 옛적 두 세계의 티끌수 겁 전에 청정하고 빛난 금 장엄 세계에서 보리수신이 되어 불퇴전법계음(不退轉法界音)여래의 법문을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고, 보살의 행을 닦았으며, 그런 뒤에 이 사바세계의 현겁에 태어나서 가라구손타(迦羅鳩孫馱) 부처님으로부터 석가모니 부처님까지 그렇게 친근하고 공양할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생각생각마다 관대한 기쁨으로 장엄한 해탈(念念出生廣大喜莊嚴解脫)’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이 보리장의 여래회 가운데 밤 맡은 신이 있으니, 이름은 수호일체성증장위력(守護一切城增長威力)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이때 선재동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적정음해 밤 맡은 신의 몸을 관찰하면서 게송을 말하고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떠났다.

37) 수호일체성주야신(守護一切城主夜神)
선재동자가 수호일체성을 밤 맡은 신이 있는 데로 나아갔다.
그 밤 맡은 신은 모든 보배 광명 마니왕으로 된 사자좌에 앉았고 수없는 밤 맡은 신들이 둘러 모셨는데, 중생의 빛깔인 몸을 나타내며, 중생을 널리 대하는 몸을 나타내며, 세간에 물들지 않는 몸을 나타내며, 중생의 몸 수효와 같은 몸을 나타내며, 세간을 초월한 몸을 나타내며, 중생을 성숙시키는 몸을 나타내며, 시방에 빨리 가는 몸을 나타내며, 시방을 두루 포섭하는 몸을 나타내며 끝까지 여래의 성품에 이른 몸을 나타내며, 끝까지 중생을 조복하는 몸을 나타내는 것을 보았다.
선재동자는 그것을 보고 환희하며 합장하고 보살도를 물었다.
밤 맡은 신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의 해탈(菩薩甚深自在妙音解脫)을 얻었다.
큰 법사가 되어 거리낌 없으니 모든 부처님의 법장을 잘 열어 보이며, 큰 서원과 큰 자비의 힘을 갖추었으니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보리심에 머물게 하며, 중생을 이익케 하는 모든 일을 지으니 선근을 쌓아 쉬지 아니하며, 모든 중생을 지도하는 스승이 되었으니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살바야(薩婆若)의 도에 머물게 하며, 모든 세간의 청정한 법의 해(法日)가 되니 세간에 두루 비치어 선근을 내게 하며, 모든 세간에 마음이 평등하니 여러 중생들의 착한 법을 증장케 하며, 모든 경계에 마음이 청정하니 모든 착하지 못한 업을 없애며,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려고 서원하니 몸이 항상 모든 국토에 나타나며, 온갖 본사(本事)의 인연을 나타내니 여러 중생들을 착한 행에 머물게 하며, 모든 선지식을 섬기니 중생들을 불교에 머물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깨끗한 법의 광명으로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여 선근과 도를 돕는 법을 모으게 할 때에 열 가지로 법계를 관찰하였느니라.
이른바 법계가 한량없음을 아나니, 광대한 지혜의 광명을 얻는 까닭이다.
법계가 그지없음을 아나니, 모든 부처님의 알고 보시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법계가 한정이 없음을 아나니,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 들어가서 여래께 공경하고 공양하는 까닭이다.
법계가 없음을 아나니, 모든 법계 바다 속에서 보살행 닦음을 보이는 까닭이다.
법계가 끊임을 없음을 아나니 여래의 끊이지 않는 지혜에 들어가는 까닭이다.
법계가 한 성품임을 아나니 여래의 한결같은 음성을 모든 중생이 다 아는 까닭이다.
법계의 깨끗함을 아나니 여래의 서원이 모든 중생을 두루 제도 함인 줄을 통달하는 까닭이다.
법계가 중생에게 두루함을 아나니, 보현의 묘한 행이 다 두루하는 까닭이다.
법계가 한 가지로 장엄함을 아나니, 보현의 묘한 행이 잘 장엄하는 까닭이다.
법계가 파괴할 수 없음을 아나니, 온갖 지혜의 선근이 법계에 가득하여 파괴할 수 없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여래의 차별없는 법계문 바다에 들어가서 위없는 법을 말하여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보현행에 머물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 해탈을 성취하였으므로 생각생각마다 모든 법계에 가득하노라."

이때 선재동자가 밤 맡은 신에게 그 해탈문을 얻은 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물었다.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세계의 티끌수 겁 동안에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시는 이들을 내가다 공양하고 그 법을 수행하였다.
나는 그때부터 나고 죽는 밤중 어두운 무명 속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 홀로 깨서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성(心城)을 수호하고 세 세계의 성을 버리게 하며, 온갖 지혜의 위없는 법의 성에 머물게 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매우 깊고 자유자재한 묘한 음성의 해탈(甚深自在妙音解脫)’을 알아서 세간사람들로 하여금 희롱거리 말을 여의고 두 가지 말을 하지 않으며, 진실한 말과 청정한 말을 하게 할 뿐이니, 저 보살 마하살들의 무량공덕 행이야 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부처님 회중에 개부일체수화(開敷一切樹華) 밤 맡은 신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38) 개부일체수화주야신(開敷一切樹華主夜神)
선재동자가 개부일체수화 밤 맡은 신(開敷一切樹華主夜神)에게 나아가 보니, 보배 향나무로 지은 누각 안에 묘한 보배로 만든 사자좌에 앉았는데, 백만의 밤 맡은 신이 한께 모시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예배하고 보살행을 여쭈었다.
밤 맡은 신이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는 이 사바세계에서 해가 지고 연꽃이 오무리어 사람들이 구경하던 일을 파할 때, 여러 가지 산이나 물이나 성지나 벌판등지에 있던 여러 중생들이 모두 그들의 있던 데로 돌아가려는 이등을 보면 내가 가만히 보호하여 바른 길을 찾게 하며 가려는 곳에 가서 밤을 편안히 지내게 하노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한창 나이에 혈기가 왕성하며 교만하고 방탕하여 오욕락을 마음껏 즐기면, 나는 늙고 병들어 죽는 일을 보이어 두려운 생각을 내고 나쁜 짓을 버리게 한다.
다시 가지가지 선근을 칭찬하여 닦아 익히게 하는데, 인색한 이에게는 보시를 찬탄하고 파계하는 이에게는 청정한 계율을 칭찬하고, 성 잘내는 이에게는 인자한 데 머물게 하고 해칠 마음을 가진 이에게는 참는 일을 하게 하고, 게으른 이에게는 정진하게 하고, 산란한 이에게는 선정을 닦게 하고, 나쁜 꾀를 가진 이에게는 반야를 배우게 하고, 소승을 좋아하는 이는 대승에 머물게 하고, 세 세계의 여러 길을 좋아하는 이는 보살의 서원 바라밀에 머물게 하며, 만일 중생이 복과 지혜가 미약하여 번뇌와 업의 핍박으로 걸림이 많은 이는 보살의 힘 바라밀에 머물게 하며, 만일 중생이 마음이 어두워 지혜가 없으며 보살의 지혜 바라밀에 머물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큰 기쁨을 내는 광명의 해탈문(菩薩出生廣大喜光明門)을 성취하였노라."

선재동자가 그 해탈문의 경계를 묻자, 밤 맡은 신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해탈에 들어가면 여래께서 중생들을 두루 거두어 주시는 교묘한 방편 지혜를 아느니라.
어떤 것이 두루 거두어 주는 것인가.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받는 여러 가지 즐거움은 모두 여래의 위덕의 힘이니, 여래의 가르침을 순종하며, 여래의 말씀을 실행하며, 여래의 힘을 배우며, 여래의 두호하는 힘을 얻으며, 여래의 인가하는 도를 닦으며, 여래의 행하던 착한 일을 심으며, 여래의 말씀한 법을 의지하며, 여래의 지혜의 햇빛으로 비추며, 여래의 성품이 깨끗한 업의 힘으로 거두어 주시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광대한 기쁜 광명을 내는 해탈문(菩薩出生光大喜光明門解脫門)’’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그대는 이 도량 안에 있는 대원정진력구호일체중생(大願精進力救護一切衆生) 밤 맡은 신에게 가서 보살행을 묻도록 하라."

39) 대원정진력구호일체중생주야신(大願精進力救護一切衆生主夜神)
선재동자가 대원정진력구호일체중생 밤 맡은 신에게 나아갔다.
선재동자는 큰 서원 정진하는 힘으로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밤 맡은 신을 살펴보고 열 가지 청정한 마음을 일으키며, 세계의 티끌 수같이 많은 보살과 같은 행을 얻었다.
그리하여 마음이 더욱 청정해져서 게송을 말하고 다시 여쭈었다.

"크게 거룩하신 이여, 바라옵건대 말씀하소서 이 해탈문의 이름은 무엇이며, 발심하신 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으며, 어느 때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나이까."

밤 맡은 신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해탈문의 이름은 중생을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함(敎化衆生令生善根)이니, 나는 이 해탈을 성취하였으므로 모든 법의 성품이 평등함을 깨달았고, 법의 진실한 성품에 들어가 의지함이 없는 법을 증득 하였으며, 세간을 여의었으면서도 모든 법의 모양이 차별함을 알고, 또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것의 성품이 실답지 아니하여 차별이 없는 것도 분명히 통달하였노라.
나는 이 해탈에 들어서 법의 성품이 차별이 없음을 알면서도 한량없는 모양의 육신을 능히 나타내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옛적 법륜음허공등왕 부처님 때에 대비심을 내어 몸과 목숨과 재물을 버리어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였고, 크게 보시하는 문을 열어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므로 이 해탈을 얻었노라.
이 겁에서처럼, 모든 곳 온갖 겁에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실 때마다 친근하고 공양하며, 법문을 듣고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이 해탈문을 닦아 익혔으며, 다시 한량없는 해탈의 방편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중생을 교화하여 선근을 내게 하는 해탈문(敎化衆生令生根解脫門)’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염부제에 룸비니 숲 동산이 있고, 그 숲에 묘덕 원만(妙德圓滿) 밤 맡은 신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닦아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며, 세상의 빛이 되어 오는 세월이 다하도록 고달품이 없는지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가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물러갔다.

40) 묘덕원만주야신(妙德圓滿主夜神)
선재동자는 점점 나아가다가 룸비니 숯에 이르러 묘덕원만 밤 맡은 신을 찾아가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닦으며 여래의 가문에 나서 세상의 큰 광명이 되는지를 물었다.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태어나는 장이 열 가지 있나니, 만일 보살이 이 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서, 생각생각에 보살의 선근을 증장하며 내지 온갖 지혜의 진실한 이치를 따르게 되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모든 부처님께 항상 공양하기를 원하여 태어나는 장이요,
둘은 보리심을 내어 태어나는 장이요,
셋은 여러 법문을 관찰하고 부지런히 행을 닦아 태어나는 장이요,
넷은 깊고 청정한 마음으로 세 세상을 두루 비추어 태어나는 장이요,
다섯은 평등한 광명으로 태어나는 장이요. 여섯은 여래의 가문에 나게 되는 태어나는 장이요,
일곱은 부처님의 힘의 광명으로 태어나는 장이요. 여덟은 넓은 지혜의 문을 관찰하여 태어나는 장이요,
아홉은 장엄을 널리 나투어 태어나는 장이요,
열은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 태어나는 장이니라.
불자여,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닦고 성취하면,능히 한가지 장엄 중에 갖가지 장엄을 나타내며,
이와 같이 모든 국토를 장엄하며, 모든 중생을 인도하고 깨우쳐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쉬지 아니하며, 모든 부처님 법 바다를 연설하며, 여러 가지 경계를 여러 가지로 성숙하여 한량없는 법을 차츰차츰 정하여 오며,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의 자재한 힘을 나타내어 모든 허공과 법계에 가득하며, 중생의 마음으로 행하는 바다에서 법륜을 굴리며, 모든 세계에서 성불함을 나타내되 항상 끊어짐이 없으며 말할 수 없이 청정한 음성으로 법을 말하여 한량없는 곳에 머무르되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며, 온갖 법으로 도량을 장엄하고 중생의 욕망과 이해의 차별을 따라 성불함을 나타내고, 한량없는 깊은 법장을 열어 보여 모든 세간을 교화하고 성취하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갖추고 여래의 집에 태어나면 모든 세간의 청정한 광명이 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한량없는 오랜 겁으로부터 이 자재하게 태어나는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밤 맡은 신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먼저 발원하기를 ‘모든 보살이 태어날 때마다 다 친근하게 하여지이다.
비로자나 여래의 한량없는 태어나는 바다에 들어가지다’라고 하였고, 이런 서원의 힘으로 이 세계의 염부제 가운데 룸비니 숯 동산에 나서 오로지 보살이 어느 때 하생하시지 생각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한량없는 겁, 모든 곳에 두루 시현하여 태어나는 자재한 해탈(菩薩於無量劫遍一切處示現受生自在解脫)’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가비라(迦毘羅)성 중에 석가아씨(釋種女)가 있으니 이름이 구바(瞿波)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나고 죽는 속에서 어떻게 중생을 교화하는지 묻도록 하라."

41) 구바녀(瞿波女)
선재동자가 가비라성을 향하여 점점 유행하여 보살들이 모여 있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범한 강당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신이 있으니 이름이 근심없는 덕이라.
궁전을 맡은 일만 신들과 함게 와서 선재동자를 맞으면서 선재동자를 칭찬하였다.
선재동자는 법계를 널리 나타내는 광명한 강당에 들어가 보배연곷 사자좌에 앉아 구바녀를 보았다.
팔만사천의 시녀들이 둘러 모시었는데 그 시녀들도 모두 왕의 가문에서 났느며, 지난 세상에 보살의 행을 닦으며 선근을 함께 심은이 들이었다.
그때 선재동자는 석가아씨 구바녀에게 나아가 합장하고 서서 보살도를 물었다.
구바녀가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보살들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인드라 그물 같은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의 행을 능히 원만히 하리라.
이른바 선지식을 의지하며, 광대하고 훌륭한 이해를 얻으며,청정한 욕망을 얻으며, 온갖 복과 지혜를 모으며, 여러 부처님에게서 법을 들으며, 마음에 항상 삼세 부처님을 버리지 않으며, 모든 보살의 행과 같으며, 모든 여래가 보호하고 염려하며, 큰 자비와 묘한 서원이다.
청정하며, 지혜의 힘으로 생사를 모두 끊는 까닭이니라.
불자여, 만일 보살이 선지식을 친근하면 정진하고 물러가지 아니하며 다함 없는 부처의 법을 닦아내나니, 보살은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친근하나니, 이른바 자기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세상의 즐거워하는 도구를 탐내어 구하지 않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평등한 줄을 알며, 모든 지혜 서원을 버리지 않으며,모든 법계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하며, 마음에 모든 존재의 바다를 항상 떠나며, 법이 공함을 알고 마음에 의지함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큰 원을 성취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항상 나타내며, 보살의 걸림 없는 지혜 바퀴를 깨끗이 닦는 것이니라.
불자여, 마땅히 이 법으로 모든 선지식을 섬기고 어기지 말지니라."

그때 구바녀는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을 읖고서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문(觀察一切三昧海解脫門)을 성취하였노라.
내가 이 해탈문에 들고는, 이 사바세계에서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에 있는 모든 중생들이 여러 길에서 헤매는 일을 내가 다 알고 보노라.
또 저 겁 동안에 계시던 부처님 명호와 차례를 내가다 알고, 그 부처님 세존께서 처음 발심하시던 일과 내지 중생들을 제도하시던 것을 내가 다 아노라.
또 부처님 도량에 모인 대중과, 그 대중 가운데 중생들이 옛적부터 심은 선근과 내지 해탈을 얻은 모든 일을 내가 분명히 아노라. 왜냐하면 나의 이 해탈은 중생의 마음과 행동과 물들과 청정함과 갖가지 차별을 능히 알며, 모든 성문과 여러 삼매문과 연각의 고요한 삼매, 신통, 해탈과 모든 여래의 해탈과 광명을 모두 분명히 아는 까닭이니라."

선재동자가 구바녀에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을 얻은 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나이까."

"선남자여,
지난 옛적 세계의 티끌 수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승행(勝行)이요, 세계의 이름은 무외(無畏)이며, 그 세계에 안은(安隱)이란 사천하가 있고, 그 사천하가 염부제 가운데 서울이 있으니 이름이 고승수(高勝樹)로서, 팔십 서울 중에 가장 첫째이며, 그 나라 임금은 재주(財主)이니라.
그 왕에게 육만 시녀와 오백 대신과 오백 왕자가 있었는데, 태자는 이름이 위덕주(威德主)이니, 단정하고 특출하여 사람들이 보기를 좋아하였느니라.
그대 태자는 부왕의 명령을 받고 여러 가지 장엄을 갖춘 보배 수레를 타고 십천 시녀와 함께 향아원(香牙園)에 가서 구경하며 즐기었느니라.
그때 선현(善現)이라는 여인에게 구족묘덕(具足妙德)이라는 딸이 있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모습이 깨끗하고, 몸과 키가 알맞고,눈과 머리카락이 검푸르며, 소리는 범천의 음성 같고,모든 기술을 통달하고.변론에 정통하며,공손하고,부지런하여 게으르지 않고, 인자하여 남을 해롭히지 않고,온화하며,질직하고. 어리석음과 과욕이 없고, 아첨하거나 속이는 일이 없었다.
태자의 음성과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생각이 나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나는 저 사람을 섬기고자 합니다. 만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살이라도 하겠습니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그런 생각을 말라. 될 수 없는 일이다.
저 태자는 전륜왕의 거룩한 모습을 구족 하였으니 후일에 왕의 대를 이어 전륜왕이 되면, 보녀(寶女)가 생겨서 허공으로 자재하게 다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미천하여 그의 배필이 될 수 없으므로 이 일은 가망이 없으니 너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그때 향아언 옆의 법구름 광명이라는 도량에 승일신(勝日身)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처녀가 잠깐 졸다가 꿈에 그 부처님을 뵈옵고 깨어나니 공중에서 천인이 부처님공덕을 말하였다.
묘한 덕 갖춘 처녀는 꿈에 여래를 뵙기도 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들었던 까닭에 마음이 편안하고 두려움이 없어서 태자를 만나 그 마음을 전했다. 처녀의 어머니도 딸이 태자의 배필로 마땅함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때 태자는 향아원에 들어가서 그 모녀에게 말하였다.
'착한 여인들이여,
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터이므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한량없는 겁 동안에 온갖 지혜를 돕는 법을 모으며, 가없는 보살행을 닦으며,모든 바라밀을 깨끗이 하며, 모든 여래에게 공양하며 내지 있는 것을 모두 보시하고 아끼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때에 그대가 나의 일을 막도, 재물을 보시할 때 아까워하고, 아들, 딸을 보시할 때에 가슴 아파하고, 온 몸을 찢을 때에 마음으로 걱정하고, 그대를 버리고 출가할 때에 그대들은 뉘우칠 것이다.
만약 그대 내 마음 따른다면 나도 그대의 뜻 이루어주리라.'
그때 처녀는 태자의 말씀대로 받들기로 하고, 바로 승일신 여래에게 함께 가서 공양 올리자고 하였다.
태자는 승일신 여래의 명호를 듣고 십천 시녀와 그 권속들과 함께 향아원에서 나와 법 구름 광명도량으로 향하였다.
도량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부처님을 뵈었다.
그때 태자와 구족묘덕은 각각 오백의 보배 연꽃을 부처님께 흩어 공양하였다.
태자는 부처님을 위하여 오백 절을 지었으니 모두 향나무로 하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오백 마니 보배로 사이사이 꾸미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보안등문(普眼燈門) 수다라를 말씀하셨고, 그 법문을 모든 법 가운데서 삼매 바다를 얻었다.
묘덕녀도 이기기 어려운 바다 광 삼매를 얻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영원히 물러가지 아니하였다.
이대 태자는 묘덕녀와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궁중으로 돌아가서 부왕에게 그 사실을 여쭈었다.
왕이 듣고 마치 가난한 사람이 묻힌 갈무리를 얻은 듯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위 없는 보배여서 만나기 어려우니,만일 부처님을 뵈오면 모든 나쁜 길을 공포를 끊을 것이다.
부처님은 의사와 같아서 모든 번뇌의 병을 다스리고 모든 생사의 고통을 구원하실 것이다.
부처님은 길잡이와 같아서 끝까지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하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작은 왕과 대신들과 권속들과 크샤트리야와 바라문들 모든 대중을 모아 놓고, 왕의 지위를 태자에게 선위하면서 관정식을 마쳤다.
그리고 일만 사람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발에 엎드려 절하며 수없이 돌고,권속들과 함께 물러가지 않았다.
그때 여래는 그 왕과 대중들을 살펴보고,미간백호로 큰 광명을 놓으시니 이름이 모든 세간의 마음의 등불이다.
시방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며 모든 세간 밤 맡은 이의 앞에 머물러 여래의 불가사의한 큰 신통을 나타내어 교화 받을 여러 중생의 마음을 청정케 하였다. 이때 여래께서 불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의 힘으로 몸을 나타내시어 모든 세간에서 뛰어나고 원만한 음성으로 대중을 위해 다라니를 말씀하시니 이름이 모든 법과 뜻이 어둠을 여읜 등불(一切法義離闇燈)이며, 세계의 티끌 수 다라니로 권속을 삼았다.
왕은 그것을 듣고 즉시에 큰 지혜 광명을 얻었다.
그때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집에 있었으면 이렇게 묘한 법을 증득하지 못하려니와, 만일 부처님께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 성취하게 되리라.'
그리고 부처님께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워지이다.'고 여쭈었다.
부처님게서는 왕의 마음대로 하되 시기를 알도록 하셨다.
그때 재주 왕은 십천 사람과 함께 그 부처님께 한꺼번에 출가하였고, 오래지 않아서 모든 법과 뜻과 어둠을 여읜 등불 다라니를 성취하였다.
그때 태자는 보름 동안 궁전에 있었는데, 시녀들이 둘러 호위하고 일곱 가지보배(七寶)가 저절로 이르니
하나는 바퀴 보배(輪寶)니 이름이 걸림 없는 행이요,
둘은 코끼리 보배(象 寶)니 이름이 금강 신이요.
셋은 말 보배(馬寶)니 이름이 빠른 바람이요,
넷은 구슬 보배(珠寶)니 이름이 햇빛 광이요.
다섯은 여자 보배(女寶)니 이름이 묘한 덕 갖춤이요,
여섯은 광 맡은 대신 보배(藏臣寶)니 이름이 큰 재물이요.
일곱은 군대 맡은 대신 보배(主兵寶)니 이름이 때 여읜 눈이라.
칠보가 구족하여 전륜왕이 되어 염부제의 왕으로서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니 백성들이 쾌락하였다.
불자여, 그때 왕자로서 전륜왕이 되어 부처님께 공양한 이는 지금의 석가모니 부처님이요.
재주왕은 보화불(寶華佛)이시니라.
그 보화불은 지금 동방 원만광명세계의 한 도량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으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에게 앞뒤로 둘러 싸여 법을 말씀하시느니라.
그때 아씨의 어머니인 잘 나타나는 이는 지금 나의 어머니 선목(善目)이시고, 그 왕의 권속들은 지금 여래 처소에 모인 재중이니, 왕 전륜성왕과 더불어 승일신여래께 사사(四事) 공양한 이는 내몸이었으니라.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그 세계에 육십억 백천 나유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것을 내가 왕과 더불어 섬기고 공양하였노라.
그 마지막 부처님은 이름이 광대해(廣大解)이시니, 그 부처님께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으시고 서울에 들어와서 교화하시는데, 나는 왕비가 되어 왕으로 더불어 절하여 뵈옵고, 여러 가지 묘한 물건으로 공양하였으며, 그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의 삼매 바다의 경계를 관찰하는 해탈을 얻었노라.
불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삼매 바다를 관찰하는 해탈(觀察一切菩薩三昧解脫門)’마 얻었을 뿐 보살 마하살들의 그 공덕 행이야 어떻게 다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세계 안에 부처님 어머니신 마야(摩耶)가 계시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닦는지 묻도록 하라."
그때 석가아씨 구바녀가 이 해탈의 뜻을 거듭 밝히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42) 마야부인(摩耶夫人)
그때 선재동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마야 부인 계신 데 나아가서 부처님의 경계를 관찰하는 지혜를 얻으려 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선지식은 세간을 멀리 여의고 머무를 곳 없는 데 머물며, 내지 마치 허공과 같아서 간 데마다 걸림이 없고 세간의 눈을 뛰어 났으며, 보현의 깨끗한 눈으로야 보리라.
그런데 내가 어떻게 친근하여 섬기고 공양하며, 그와 함께 있으면서 그 형상을 보고 그 음성을 듣고 그 말을 생각하고 그 가르침을 받으리오.'
이렇게 생각하였을 때 보배 눈(寶眼)성 맡은 신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마음성(心城)을 수호할지니, 모든 나고 죽는 경계를 탐하지 않음 이니라.
마음성을 장엄할지니, 여래의 열 가지 힘(十力)을 오로지 구함 이니라.
마음성을 깨끗이 다스릴지니, 간탐하고 질투하고 아첨하고 속이는 일을 끝까지 끊음 이니라.
마음성을 청량하게 할지니, 모든 법의 실제 성품을 생각 함이니라.
마음성을 증장케 할지니, 모든 도를 돕는 모든 법을 이룸 이니라.
마음성을 잘 꾸밀지니, 선정과 해탈 궁전을 지음 이니라.
마음성을 밝게 비출지니, 모든 부처님의 도량에 널리 들어가서 반야바라밀법을 들음 이니라.
마음성을 더 쌓을지니, 모든 부처님의 방편인 도를 널리 거두어 가짐 이니라.
마음성을 견고하게 할지니, 보현의 행과 원을 부지런히 닦음 이니라.
마음성을 방비하여 보호할지니, 나쁜 동무와 마군을 항상 방어 함이니라.
마음성을 확철 할지니, 모든 부처님의 지혜 광명을 열어 들임 이니라.
마음성을 잘 보충할지니,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신 법을 들음 지니라.
마음성을 붙들어 도울지니,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깊이 믿음 이니라.
마음성을 넓고 크게 할지니, 크게 인자함이 모든 세간에 널리 마침 이니라.
마음성을 잘 덮을지니, 여러 가지 착한 법을 모아 그 위에 덮음 이니라.
마음성을 너그러이 넓힐지니, 대비로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김 이니라.
마음성의 문을 열지니 가진 것을 모두 버려서 알맞게 보시 함이니라.
마음성을 엄밀하게 보호할지니, 모든 나쁜 욕망을 막아서 들어오지 못하게 함이니라.
마음성을 엄숙하게 할지니, 나쁜 법을 쫓아버리어 머무르지 못하게 함이니라.
마음성을 결정케 할지니, 일체 지혜로 도를 돕는 법을 모으고 항상 물러가지 아니 함이니라. 일체 지혜로 도를 돕는 법을 모으고 항상 물러가지 안 함이니라.
마음성을 안립(安立)할지니, 삼세 모든 부처님의 가지신 경계를 바르게 생각 함이니라.
마음성을 밝게 사무칠지니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륜인 수다라에 있는 법문과 갖가지 연기를 밝게 통달 함이니라.
마음성을 여러 부분으로 분별할지니, 모든 중생에게 널리 알리어서 다 살바야(薩婆若)의 길을 보게 함이니라.
마음성에 머무를지니(住持), 모든 삼세 여래의 큰 서원 바다를 냄 이니라.
마음성을 풍부하게 할지니, 법계에 가득한 큰 복덕더미를 모음 이니라.
마음성을 명료히 할지니, 중생의 근성과 욕망 등 법을 널리 앎이니라.
마음성을 자재히 할지니, 모든 시방 법계를 널리 거둠 이니라.
마음성을 청정하게 할지니, 모든 부처님 여래를 바르게 생각 함이니라.
마음성의 자성을 알지니 모든 법이다 제 성품이 없는 줄을 앎이니라.
마음성이 환과 같음을 알지니, 온갖 지혜로 모든 법의 성품을 앎이니라.
불자여, 보살 마하살이 이렇게 마음성을 깨끗이 닦으면 모든 착한 법을 능히 모을 것이니, 여러 가지 장애되는 어려움을 없애는 까닭이니라.
이른바 부처님 보는 데 장애되고 법을 듣는 데 장애되고 여래께 공양 올리는 데 장애되고 중생들을 거두어 주는 데 장애되고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하는 데 장애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보살 마하살이 이러한 장애를 여읜 연고로, 만이 선지식을 구하려는 마음을 내면 공력(功力)을 쓰지 않더라도 만나게 되며, 구경에는 반드시 성불하게 되느니라."

그때 선재동자는 그 가르침을 받아 행하면서, 큰 보배 연꽃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을 보았는데, 금강으로 줄기가 되고 묘한 보배로 염밥 송이가 되고 마니로 잎이 되고 빛나는 보배 왕으로 꽃판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 빛 향으로 꽃술이 되었으며, 무수한 보배 그물이 위에 가득히 덮이었다.
그 꽃 판 위에 누각 있으니 이름이 시방 법계를 널리 용납하는 광이다.
그 누각 안에는 여의주로 된 연꽃 자리가 있으니, 갖가지 보배로 훌륭하게 꾸며졌다.
선재동자는 마야 부인 그 자리에 앉아 여러 중생들 앞에서 청정한 육신을 나투는 것을 보았다
이른바 삼계를 초월한 육신이니 모든 존재의 길에서 뛰어나며, 좋아함을 따르는 육신이니 모든 세간에 집착이 없으며 널리 두루하는 육신이니 모든 중생의 수효와 같으며, 견줄 데 없는 육신이니 모든 중생의 뒤바뀐 소견을 없애내며, 종류가 한량없는 육신이니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갖가지로 나타내며,그지없는 모습의 육신이니 갖가지 형상을 두루 나타내며, 널리 상대하여 나타내는 육신이니 크게 자재하게 나타내 보이며, 온갖 교화하는 색신이니 마땅함을 따라 앞에 나타나는 까닭이니라.
그때 선재동자가 또 보니, 마야 부인이 중생들의 마음에 즐김을 따라 모든 세간에서 뛰어난 육신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러하게 한량없는 육신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이익케 하고 온갖 지혜와 도를 돕는 법을 모았으며, 내지 모든 보살의 어머니되기를 원하였다.
마야 부인이 나타내는 몸의 수효와 같이, 선재동자도 역시 그러한 몸을 나타내어 모든 곳 마야 부인 앞에 공경하고 예배하며, 보살도를 여쭈었다, 마야 부인이 대답하였다.

"불자여, 나는 이미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환과 같은 해탈문(菩薩大願智幻解脫門)을 성취하였으므로, 항상 여러 보살의 어머니가 되노라.
불자여, 내가 이 염부제 가비성의 정반왕궁에서 오른 옆구리로 싯다르타 태자를 낳아 불가사의하고 자재한 신통변화를 나타내듯이, 내지 이 세계 해에 있는 모든 비로자나 여래가 다 나의 몸에 들어왔다가 탄생하면서 자재한 신통변화를 나타내시느니라.
또 저 묘한 광명이 내 몸에 들어올 적에 내 몸의 형상과 크기는 본래와 다르지 않으나 실재로는 모든 세간을 초월하였다.
왜냐면 내 몸이 그때에 허공과 같아서 시방 보살의 태어나는 장엄과 모든 궁전을 용납할 수 있었던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이 사천하의 염부제에서 보살이 태어나실 때 내가 어머니가 되듯이, 삼천대천 세계 백억 사천하의 염부제에서도 모두 그러하나 나의 이 몸은 본래부터 둘이 아니면 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니, 보살의 큰 원과 지혜가 환과 같아 장엄한 해탈문을 닦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내가 지금 세존에게 어머니가 되듯이, 지난 옛적에 계시던 한량없는 부처님들에게도 그와 같이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이 삼천대천 세계에서와 같이, 이 같이, 이 세계 해에 있는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와 모든 겁에서 보현의 행과 원을 닦아서 모든 중생을 교화하려는 이에게도 나의 몸이 그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을 내가 보노라."

그때 선재동자가 마야 부인에게 얼마나 오래 전에 해탈을 얻었는지를 여쭈었다.
마야 부인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나간 옛적, 정광(淨光)겁 수미덕(須彌德)세계 사자 당기사천하의 자재당기 서울에 대위덕 전류성왕이 있었다.
그 서울 북쪽에 한 도량이 있으니, 이름이 만월광명(滿月光明)이요, 그 도량을 맡은 신의 이름은 자덕(慈德)이었다.
그때에 때 여읜 당기(離垢幢)보살이 도량에 앉아서 장차 정각을 이루려 하는데 금색광(金色光) 악마가 한량없는 권속들을 데리고 보살이있는 곳으로 왔다.
그 대위덕 전륜왕은 이미 보살의 신통 자재를 얻었으므로 갑절이나 되는 병사들을 변화하여 만들어 도량을 애워싸니 악마들이 놀래어 물러가고, 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다.
이대 도량 맡은 신이 이런 일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문득 전륜왕에게 아들이라는 생각을 내고, 부처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이렇게 발원하였다.
이 전륜왕이 여러 곳에 태어날 적마다, 내지 이를 때에 내가 항상 그의 어머니가 되어지이다.
이렇게 원을 세우고, 이 도량에서 다시 십 나유타 부처님께 공양하였느니라.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의 도량 맡은 산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곧 몸이며, 전륜왕은 지금의 세존이신 비로자나 부처님이시니라.
나는 그때 원을 세운 이후로 부처님 세존께서 시방세계 모든 길에서 곳곳마다 태어나시며 선근을 심고 보살의 행을 닦아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취케 하며, 내지 일부러 맨 나중 몸에 있으면서 생각생각마다 모든 세계에서 보살로 태어나는 신통변화를 나타낼 때 마다 항상 나의 아들이 되었고, 나는 항상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과거 현재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부처를 이루려 할 때에, 배꼽으로는 큰 광명을 놓아 내 몸과 내가 있는 궁전에 비추었으며, 그의 최후생까지 나는 그의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큰 서원과 지혜가 환과 같은 해탈문(菩薩大願智幻解脫門)’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세계의 삼십삼천에 정념(正念)이라는 왕이 있고 그 왕에게 딸이 있으이 이름이 천주광(天主光)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43) 천주광(天主光)
드디어 천궁에 가서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하늘아씨 천주광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걸림 없는 생각의 청정한 해탈(無碍念淸淨)이다.
나는 이 해탈의 힘으로 지나간 세상을 기억하노라.
과거에 가장 훌륭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이 푸른 연화(靑蓮華)라.
나는 그 겁에서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다.
그 여래께서 처음 출가한 때부터 내가 받들어 수호하고 공양하는데 절을 짓고 모든 도구를 마련하였다.
이렇게 항하의 모래 수 겁에 내가 부처님 여래 응공 정등각을 항상 버리지 않았음을 기억하며 저 모든 여래에게서 이 걸림 없는 생각의 깨끗한 장엄인 보살의 해탈을 듣고, 받아 지니고 닦아 행하여 항상 잊지 아니하였다.
이렇게 지나간 겁에 나셨던 여래께서 처음 보살로부터 법이 다할 때가지 하시던 모든 일을 내가 깨끗한 해탈의 힘으로 모두 기억하여 분명히 앞에 나타나며, 지니고 따라 행하여 잠깐도 게으르거나 폐하지 아니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걸림 없는 생각의 청정한 해탈(無碍念淸淨解脫)’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가비라(迦毘羅)성에 한 동자 선생 변우(遍友)가 있으니, 그대는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44) 변우동자사(遍友童子師)
천궁에서 내려와 가비라성 변우동자를 찾아가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변우동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여기 선지중예(善知衆藝)동자가 있어 보살의 글자 지혜를 배웠으니, 가서 묻도록 하라 그대에게 말하여 주리라."

45) 선지중예동자(善知衆藝童子)
그때 선재동자가 곧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물었다.
동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예술 잘앎(善知衆藝)이다.
나는 항상 이 자모(子母)를 부르노라.
아(阿)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보살이 위력(威力)으로 차별이 없는 경계에 들어감이다.
다(多)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가없는 차별 문이다.
파(波)자를 부를 때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가나니 이름이 법계에 두루 비침 이니라."

이와 같이 중예동자는 자(者) 내지 타(陀)자 등 자모들을 부를 때에 이 사십이(四十二) 반야바라밀 문을 으뜸으로 삼아 한량없고 수없는 반야바라밀 문에 들어감을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다만 ‘모든 예술을 잘 아는 보살의 해탈)(善知衆藝菩薩解脫)’만 알 뿐이니, 보살도는 이 마가다(摩竭提)국 바다나(婆咀那)성의 현승(賢勝)우바이에게 가서 묻도록 하였다.

46) 현승우바이(賢勝優婆夷)
선재동자는 바다나 성을 향하여 가서 현승우바이에게 이르러 보살도를 여쭈었다.
현승우바이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의지할 곳 없는 도량(無依處道場解脫)이라.
스스로 깨우쳐 알고 또 다른 이에게 말하느니라.
또 다함 없는 삼매를 얻었으니, 저 삼매의 법이 다함이 있고 다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눈을 냄이 다함 없으며, 또 능히 온갖 지혜의 성품인 귀, 코, 혀, 몸,뜻, 공덕파도(功德波濤), 지혜 광명, 빠른 신통을 냄이 다함 없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의지할 곳 없는 도량 해탈(無依處道場解脫)’만 알 뿐이니, 저 보살 마하살들의 모든 것에 집착이 없는 공덕행이야 내가 어떻게 다 알고 말하겠는가.
남쪽에 한 섬이 있으니, 이름이 옥전(沃田)이요, 거기에 견고해탈(堅固解脫) 장자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선재동자는 다시 남쪽으로 떠났다.

47) 견고해탈장자(堅固解脫長者)
그 성에 이르러서 장자에게 나아가 합장하고 한 곁에 서서 보살도를 여쭈었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집착하는 생각이 없는 청정한 장엄(無著念淨莊嚴)’이니라.
나는 이 해탈을 얻고부터 시방의 부처님 계신 데 와서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여 쉬지 아니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집착하는 생각이 없이 청정한 장엄 해탈(無著念淨莊嚴解脫)만 알 뿐이니,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이 성중에 한 장자가 있으니, 이름은 묘월이다.
그 장자의 집에는 항상 광명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48) 묘월장자(妙月長者)
묘월장자가 가서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장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깨끗한 지혜광명(淨智光明)’만 알 뿐이니, 저 보살 바하살들의 한량없는 공덕 행이야 어떻게 말하겠는가.
이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출생(出生)이요, 거기에 무승군(無勝軍) 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49) 무승군장자(無勝軍長者)
점점 그 성에 나아가 장자가 있는 데 이르러 보살도를 묻는 선재동자에게 장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다함 없는 형상(無盡相)이니라.
나는 보살의 해탈을 증득 하였으므로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무진장(無盡藏)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함 없는 형상 해탈(無盡相解脫)’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이 한정없는 지혜와 걸림없는 변재를 얻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 행을 말하겠는가.
이 성 남쪽에 한 촌락이 있으니, 이름은 법(法)이여, 그 촌락에 최적정(最寂靜)바라문이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묻도록 하라."

50) 최적정바라문(最寂靜婆羅門)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그 촌락에 이르러 최적정바라문에 보살도를 여쭈었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誠願語)이라.
과거 .현재. 미래 보살들이 이 말을 인하여,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물러나지 않나니라.
나는 진실하게 원하는 말에 머물렀으므로 뜻대로 짓는 일이 만족하지 않는 것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의 해탈(誠願語解脫)’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들의 공덕 행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 묘한 뜻 꽃문(妙意華門)성에 덕생(德生)동자와 유덕(有德) 동녀가 있으니, 그들에게 가서 보살도를 묻도록 하라."

51) 덕생동자(德生童子). 유덕동녀(有德童女)
선재동자가 점점 남으로 가서 묘의화문성에 이르러 덕생동자와 유덕동녀를 보고는, 그 발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마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바라옵건대, 저를 가엾이 여기시어 말씀하여 주소서."

동자와 종녀가 선재에게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우리는 보살의 해탈을 증득하였으니 이름이 환과 같이 머무름(幻住)이니라.
이 해탈을 얻었으므로, 모든 세계가 다 환과 같이 머무는 줄을 보나니 인연으로 생겨난 까닭이며, 모든 중생이 다 환과 같이 머무나니 업과 번뇌로 일어난 까닭이며, 모든 세간이 다 환과 같이 머무나니 무명과 존재(有)욕망(愛)등이 서로 인연이 되어 생기는 까닭이며, 내지 모든 중생의 생멸과 생로병사와 우비고뇌(憂悲苦惱)가 다 환과 같이 머무나니 허망한 분별로 생기는 까닭이니라.
이 환과 같은 경계의 자성은 헤아릴 수 없으니라.
선남자여,
우리는 다만 이 ‘환과 같이 머무는 해탈(幻住解脫)’만 알 뿐, 저 보살 마하살의 공덕 행이야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하겠는가."
동자와 동녀는 자기의 해탈을 말하고는 불가사의한 선근의 힘으로써 선재동자의 몸을 부드럽고 빛나고 윤택케 하고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남쪽 해안(海岸)국의 대장엄(大莊嚴) 동산에 광대한 누각이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 장엄상(毘盧자那莊嚴藏)이다.
미륵보살마하살들이 그 가운데 계시니, 본래 태어났던 부모와 속과 백성들을 거두어 주어 성숙케 하며, 또 함께 태어나고 함께 함께 수행하던 중생들을 대승 가운데서 견고하게 하며, 또 그대에게 보살의 해탈문을 보이며, 보살이 여러 곳에서 태어나되 모든 태어남이 모양이 없는 줄 아는 것을 보이려는 까닭이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행하며, 보살도를 닦으며, 보살의 계율을 배우며, 보살의 마음을 깨끗이 하며, 보살의 서원을 내며, 보살의 도를 돕는 거리를 모으며, 보살의 머무는 지위에 들어가며, 보살의 바라밀을 만족하며, 보살의 무생인(無生忍)을 얻으며, 보살의 공덕 법을 갖추며, 보살 선지식을 섬기는가를 묻도록 하라."

52) 미륵보살(彌勒菩薩)
이때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마음이 윤택하고 바른 생각으로 보살행을 생각하면서 해안국으로 행하였다.
지난 세상에 (禮敬)을 닦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즉시 뜻을 내어 부지런히 행하였다.
또 모든 선지식을 보고 부처님의 법을 모아서, 모든 보살의 원과 지혜의 몸을 위하여 인연을 지으려 하였다. 이렇게 생각할 때 불가사의한 한량없는 선근이 자라서, 모든 보살을 믿고 존중하며 희유한 생각을 내고 스승이란 생각을 내었다.
선재동자는 비로자나 장엄장 대 누각 앞에서 엎드려 절하고, 잠깐 동안 마음을 거두고 사유 관찰하였으며, 깊이 믿고 이해함과 대원력으 로 온갖 곳에 두루한 지혜의 몸이 평등한 문에 들어가서 그 몸을 두루 나타내었다.
선재동자가 땅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한량없이 돌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누각은 공하고 모양 없고 원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며, 법계가 차별이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며, 모든 세간에 집착하지 않는 이가 머무는 곳이며, 모든 법이 제 성품이 없음을 아는 이가 머무는 곳이며, 모든 차별한 업을 끊은 이가 머무는 곳이며, 모든 깊고 깊은 반야바라밀에 들어간 이가 머무는 곳이며, 방편으로 넓은 문 법계에 머무는 곳이며, 대자대비에 머무른 이가 머무는 곳이며, 여래의 머무시는 곳에 머무른 이가 머무는 곳이며, 내지 이 큰 누각은 이러한 모든 공덕에 머무르는 이가 머무는 곳이리라.'
이때 선재동자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곳은 자비하고 청정한 지혜 세간을 이익케 하는 미륵보살님 관정지의 부처님 장자(長子) 여래 경계 드신 이의 머무시는 곳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과 지혜 방편과 원. 힘. 신통 이같은 대승의 모든 바라밀을 다 구족하신 이의 머무시는 곳 부처님의 장자시며 거룩하신 미륵보살님 내 이제 공경히 예배하오니 원컨대 저를 돌보아주소서'
선재동자는 비로자나 장엄장 대 누각 안에 계시는 보살들을 찬탄하고는, 일심으로 미륵보살을 뵙고 친근하고 공양하려 하였다.
이에 문득 보니, 미륵보살마하살이 다른 데로부터 오시는데, 한량없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장엄장 누각으로 향하시었다.
선재동자가 보고는 환희 용약하고 땅에 엎드려 절하였다.
미륵보살은 선재동자를 살펴보고 대중에게 그의 공덕을 게송으로 칭찬하였다.

그대들 선재를 보라
지혜 있고 마음이 청정
보리 행을 구하려고
나에게 이른 것이다.
잘 왔도다, 청정한 뜻
잘 왔도다, 물러가지 않은 근기 수행함에 게으름 없도다.
모든 여래들의 청정한 경계 구하고자.
광대한 서원 물으면서 나를 찾아 왔도다
과거. 미래. 현재. 부처님들의 이루신 모든 행과 업
그대 닦아 배우고자 나를 찾아 왔도다.
그대는 선지식에게 미묘한 법 구하고
보살의 행 배우고자 나를 찾아왔도다.
착하다, 참 불자여 모든 부처님 공경하니
오래지 않아 모든 행 갖추고
부처님의 공덕 언덕에 이르리라.
그대는 큰 지혜 있는 문수사리에게 가라
그는 그대로 하여금 보현의 깊고 묘한 행 얻게 하리라

미륵보살이 대중 앞에서 선재의 큰 공덕 장을 칭찬하자, 선재동자가 이 게송을 듣고 환희 용약하며 한없이 돌았다.
미륵보살은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착하도다, 참된 불자여 모든 근(根)을 책려하여 게으름이 없으니
오래지 않아 모든 공덕 구족하여서 문수보살이나 나같이 되리라.

선재동자는 합장하고 공경하며 미륵보살께 거듭 여쭈었다.

"대성(大聖)이 시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 도를 닦으며 내지 모든 부처님의 법안(諸佛法眼)을 가질 수 있나이까."

이때 미륵보살이 도량에 모인 대중을 살펴보고 선재동자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였다.

"그대들은 이 장자의 아들이 나에게 보살의 행과 공덕을 묻는 것을 보는가.
이 장자의 아들은 일찍이 복성(福城)에서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고 점점 남쪽으로 오면서 선지식을 찾았고 일백열 선지식을 만난 뒤 나에게 왔는데 잠시도 게으른 생각을 내지 않았느니라.
다른 보살들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겁을 지내고야 비로소 보살의 원과 행을 만족하며 능히 부처님의 보리에 친근하지만, 이장자의 아들은 한 생 동안에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교화하고, 지혜로써 법계에 깊이 들어가고, 모든 바라밀을 성취하고, 모든 행을 능히 넓히고, 모든 큰 서원을 원만히 하고, 모든 마의 업에서 뛰어나고, 모든 선지식을 섬기고 모든 보살도를 청정히 하고 보현의 모든 행을 구족 하였느니라. "

미륵보살은 이렇게 선재동자의 여러 가지 공덕을 칭찬하여 한량없는 중생에게 보리심을 내게 하고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모든 세간을 이익케 하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고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구하려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졸은 이익을 얻었고, 사람의 몸을 얻었고 수명이 길고, 여래가 출연하심을 만났고, 문수사리 큰 선지식을 보았고, 그대의 몸은 좋은 그릇이 되어 선근으로 윤택하였고, 흰 법으로 유지되어 이해와 욕망이 다 청정하였으며, 여러 부처님께서 함께 호념하심이 되었으며 선지식 들께서 함께 거두어 주심이 되었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선남자여,
보리심(菩提心)은 종자와 같으니 모든 불법을 내며,
보리심은 좋은 밭과 같으니 중생들의 깨끗한 법을 자라게 하며,
보리심은 땅과 같으니 모든 세간을 유지하며,
보리심은 깨끗한 물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때를 씻으며,
보리심은 큰 바람과 같으니 세간에 두루 걸림이 없으며,
보리심은 치성한 불과 같으니 모든 소견의 섶을 태우며,
보리심은 밝은 해와 같으니, 모든 세간을 두루 비추며,
보리심은 보름달과 같으니 여러 가지 깨끗한 법이다 원만하며,
보리심은 밝은 등불과 같으니 갖가지 법의 광명을 곳을 널리 보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큰 길과 같은 여러 사람을 큰 지혜의 성에 들게 하며,
보리심은 바르게 건네는 것과 같으니 삿된 법을 여의게 하며,
보리심은 큰 수레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널리 실어 옮기며,
보리심은 문과 같으니 모든 보살행을 열어 보이며,
보리심은 궁전과 같으니 삼매 법에 안주하여 닦게 하며,
보리심은 동산과 같으니 그 안에서 유희하여 법의 즐거움을 받으며,
보리심은 집과 같으니 모든 중생을 편안케 하며,
보리심은 돌아갈 곳이니 모든 세간을 이익케 하며,
보리심은 의지할 데니, 모든 보살행을 의지하는 곳인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아버지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훈계하여 지도하며, 볼심은 어머니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낳아 기르며,
보리심은 유모와 같으니 모든 보살을 양육하며,
보리심은 착한 벗과 같으니 모든 보살을 성취하여 이익케 하며,
보리심은 군주와 같으니 이승보다 뛰어나며,
보리심은 제왕과 같으니 모든 원에 자유자제한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큰 바다와 같으니 모든 공덕이 그 가운데 들어가며,
보리심은 수미산과 같으니 중생들에게 마음이 평등하며,
보리심은 철위산과 같으니 모든 세간을 거두어 가며,
보리심은 설산과 같으니 모든 지혜의 약풀을 자라게 하며,
보리심은 향산(香山)과 같으니 모든 공덕의 향을 내며,
보리심은 허공과 같으니 모든 묘한 공덕이 넓어 가없으며,
보리심은 연꽃과 같으니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않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잘 길든 코끼리 같으니 마음이 유순하여 영악하지 않으며,
보리심은 양순한 말과 같으니 모든 악한 성질을 여의며,
보리심은 말 모는 이와 같으니 대승의 모든 법을 수호하며,
보리심은 좋은 약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병을 치료하며,
보리심은 함정과 같으니 모든 나쁜 법을 빠뜨리며,
보리심은 금강과 같으니 모든 공덕의 향을 담으며,
보리심은 고운 꽃과 같으니 모든 세간에서 보기를 좋아하며,
보리심은 백전단과 같으니 욕심의 열을 헤쳐 청량케 하며,
보리심은 검은 침향과 같으니 법계에 두루 풍기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선견약(善見藥)과 같으니 모든 번뇌 병을 없애며,
보리심은 비급마(毘及摩)약과 같으니 모든 의혹의 살을 뽑으며,
보리심은 제석과 같으니 여러 임금 중에 가장 높으며,
보리심은 비사문과 같으니 모든 가난한 고통을 끊으며,
보리심은 공덕 천과 같으니 온갖 공덕으로 장엄하며,
보리심은 겁말(劫末)에 타는 불과 같으니 모든 함이 있는 것을 태우며,
보리심은 남이 없는 뿌리약(無生根樂)과 같으니 모든 불법을 자라게 하며,
보리심은 용의 턱에 있는 구슬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독을 소멸하며,
보리심은 물 맑히는 구슬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흐림을 맑히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여의주와 같으니 여러 가난한 이를 구해주며,
보리심은 공덕병과 같으니 모든 중생의 마음을 만족케 하며,
보리심은 여의수(如意樹)와 같으니 모든 장엄거리를 비 내리며,
보리심은 거위 깃옷(거羽衣)과 같으니 모든 생사의 때가 묻지 않으며,
보리심은 흰 털실과 같으니 본래부터 성품이 깨끗한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잘 갈리는 보습과 같으니 모든 중생의 밭을 갈며,
보리심은 나라 연과 같은 나라는 소견 가진 대적을 부수며,
보리심은 뽀족한 살과 같으니 모든 괴로움의 과녁을 꿰며,
보리심은 잘 드는 창과 같으니 모든 번뇌 갑옷을 뚫으며,
보리심은 굳은 갑옷과 같으니 모든 진리의 마음(如理心)을 보호하며,
보리심은 잘 드는 칼과 같으니 모든 번뇌 머리를 베며,
보리심은 날카로운 검과 같으니 모든 교만의 투구를 깨며,
보리심은 장수의 당기와 같으니 모든 마를 굴복하며,
보리심은 잘 드는 톱과 같으니 모든 무명의 나무를 끊으며,
보리심은 날이 선 도끼와 같으니 모든 고통의 나무를 찍으며,
보리심은 병장기와 같으니 모든 괴로움의 난을 막을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좋은 손과 같으니 모든 바라밀의 몸을 방비하며,
보리심은 튼튼한 발과 같으니 모든 공덕을 세우며,
보리심은 안약(眼藥)과 같으니 모든 무명의 가림(예)을 제하며,
보리심은 집게와 같으니 모든 몸이란 소견의 가시를 뽑으며,
보리심은 방석(臥具)과 같으니 생사의 피로함을 덜며,
보리심은 선지식과 같으니 모든 생사의 속박을 풀며,
보리심은 보물과 같으니 모든 빈궁을 제하며,
보리심은 좋은 길잡이와 같으니 보살의 벗어날 길을 잘 알며,
보리심은 묻힌 갈무리와 같으니 공덕재물을 다하지 않게 내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솟는 샘과 같으니 지혜의 물을 끊이지 않게 내며,
보리심은 거울과 같으니 모든 법문의 영상을 나타내며,
보리심은 연꽃과 같으니 모든 죄의 때에 물들지 않으며,
보리심은 큰 강과 같으니 모든 건네주는 법을 이끌어 흐르며,
보리심은 큰 용왕과 같으니 모든 묘한 법비를 내리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목숨과 같으니 매우 가엾어 여김 인 몸을 유지하며,
보리심은 단 이슬과 같으니 죽지 않은 세계에 편안히 머물게 하며,
보리심은 큰 그물과 같으니 모든 중생을 두루 거두며,
보리심은 오랏줄과 같으니 교화받을 중생을 끌어당기며,
보리심은 낚시 미끼와 같으니 존재의 못(有淵) 속에 사는 이를 끌어내며,
보리심은 아가다 약과 같으니 병이 없고 길이 편안케 하며,
보리심은 소독약과 같으니 탐애의 독을 소멸하며,
보리심은 주문을 잘 외는 것 같으니 모든 뒤바뀐 독을 제거하며,
보리심은 빠른 바람과 같으니 모든 장애의 안개를 걷어 버리며,
보리심은 보배 섬과 같으니 모든 보리 부분 (覺分)의 보배를 내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좋은 종자와 같으니 모든 희고 깨끗한 법을 나게 하며,
보리심은 주택(住宅)과 같으니 모든 공덕이 의지하는 곳이며,
보리심은 시장과 같으니 보살 상인이 무역하는 곳이며,
보리심은 꿀과 같으니 모든 공덕의 맛을 원만하게 하며,
보리심은 바른 길과 같으니 보살들을 지혜의 성에 들어가게 하며,
보리심은 좋은 그릇과 같으니 모든 희고 깨끗한 법을 담으며,
보리심은 가물 때의 비와 같으니 모든 번뇌의 티끌을 없애며,
보리심은 있을 곳이 되나니 모든 보살의 머무는 곳이며,
보리심은 자석(壽行)이 되나니, 성문의 해탈과를 취하지 않은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깨끗한 유리와 같으니 성질이 맑고 깨끗하여 때가 없으며,
보리심은 제석천왕의 푸른 보배와 같으니 세간과 이승의 지혜보다 뛰어나며,
보리심은 시간 알리는 북과 같으니 중생의 번뇌졸음을 깨우며,
보리심은 맑은 물과 같으니 성질이 깨끗하여 흐린 때가 없으며,
보리심은 염부금(閻浮金)과 같으니 모든 유위선(有爲善)을 무색케 하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큰 산과 같으니 모든 세간에서 우뚝 솟아나며,
보리심은 돌아갈 데니 오는 이들을 거절하지 않으며,
보리심은 옳은 이익 아니 모든 쇠퇴하는 일을 제거하며,
보리심은 묘한 보배니 모든 마음을 기쁘게 하며,
보리심은 크게 보시하는 모임과 같으니 중생들의 마음을 만족케 하는 까닭이니라.
보리심은 높고 수승한 것이니. 중생의 마음과 더불어 같음이 없으며,
보리심은 묻힌 갈무리 같으니 모든 부처님 법을 거두어 모으며,
보리심은 인드라 그물과 같으니 번뇌의 아수라를 굴복하며,
보리심은 바루나 바람과 같으니 모든 교화받을 이를 움직이며,
보리심은 인드라 불과 같으니 모든 번뇌의 습기를 태우며,
보리심은 부처님 탑과 같으니 모든 세간에서 공양할 바인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보리심은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나니, 요체를 들어 말하면 모든 보살행을 내며,
삼세 여래가 보리심으로부터 출생하시는 까닭이니라.
어떤 중생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면 곧 이렇게 훌륭한 공덕의 법을 얻으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었으니 비로자나 장엄장 대누각에 들어가서 두루 관찰하라.
곧 보살행을 배워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리라."

그때 선재동자는 공경하여 미륵보살을 오른 쪽으로 돌고 여쭈었다.

"바라옵건대 거룩하신 이께서 이 누각 문을 열어 제가 들어가게 하소서."

이때 미륵보살이 누각에 나아가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니 문이 열렸다.
선재동자가 기뻐하며 들어가니 문은 곧 닫혔다.
누각을 보니 크고 넓기가 한량없어 허공과 같고 아승지 보배로 땅이 되고 궁정과 문과 창문과 섬돌과 난간과 길이 모두 칠보로 되었으며, 아승지 범기와 당기와 일산이 사이사이 벌여 있고, 아승지 영락들이 곳곳에 드리웠으며, 아승지 반달, 비단, 띠, 보배 그물로 장엄하였고 아승지 보배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내며 하늘꽃을 흩고, 하늘보배로 된 화만띠를 달고 보배 향로를 괴고 금가루를 비 내리고, 보배 휘장을 치고, 보배 자리를 깔고, 비단을 자리위에 펴고, 염부단금 동녀 형상과 아승지 보배 형상과 묘한 보배로 된 보살형상이 가는 곳마다 가득찼으며, 아승지 보배나무는 차례로 줄을 지었고 마니 보배가 큰 광명을 놓아, 이렇게 한량없는 아승지 장엄거리로 장엄하였다.
또 그 가운데는 한량없는 백천 누각이 있는데, 낱낱이 훌륭하게 꾸민 것이 위에 말한 바와 같고, 크고 넓은 화려하기 허공과 같아서 서로 장애하지도 아니하였다.
선재동자가 한 곳에서 모든 곳을 보듯이, 모든 곳에서고 다 이렇게 보았다.
이때 선재동자가 비로자나 장엄장 누각이 이렇게 가지가지로 헤아릴 수 없이 자유자재한 경계를 보고, 매우 환희하여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모든 의혹을 멸하며, 본 것은 잊지 않고 들은 것은 기억하고 생각이 어지럽지 아니하여 걸림없는 해탈문에 들어가서 널리 예경하였다.
선재동자가 잠깐 머리를 조아리니, 미륵보살의 신통한 힘으로 자기 몸이 모든 누각 속에 두루하여 있음을 보며, 또 가지가지 불가사의한 자재로운 경계를 보았다.
이른바 미륵보살이 처음에 위없는 보리심을 내던 때, 이러한 이름과 이러한 종족과 이같이 선지식 가르침으로 이같은 선근을 심던 일을 모두 보며, 이렇게 오래 살고 이러한 겁을 지내면서 이러한 부처님을 만나고, 이렇게 장엄한 세계에 머물면서 이렇게 행을 닦고 이렇게 원을 세웠으며, 저 여래의 이러한 대중의 모임에서 이러한 수명과 세월을 지내면서 친근하고 공양하던 일을 모두 다 분명하게 보았다.
미륵보살이 처음에 자심(慈心)삼매를 증득하고, 그후로 자씨(慈氏)라고 부르던 일을 보기도 하고, 미륵보살이 묘한 행을 닦으며 모든 바라밀을 만족하던 일을 보기도 하고, 여래의 바른 교법을 보호하며 대법사가 되어 무생인(無生忍)을얻고, 위 없는 보리의 수기를 받던 일을 보기도 하였고 미륻보살이 전륜앙 등 갖가지 몸이 되어서 모든 세계 대중들을 위하여 법 설 함을 보기도 하였다.
또 저 장엄장 안에 있는 여러 누각 중에서 한 누각을 보니, 높고 넓고 훌륭하게 꾸민 것이 최상이라 견줄 데가 없으며, 그 가운데 삼천 세계 백억 사천하, 백억 도솔천 낱낱이 미륵보살이 신으로 내려와 탄생하는 것을 재석과 범천왕이 받들며, 일곱 걸음을 걷고, 시방을 살펴보며 크게 사자후하며, 동자로서 궁전에 거처하고 정원에서 유희하며, 온갖 지혜를 얻기 위하여 출가하여 고행하며, 유미죽을 받고 도량에 나아가서 마군을 항복받고 등정각을 이루며, 법륜을 굴리고, 천궁에 올라가서 법을 연설하고 일과, 겁과 수명과 대중 모임의 장엄과, 국토를 깨끗이 하고 행원을 닦음과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는 방편과 사리를 나누어 반포함과 법을 머물러 유지함이 모두 같지 아니함을 보았다.
그때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이 모든 여래의 처소에 있음을 보았으며, 또 저 모든 여래의 처소에 있음을 보았으며, 저 모든 대중의 모임과 일체 불사(佛事)를 보고 기억하여 잊지 않았으며 통달하여 걸림이 없었다. 또 모든 누각 안에 있는 보배 그물과 모든 악기에서 미묘한 음성을 내어 여러 가지 법 설 함을 들었다. 선재동자는 이같이 미묘한 법의 음성을 듣고, 몸과 마음이 환희하고 부드럽고 기뻐서 곧 한량없는 총지문과 변재문과 모든 선정(禪)인(忍), 원, 바라밀, 신통(通), 밝음, 해탈, 삼매문을 얻었다.
또 보배 거울 가운데서 가지가지 형상을 보았다.
선재동자는 잊지 않는 기억력과 시방을 보는 청정한 눈과 잘 관찰하는 걸림 없는 지혜와 보살들의 자재한 지혜와 보살들이 지혜의 지위에 들어간 광대한 지혜와 그리고 미륵보살의 신통한 힘과, 불가사의한 환과 같은 지혜의 힘과, 보살들의 자재한 힘을 얻은 까닭에, 이 누각 속에서 여러 가지 장엄과 자재한 경계를 보는 것이다.
그때 미륵보살이 신통한 힘을 거두고 누각으로 들어가 손가락을 퉁겨 소리를 내고, 선재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일어나라,
법의 성품(法性)이 이와 같으니,
이는 보살의 모든 법을 아는 지혜의 인연이 모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자성이 환과 같고, 꿈 같고, 그림자 같고, 영상 같아서 모두 성취하지 못하느니라."

이때 선재동자가 손가락 퉁기는 소리를 듣고 삼매에서 일어났다. 미륵보살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보살의 불가사의하게 자재한 해탈(菩薩不思議自在解脫)에 머물러 보살들의 삼매의 기쁨을 받았으므로, 보살의 신통한 힘으로 가지하고, 도를 돕는 데서 흘러나오고, 원과 지혜로 나타난 여러 가지 훌륭하게 장어한 궁전을 보았으며, 보살의 행을 보고 보살의 법을 듣고, 보살의 덕을 알고, 여래의 원을 마치었느니라."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그러합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는 선지식의 가피하시고 생각하여 주신 위덕과 신통의 힘입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 해탈문의 이름은 무엇이나이까. "

미륵보살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이 해탈문의 이름은 ‘삼세의 모든 경계에 들어가서 잊지 않고 기억하는 지혜로 장엄한 광(人三世一切境界不妄念智莊嚴藏)’이니라.
선남자여,
이 해탈문 가운데 말 할 수 없이 말 할 수 없는 해탈문이 있으니 일생보처 보살이라야 얻는 것이니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이 장엄하였던 것이 어디 갔나이까."

미륵보살이 대답하였다.

"왔던 곳으로 갔느니라."

" 어디서 왔었나이까."

"보살의 지혜의 신통한 힘으로부터 와서, 보살의 지혜의 신통한 힘을 의지하여 머무른 것이며, 곳도 없고 머무른 곳도 없고 모인 것도 아니고 항상 찬 것도 아니어서 모든 것을 멀리 여의었으니라."

"성인께서는 어디서 오셨나이까."

"선남자여,
보살들은 오는 일도 없고 가는 일도 없이 그렇게 오느니라.
다니는 일도 없고 머무는 일도 없이 그렇게 오느니라.
처소도 없고 집착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고 나지도 않고 머물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고 동하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고 연연함도 없고 애착함도 없고 업도 없고 과보도 없고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아주 없지도 않고 항상 하지도 아니하게 그렇게 오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은 크게 가엾이 여기는 곳에서 오나니 중생들을 조복하며, 크게 인자한 곳에서 오나니 중생들을 구호하며, 깨끗한곳에서 오나니 좋아함을 따라서 태어나며, 크게 서원한 곳에서 오나니 옛날의 서원한 힘으로 유지하며, 신통한 곳에서 오나니 모든 곳에 좋아하는 대로 나타나며, 동요 함인 없는 데서 오나니 모든 부처님을 항상 떠나지 않으며, 가지고 버림이 없는 데서 오나니 몸과 마음을 시켜서 가고 오지 않으며, 지혜와 방편인 데서 오나니 모든 중생을 따라주며, 변화를 나타내는 데서 오나니 영상처럼 화하여 나타나는 까닭이니라.
그러나 선남자여,
그대가 내게 묻기를 어디서 왔느냐 하였으니,
선남자여,
나는 태어난 곳인 마라제국(摩羅提國)으로부터 여기 왔노라.
선남자여,
그곳에 방사(房舍)라는 마을이 있고, 거기 장자가 있으니 이름이 구파라(瞿波羅)이다.
그 사람을 교화하여 불법에 들어오게 하고자 거기 있었으며, 또 태어난 곳에 있는 사람들로서 교화를 받을 이들에게 법을 말하고 또 부모와 권속들과 바라문들에게 대승을 연설하여 들어가게 하느라고 거기 있다가 여기 왔느니라."

선재동자가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떤 것이 보살의 태어난 곳입니까."

미륵보살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태어나는 곳이 있느니라.
무엇이 열인가.
보리심이니 보살의 집에 나는 까닭이며,
깊은 마음(深心)이니 선지식의 집에 나는 까닭이며,
모든 지(諸地)이니 바라밀 집에 나는 까닭이며,
큰 원이니 묘한 행의 집에 나는 까닭이며,
크게 가엾이 여김 이니 네 가지 거두어 주는 집에 나는 까닭이며,
이치대로 관찰함이니, 반야바라밀다 집에 나는 까닭이며,
대승이니 방편인 교묘한 집에 나는 까닭이며,
중생을 교화함이니 부처님 가문에 나는 까닭이며,
지혜와 방편이니 생사 없는 법의 지혜의 집에 나는 까닭이며,
모든 법을 수행함이니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여래의 가문에 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보살은 이렇게 범부에서 뛰어나 보살의 지위에 들며, 여래의 가문에 나서 부처님의 종자에 머물며, 모든 행을 닦아서 삼보를 끊이지 않게 하며, 보살의 종족을 잘 수호하여 보살의 종자를 깨끗이 하며, 태어난 곳이 높아서 허물이 없으므로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 마군, 범천, 사문, 바라문들이 공경하고 찬탄하느니라.
선남자여,
보살 마하살들이 이렇게 훌륭한 집에 태어나서는 모든 법이 영상과 같음을 알므로 세간에 싫어함이 없고, 든 법이 변화함과 같음을 알므로 모든 존재의 길에 물들지 않고, 모든 법이 나가 없음을 알므로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에 고달프지 않고, 대자 대비로 자체를 삼는 까닭에 중생을 거두어 주는 데 괴로움을 느끼지 않으며, 나고 죽음이 꿈과 같은 줄 알므로 태어남을 시현하여 고달픔이 없으며, 십팔계(十八界)와 십이처(十二處)가 법계와 같음을 알므로 모든 경계에 망가뜨릴 것이 없으며, 모든 생각이 아지랑이 같은 줄 알므로 마의 경계에 들어가도 물드는 생각을 내지 않으며, 법의 몸을 알므로 모든 번뇌에 속지 않으며, 자유가 재함을 얻었으므로 모든 길에 통달하여 걸림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의 몸은 모든 법계에 두루 나므로 모든 중생의 차별한 형상과 같고, 모든 중생의 갖가지 음성과 같고, 모든 중생의 좋아하는 거동과 같아서 세간을 따라 교화 조복하고, 모든 청정한 중생의 일부러 태어남과 같고, 모든 범부 중생의 짓는 업과 같고, 모든 중생의 생각과 같고, 모든 보살의 서원과 같아서, 몸을 나타내어 법계에 가득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옛적부터 나와 함께 수행하다가 지금에는 보리심에서 물러난 이를 제도하고, 또 부모와 권속들을 교화하고, 여러 바라문을 교화하여 대성 문이라는 교만을 여의고, 여래의 종족 중에 나게 하기위하여 이 염부제의 마라제국 구타(拘咤) 마을 바라문의 집에 태어났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큰 누각에 있으면서 중생들의 좋아함을 따라 여러 가지 방편으로 교화하고 조복하느니라.
선남자여,
내 서원이 만족하고 온갖 지혜를 이루어 보리를 얻을 때에는 그대가 문수보살과 함께 나를 보게 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문수사리 선지식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현의 수행하는 문에 들어가며, 어떻게 성취하며, 어떻게 광대하게 하며, 어떻게 따르며, 어떻게 청정하게 하며, 어떻게 원만히 하는가’묻도록 하라.
선남자여,
그는 그대에게 분별하여 연설하리라.
무슨 까닭인가.
문수사리의 가진 서원을 다른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은 가지지 못하였느니라.
선남자여,
문수사리동자는 그 수행이 광대하고 그 서원이 가없어서 보살의 공덕 쉬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문수사리는 항상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의 어머니가 되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의 스승이 되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성취하여 시방세계에 소문이 났으며, 모든 부처님의대중 가운데서 법을 연설하는 법사가 되어 모든 부처님의 대중 가운데서 법을 연설하는 법사가 되어 모든 여래께서 찬탄하시는 바며, 깊은 지혜에 머물러 있어 모든 법을 사실대로 보고, 모든 해탈의 경계를 통달하고, 보현의 행하는 행을 끝까지 마치었느니라.
선남자여,
문수사리동자는 그대의 선지식이니, 그대로 하여금 여래의 가문에 나게 하였고, 모든 선근을 자라게 하였고, 모든 도를 돕는 법을 일으키게 하였고, 진실한 선지식을 만나게 하였으며, 그대로 하여금 모든 공덕을 닦게 하고는 모든 서원의 그물에 들어가게 하고, 모든 원에 머물게 하며, 그대를 위하여 모든 보살의 비밀한 법을 말하고 모든 보살의 불가사의한 행을 나타내었으며, 그대와 더불어 옛적에 함께 나고 함께 행하였느니라.
그러므로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문수사리에게 가도록 할지니,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
문수사리는 그대에게 모든 공덕을 말해 주리라.
그대가 선지식을 만나고, 보살행을 듣고 해탈문에 들어가고, 큰 원을 만족한 것은 모두 문수사리의 위덕과 신통의 힘이니라.
문수사리는 모든 곳에서 구경까지 얻게 하느니라."
그때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53) 문수보살(文殊菩薩)
이때 선재동자는 미륵보살이 가르친 대로 점점 나아가 일백 일십여 성을 보문(普門)국의 소마나성(蘇摩那城)에 이르러, 문에 머무러 있으면서 문수사리를 생각하고 따라 관찰하고 두루 찾으며 뵙기를 희망하였다.
이때 문수사리가 멀리서 오른손을 펴 일백 일십 유순을 지나와서,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며 말씀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만일 신근(信根)을 여의었다면 마음이 용렬하고 후회하여 공행이 갖추지 못해서 한 선근에 집착하고 조그만 공덕에 만족하여 행과 원을 일으키지 못하며, 선지식의 거두어 주고 보호함도 받지 못하며, 여래의 생각하심도 되지 못했을 것이며, 이러한 법의 성품.이치.법문.수행.경계를 알지 못하고 두루 앎과 가지가지 앎과 근원까지 다함과 분명하게 이해함과 들어감과 해설함과 분별함과 증득함과 얻는 것을 모두 할 수 없었으리라. "

그리고는 문수사리보살이 선재동자로 하여금 아승지 법문을 성취하고 한량없는 큰 지혜의 광명을 구족하여, 보살의 가없는 다라니와 원과 삼매와 신통과 지혜를 얻게 하고, 보현행의 도량에 들게 하고 선재를 자기가 머무른 곳에 두고는, 작용을 거두고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선재동자는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일심으로 문수사리보살 뵙기를 원하고, 삼천 대천세계의 티끌 수 선지식을 보고, 모두 친근하며 공경하여 받들어 섬기고, 그들의 가르침을 받고 거스르지 아니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광대한 공덕을 배우며, 모든 보살의 서원 바다에 들어가 보살행을 닦고, 지혜가 법계에 두루하여 모든 세계의 모든 존재에 몸을 널리 나타내어 두루하지 않는 데 없으며 모든 장애를 부수고 걸림 없는법에 들어가 법계의 평등한 경지에 머물러서, 보현의 해탈 경계를 관찰하였다.
즉시에 보현보살의 이름과 행과 원과 도를 돕는 것, 바른 도, 모든 지(地), 지의 방편, 지에 들어감, 지에 더 자아감, 지에 머무름, 지를 닦아 익힘, 지의 위력, 지의 함께 머무름을 듣고 갈망하여 보현보살을 친견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곧 금강장 보리 도량에서 비로자나 여래의 사자좌 앞에 있는 모든 보배 연화장 자리 위에 앉아서, 허공계와 같으려는 광대한 마음.
모든 세계를 버리고 모든 애착을 여의려는 걸림 없는 마음.
모든 시방 바다에 두루 들어가려는 걸림 없는 마음.
모든 지혜의 경계에 널리 드러어가려는 청정한 마음. 도량의 장엄을 보려는 분명한 마음.
모든 부처님 법 바다에 들어가려는 광대한 마음. 모든 중생세계를 교화하려는 두루한 마음.
모든 국토를 깨끗이 하려는 한량없는 마음. 모든 겁에 머물려는 끝없는 마음.
여래의 열 가지 힘에 나아가려는 구경의 마음을 일으켰다.
선재동자가 이러한 마음을 일으킬 때 자기의 선근력과 모든 여래의 가피력과 보현보살의 선근력으로 열 가지 성서로운 모양을 보았고, 또 열 가지 광명한 모양을 보았다.

54) 보현보살(普賢菩薩)
이때 선재동자는 이 열 가지 광명한 모양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반드시 보현보살을 친견하고 선근을 더할 것이며, 모든 부처님을 뵙고 여러 보살의 광대한 경지에 대하여 결정한 지혜를 내어 온갖 지혜를 얻을 것이다.
이때 선재동자는 여러 감관을 거두어 일심으로 보현보살을 보려는 크게 정진하는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였고, 넓은 눈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여러 보살을 관찰하면서, 보이는 것마다 보현보살을 뵙는 생각을 지었으며, 지혜의 눈으로 보현의 도를 보니 마음이 광대하기 허공과 같았고 크게 가엾이 여김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았으며, 오는 세월이 다하도록 보현보살을 따라 다니면서 생각생각마다 보현의 행을 순종하여 닦으려 하였고, 지혜를 성취하고 여래의 경지에 들어 보현의 지위에 머물려 하였다. 이때 선재동자가 보니, 보현보살이 여래의 앞에 대중이 모인 가운데서 보배연꽃 사자 좌에 앉았는데, 모든 보살들이 함께 둘러 모셨으며, 사장 특수하여 세간에 짝할 이거 없으며, 지혜의 경지는 한량없고 가없으며 헤아리기 어렵고 생각하기 어려워 부처님과 평등하여 모든 보살들이 살펴볼 수 없었다.
또 보니 보현보살의 몸에 있는 낱낱 털구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광명 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모든 중생의 괴로움과 근심을 멸하여 보살들을 매우 환희하게 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바로 깨달은 몸 구름을 내어 온갖 세계에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 보살들로 하여금 큰 법을 증장케 하고 온갖 이루게 함을 보았다.
이때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이렇게 자유자재하고 신통한 경계와 힘을 보고는 마음이 두루 기뻤으며, 곧 열 가지 지혜 바라밀을 얻었다.
선재동자가 이것을 얻자, 보현보살이 오른손을 펴서 그 정수리를 만지었다.
보현보살이 정수리를 만진 뒤에 선재동자는 곧 모든 세계의 티끌 수 삼매 문을 얻었는데, 각각 모든 세계의 티끌 수 삼매로 권속을 삼았다. 낱낱 삼매에서 옛날에 보지 못하던 부처님의 큰 바다를 보았고, 온갖 지혜의 도를 돕는 기구를 모았고, 온갖 지혜의 가장 묘한 법을 내었고, 온갖 지혜의 큰 서원을 세웠고, 큰 서원 바다에 들어갔고, 온갖 지혜의 뛰어나는 요긴한 길에 머물렀고, 보살들의 닦는 행을 닦았고, 온갖 지혜의 큰 정진을 일으켰고, 온갖 지혜의 깨끗한 광명을 얻었다.
이 사바세계의 비로자나 부처님 처소에서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진 것처럼 시방에 있는 세계들과 저 세계의 낱낱 티끌 수 속에 있는 모든 세계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 있는 보현보살들도 모두 이와 같이 정수리를 만지었고, 얻은 법문도 또 한 같았다.
이때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이 신통한 힘을 보았는가."

"그러합니다, 보았나이다.
대성인이시여,
이 불가사의한 큰 신통의 일은 오직 여래께서만 알겠나이다."

보혅보살이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과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겁에 보살행을 행하며 온갖 지혜를 구하였노라.
나의 과거의 인연은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도를 돕는 법의 힘과, 선근의 힘과, 크게 좋아하는 힘과, 공덕을 닦는 힘과, 모든 법을 사실대로 생각한 힘과, 지혜 눈의 힘과, 부처님의 위덕과, 신통의 힘과, 크게 자비한 힘과, 깨끗한 신통의 힘과, 선지식의 힘으로써 삼세에 평등하고 청정한 법의 몸을 얻고 청정하고 위 없는 육신을 얻어서 세간을 초월하고 중생의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 형상을 나타내며, 모든 세계에 들어가고 온갖 곳에 두루하여, 여러 세계에서 신통을 나타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노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이 육신을 보라. 이 육신은 가없는 겁 바다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만일 중생이 선근을 심지 못하거나 조금 심은 성문이나 보살들로는 나의 이름도 듣지 못하니 하물며 나의 몸을 볼 수 있겠느냐.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내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만일 나를 보거나 접촉하거나 맞거나보내거나 잠깐 동안 따라다니거나, 꿈에 나를 보거나 들은 이도 역시 그러하리라.
나는 이러한 세계의 티끌 수 방편 문으로써 모든 중생들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노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이 나의 청정한 세계를 보고 들은 이는 반드시 이 청정한 세계에 날 것이요, 만일 중생이 나의 천장한 몸을 보고 들은 이는 반드시 나의 청정한 몸 가운데 날 것이다.
그대는 마땅히 나의 엋정한 몸을 볼지니라."

이때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몸을 보니 잘생긴 모습과 사지 골절의 낱낱 털구멍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바다가 있고, 세계바다에 부처님께서 나시는데, 큰 보살들이 둘러 모시었다.
또 보니, 보현보살이 낱낱 세계바다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나 툰 몸 구름을 내어 시방의 모든 세계에 가득하고 중생들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향하게 하며, 선재동자는 또 자기의 몸이 보현보살의 몸 속에 있는 시방의 모든 중생을 교화함을 보았다.
또 선재동자가 세계의 티끌 수 선지식을 친근하여서 얻은 그러한 선근의 지혜 광명을 보현보살이 얻은 선근에 비하면, 백분의 일 내지 산수의 비유로도 미치지 못하였다.
선재동자가 처음 마음을 낸 때부터 보현보살을 보던 때까지 그 중간에 들어갔던 모든 부처님 세계바다에 비하여, 지금 보현보살의 한 털구멍 속에서 잠깐 동안에 들어간 부처님 세계바다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배가 지나면 이 한 털구멍과 같이 모든 털구멍도 역시 그러하니라.
선재동자가 보현보살의 털구멍에 있는 세계에는 한 걸음을 걸을 때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세계를 지나가며, 이와 같이 걸어서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걸어도 오히려 한 털구멍 속에 있는 세계바다의 차례와 갈무리와 차별과 두루 들어감과 이루어짐과 무너짐과 장엄과 그 끝난 데를 알지 못하느니라.
선재동자가 보현보살의 털구멍 세계에 있어서 혹 한 세계에서 한 겁 동안을 지내면서 걷기도 하고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겁 동안 지내면서 걷기도 하며, 또 이 세계에서 없어지고 저 세계에 나타나지도 않으면서 잠깐잠깐 동암에 그지 없는 세계바다에 두루하여 중생을 교화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향하게 하였다.
이때를 당하여 선재동자는 차례로 보현보살행과 원의 바다를 믿어서 보현보살과 평등하고, 부처님들과 평등하며, 한 몸이 모든 세계에 가득하여 세계가 평등하고, 행이 평등하고, 바르게 깨달음이 평등하고, 신통이 평등하고, 법률이 평등하고, 변재가 평등하고, 말씀이 평등하고, 음성이 평등하고, 힘과 두려움 없음이 평등하고, 부처님의 머무심이 평등하고, 대자 대비가 평등하고, 불가사의한 해탈과 자재함이 모두 평등하였다.
이때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공덕 바다가 한량없음을 게송으로 말씀하였다.

세계 티끌 수 같은 마음 헤어서 알고
큰 바다 물을 마셔 다하고
허공을 측량하고 바람 맬 수 있으나
부처님의 공덕은 말로다 할 수 없도다.

刹塵心念可數知
大海中水可飮盡
虛空可量風可繫
無能盡說佛功德

이러한 공덕 바다 누가 듣고서
기뻐하며 믿는 마음 내는 이들은
위에 말한 공덕을 얻게 되리니
여기에 의심을 내지 말지니라.

金剛般若波羅蜜多心經 


(唐 三藏法師 玄裝 奉詔譯)

① 如是我聞 一時薄伽梵 在室羅筏城 住誓多林給孤獨園 與大苾芻衆千二百五十人俱 爾時世尊 於日初分 整理裳服執持衣鉢 入室羅筏大城乞食 時薄伽梵 於其城中 行乞食已 出還本處 飯食訖收衣鉢洗足已 於食後時 敷如常座結跏趺坐 端身正願 住對面念 時諸苾芻來詣佛所 到已頂禮世尊雙足 右?三?退坐一面 具壽善現亦於如是衆會中坐

② 爾時衆中 具壽善現 從座而起 偏袒一肩 右膝著地 合掌恭敬 而白佛言 希有世尊 乃至如來應正等覺 能以最勝攝受 攝受諸菩薩摩訶薩 乃至如來應正等覺 能以最勝付囑 付囑諸菩薩摩訶薩 世尊 諸有發趣菩薩乘者 應云何住 云何修行 云何攝伏其心 作是語已 爾時世尊告具壽善現曰 善哉善哉 善現 如是如是 如汝所說 乃至如來應正等覺 能以最勝攝受 攝受諸菩薩摩訶薩乃至如來應正等覺 能以最勝付囑 付囑諸菩薩摩訶薩 是故善現 汝應諦聽 極善作意 吾當爲汝分別解說 諸有發趣菩薩乘者 應如是住 如是修行 如是攝伏其心 具壽善現白佛言 如是如是 世尊 願樂欲聞

③ 佛言善現諸有發趣菩薩乘者 應當發趣如是之心 所有諸有情 有情攝所攝 若卵生若胎生若濕生若化生 若有色若無色 若有想若無想 若非有想若非無想 乃至有情界 施設所施設 如是一切 我當皆令於無餘依妙涅槃界而般涅槃 雖度如是無量有情令滅度已 而無有情得滅度者 何以故 善現 若諸菩薩摩訶薩有情想轉不應說名菩薩摩訶薩 所以者何 善現若諸菩薩摩訶薩 不應說言有情想轉 如是命者想 士夫想 補特伽羅想 意生想 摩納婆想 作者想 受者想轉 當知亦爾 何以故 善現 無有少法 名爲發趣菩薩乘者

④ 復次善現 若菩薩摩訶薩 不住於事行布施 都無所住應行布施 不住於色應行布施 不住聲香味觸法應行布施 善現 如是菩薩摩訶薩 如不住相想應行布施 何以故 善現 若菩薩摩訶薩 都無所住而行布施 其福德聚不可取量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東方虛空可取量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善現如是 南西北方四維上下 周遍十方一切世界虛空可取量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佛言善現 如是如是 若菩薩摩訶薩 都無所住而行布施 其福德聚不可取量亦復如是 善現 菩薩如是如不住相想應行布施

⑤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可以諸相具足觀如來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不應以諸相具足觀於如來 何以故 如來說諸相具足卽非諸相具足 說是語已 佛復告具壽善現言 善現 乃至諸相具足皆是虛妄 乃至非相具足皆非虛妄 如是以相非相應觀如來 說是語已

⑥ 具壽善現復白佛言 世尊頗有有情 於當來世後時後分後五百歲 法將滅時分轉時 聞說如是色經典句生實想不 佛告善現 勿作是說 頗有有情於當來世後時後分後五百歲 法將滅時分轉時 聞說如是色經典句生實想不 然復善現 有菩薩摩訶薩 於當來世後時後分後五百歲 法將滅時分轉時 具足尸羅具德具慧 復次善現 彼菩薩摩訶薩 非於一佛所承事供養 非於一佛所種諸善根 然復善現 彼菩薩摩訶薩 於其非一百千佛所 承事供養 於其非一百千佛所種諸善根 乃能聞說如是色經典句 當得一淨信心 善現 如來以其佛智悉已知彼 如來以其佛眼悉已見彼 善現 如來悉已 覺彼 一切有情當生無量無數福聚 當攝無量無數福聚 何以故 善賢 彼菩薩摩訶薩 無我想轉 無有情想 無命者想 無士夫想 無補特伽羅想 無意生想 無摩納婆想 無作者想 無受者想轉 善現 彼菩薩摩訶薩 無法想轉 無非法想轉 無想轉 亦無非想轉 所以者何 善現 若菩薩摩訶薩 有法想轉 彼卽應有我執 有情執 命者執 補特伽羅等執 若有非法想轉 彼亦應有我執 有情執 命者執 補特伽羅等執 何以故 善現 不應取法 不應取非法 是故如來 密意而說筏有法門 諸有智者 法尙應斷何況非法

⑦ 佛復告具壽善現言 善現 於汝意云何 頗有少法 如來應正等覺證阿?多羅三?三菩提耶 頗有少法 如來應正等覺 是所說耶 善現答言 世尊 如我解佛所說義者 無有少法如來應正等覺證 阿?多羅三?三菩提 亦無有少法 是如來應正等覺所說 何以故 世尊 如來應正等覺 所證所說所思惟法 皆不可取不可宣說非法非非法 何以故 以諸賢聖補特伽羅 皆是無爲之所顯故

⑧ 佛告善現 於意云何 若善男子或善女人 以此三千大千世界盛滿七寶持用布施 是善男子善女人 由此因緣所生福聚寧爲多不 善現答言 甚多世尊 甚多善逝 是善男子或善女人 由此因緣所生福聚其量甚多 何以故 世尊 福德聚福德聚者 如來說爲非福德聚 是故如來說名福德聚福德聚 佛復告善現言 善現 若善男子或善女人 以此三千大千世界盛滿七寶持用布施 若善男子或善女人 於此法門乃至四句伽陀 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由是因緣所生福聚 甚多於前無量無數 何以故 一切如來應正等覺阿?多羅三?三菩提 皆從此經出 諸佛世尊 皆從此經生 所以者何 善現 諸佛法諸佛法者 如來說爲非諸佛法 是故如來說名諸佛法諸佛法

⑨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諸預流者頗作是念 我能證得預流果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諸預流者不作是念 我能證得預流之果 何以故 世尊 諸預流者無少所預故名預流 不預色聲香味觸法故名預流 世尊 若預流者作如是念 我能證得預流之果卽爲我執有情命者士夫補特伽羅等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諸一來者 頗作是念 我能證得一來果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諸一來者不作是念 我能證得一來之果 何以故 世尊 以無少法證一來性故名一來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諸不還者 頗作是念 我能證得不還果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諸不還者不作是念 我能證得不還之果 何以故 世尊 以無少法證不還性故名不還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諸阿羅漢頗作是念 我能證得阿羅漢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諸阿羅漢不作是念 我能證得阿羅漢性 何以故 世尊 以無少法名阿羅漢 由是因緣名阿羅漢 世尊 若阿羅漢作如是念 我能證得阿羅漢性 卽爲執我有情命者士夫補特伽羅等 所以者何 世尊 如來應正等覺 說我得無諍住最爲第一 世尊 我雖是阿羅漢 永離貪欲 而我未曾作如是念 我得阿羅漢 永離貪欲 世尊 我若作如是念 我等阿羅漢 永離貪欲者 如來不應記說我言 善現 善男子得無諍住最爲第一 以都無所住 是故如來說名無諍住無諍住

⑩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如來昔在然燈如來應正等覺所頗於少法有所取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如來昔在然燈如來應正等覺所都無少法而有所取 佛告善現 若有菩薩作如是言 我當成辦佛土功德莊嚴 如是菩薩非眞實語 何以故 善現 佛土功德莊嚴佛土功德莊嚴者 如來說非莊嚴 是故如來說名佛土功德莊嚴佛土功德莊嚴 是故善現 菩薩如是都無所住應生其心 不住於色應生其心不住非色應生其心 不住聲香味觸法應生其心 都無所住應生其心 佛告善現 如有士夫具身大身其色自體 假使譬如妙高山王 善現 於汝意云何 彼之自體爲廣大不 善現答言 彼之自體 廣大世尊 廣大善逝 何以故 世尊彼之自體 如來說非彼體故名自體 非以彼體故名自體

⑪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乃至?伽河中所有沙數 假使有如是沙等?伽河 是諸?伽河沙 寧爲多不 善現答言 甚多世尊甚多善逝 諸?伽河尙多無數何況其沙 佛言善現 吾今告汝開覺於汝 假使若善男子或善女人 以妙七寶盛滿 爾所?伽河沙等世界 奉施如來應正等覺 善現 於汝意云何 是善男子或善女人 由此因緣所生福聚 寧爲多不 善現答言 甚多世尊 甚多善逝 是善男子或善女人 由此因緣所生福聚其量甚多 佛復告善現 若以七寶盛滿爾所沙等世界 奉施如來應正等覺 若善男子或善女人 於此法門乃至四句伽陀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由此因緣所生福聚 甚多於前無量無數

⑫ 復次善現 若地方所 於此法門 乃至爲他宣說開示四句伽陀 此地方所尙爲世間諸天及人阿素洛等之所供養如佛靈廟 何況有能於此法門 具足究竟書寫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如是有情成就最勝希有功德 此地方所大師所住 或隨一一尊重處所 若諸有智同梵行者說是語已

⑬ 具壽善現 復白佛言 世尊當何名此法門 我當云何奉持 作是語已 佛告善現言 具壽 今此法門 名爲能斷金剛般若波羅蜜多 如是名者 汝當奉持 何以故 善現 如是般若波羅蜜多 如來說爲非般若波羅蜜多 是故如來說名般若波羅蜜多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頗有少法如來可說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無有少法如來可說 佛告善現 乃至三千大千世界大地微塵 寧爲多不 善現答言 此地微塵甚多世尊 甚多善逝 佛言善現 大地微塵如來說非微塵 是故如來說名大地微塵 諸世界如來說非世界 是故如來說名世界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應以三十二大士夫相觀於如來應正等覺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不應以三十二大士夫相觀於如來應正等覺 何以故 世尊 三十二大士夫相如來說爲非相 是故如來說名三十二大士夫相 佛復告善現言 假使若有善男子或善女人 於日日分捨施?伽河沙等自體 如是經?伽河沙等劫數捨施自體 復有善男子或善女人 於此法門 乃至四句伽陀 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由是因緣所生福聚甚多於前無量無數

⑭ 爾時具壽善現 聞法威力 悲泣墮淚 ?仰?淚而白佛言 甚奇希有世尊 最極希有善逝如來今者所說法門 普爲發趣最上乘者作諸義利 世尊 我昔生智以來未曾得聞如是法門 世尊 若諸有情聞說如是甚深經典生眞實想 當知成就最勝希有 何以故 世尊 諸眞實想眞實想者 如來說爲非想 是故如來說名眞實想眞實想 世尊 我今聞說如是法門 領悟信解未爲希有 若諸有情於當來世後時後分後五百歲 正法將滅時分轉時 當於如是甚深法門 領悟信解 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當知成就最勝希有 何以故 世尊 彼諸有情無我想轉 無有情想 無命者想 無士夫想 無補特伽羅想 無意生想 無摩納婆想 無作者想 無受者想轉 所以者何 世尊 諸我想卽是非想 諸有情想命者想士夫想補特伽羅想意生想摩納婆想作者想受者想卽是非想 何以故 諸佛世尊 離一切想 作是語已 爾時世尊 告具壽善現言 如是如是 善現 若諸有情聞說如是甚深經典 不驚不懼無有怖畏 當知成就最勝希有 何以故 善現 如來說最勝波羅蜜多 謂般若波羅蜜多 善現 如來所說最勝波羅蜜多 無量諸佛世尊所共宣說故 名最勝波羅蜜多 如來說最勝波羅蜜多 卽非波羅蜜多 是故如來說名最勝波羅蜜多 復次善現 如來說忍辱波羅蜜多 卽非波羅蜜多 是故如來說名忍辱波羅蜜多 何以故 善現 我昔過去世曾爲?利王斷支節肉 我於爾時 都無我想或有情想或命者想或士夫想 或補特伽羅想或意生想或摩納婆想或作者想或受者想 我於爾時都無有想亦非無想 何以故 善現 我於爾時若有我想 卽於爾時應有?想 我於爾時若有有情想命者想士夫想補特伽羅想意生想摩納婆想作者想受者想卽於爾時應有?想 何以故 善現 我憶過去五百生中 曾爲自號忍辱仙人 我於爾時都無我想 無有情想無命者想無士夫想無補特伽羅想無意生想無摩納婆想無作者想無受者想 我於爾時都無有想亦非無想 是故善現 菩薩摩訶薩遠離一切想 應發阿?多羅三?三菩提心 不住於色應生其心 不住非色應生其心 不住聲香味觸法應生其心 不住非聲香味觸法應生其心 都無所住應生其心 何以故 善現 諸有所住則爲非住 是故如來說諸菩薩 應無所住而行布施 不應住色聲香味觸法而行布施 復次善現 菩薩摩訶薩爲諸有情作義利故 應當如是棄捨布施 何以故 善現 諸有情想卽是非想 一切有情如來卽說爲非有情 善現 如來是實語者諦語者如語者不異語者 復次善現 如來現前等所證法或所說法或所思法卽於其中非諦非妄 善現 譬如士夫入於闇室都無所見 當知菩薩若墮於事 謂墮於事而行布施亦復如是 善現 譬如明眼士夫過夜曉已日光出時見種種色 當知菩薩不墮於事 謂不墮於事而行布施 亦復如是 復次善現 若善男子或善女人 於此法門 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則爲如來 以其佛智悉知是人則爲如來 以其佛眼悉見是人則爲如來實覺是人 如是有情一切當生無量福聚

⑮ 復次善現 假使善男子或善女人 日初時分以?伽河沙等自體布施 日中時分復以?伽河沙等自體布施 日後時分亦以?伽河沙等自體布施 由此異門經於俱?那庾多百千劫以自體布施 若有聞說如是法門不生誹謗 由此因緣所生福聚 尙多於前無量無數 何況能於如是法門具足畢竟書寫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復次善現 如是法門 不可思議不可稱量 應當希冀不可思議所感異熟 善現 如來宣說如是法門 爲欲饒益趣最上乘諸有情故 爲欲饒益趣最勝乘諸有情故 善現 若有於此法門 受持讀誦究竟通利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則爲如來以其佛智悉知是人則爲如來以其佛眼悉見是人 則爲如來悉覺是人 如是有情一切成就無量福聚 皆當成就不可思議不可稱量無邊福聚 善現 如是一切有情其肩荷擔如來無上正等菩提 何以故 善現 如是法門非諸下劣信解有情所能聽聞非諸我見 非諸有情見 非諸命者見 非諸士夫見 非諸補特伽羅見 非諸意生見 非諸摩納婆見 非諸作者見 非諸受者見 所能聽聞此等若能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無有是處 復次善現 若地方所聞此經典 此地方所當爲世間諸天及人阿素洛等之所供養 敬禮右?如佛靈廟

復次善現 若善男子或善女人 於此經典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若遭輕毁極遭輕毁 所以者何 善現 是諸有情宿生所造諸不淨業應感惡趣 以現法中遭輕毁故 宿生所造諸不淨業皆悉消盡 當得無上正等菩提 何以故 善現 我憶過去於無數劫復過無數 於然燈如來應正等覺 先復過先 曾値八十四俱?那庾多百千諸佛我皆承事 旣承事已皆無違犯 善現 我於如是諸佛世尊皆得承事 旣承事已 皆無違犯 若諸有情後時後分後五百歲 正法將滅時分轉時 於此經典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善現 我先福聚於此福聚 百分界之所不能及 如是千分若百千分 若俱?百千分 若俱?那庾多百千分 若數分若計分若算分若喩分 若烏波尼殺曇分亦不能及 善現 我若具說 當於爾時 是善男子或善女人所生福聚 乃至是善男子是善女人所攝福聚 有諸有情則便迷悶心惑狂亂 是故善現 如來宣說是法門 不可思議不可稱量 應當希冀不可思議所感異熟 爾時具壽善現復白佛言 世尊 諸有發趣菩薩乘者 應云何住 云何修行 云何攝伏其心 佛告善現 諸有發趣菩薩乘者 應當發起如是之心 我當皆令一切有情於無餘依妙涅槃界而般涅槃 雖度如是一切有情令滅度已 而無有情得滅度者 何以故 善現 若諸菩薩摩訶薩有情想轉 不應說名菩薩摩訶薩 所以者何 若諸菩薩摩訶薩不應說言有情想轉 如是命者想士夫想補特伽羅想意生想摩納婆想作者想受者想轉 當知亦爾 何以故 善現 無有少法名爲發趣菩薩乘者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如來昔於然燈如來應正等覺所 頗有少法能證阿?多羅三?三菩提不 作是語已 具壽善現白佛言 世尊如我解佛所說義者 如來昔於然燈如來應正等覺所 無有少法能證阿?多羅三?三菩提 說是語已佛告具壽善現言 如是如是 善現 如來昔於然燈如來應正等覺所 無有少法能證阿?多羅三?三菩提 何以故 善現 如來昔於然燈如來應正等覺所 若有少法能證阿?多羅三?三菩提者 然燈如來應正等覺 不應授我記言 汝摩納婆於當來世 名釋迦牟尼如來應正等覺 善現 以如來無有少法能證阿?多羅三?三菩提 是故然燈如來應正等覺 授我記言汝摩納婆於當來世 名釋迦牟尼如來應正等覺 所以者何 善現 言如來者卽是眞實眞如增語 言如來者卽是無生法性增語 言如來者卽是永斷道路增語 言如來者卽是畢竟不生增語 何以故 若實無生卽最勝義 善現 若如是說如來應正等覺能證阿?多羅三?三菩提者 當知此言爲不眞實 所以者何 善現 由彼謗我起不實執 何以故 善現 無有少法如來應正等覺能證阿?多羅三?三菩提 善現 如來現前等所證法 或所說法 或所思法 卽於其中非諦非妄 是故如來說一切法皆是佛法 善現 一切法一切法者 如來說非一切法 是故如來說名一切法一切法 佛告善現 譬如士夫具身大身 具壽善現卽白佛言 世尊 如來所說士夫具身大身 如來說爲非身 是故說名具身大身 佛言善現 如是如是 若諸菩薩作如是言 我當滅度無量有情 是卽不應說名菩薩 何以故 善現 頗有少法名菩薩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無有少法名爲菩薩 佛告善現 有情有情者 如來說非有情故名有情 是故如來說一切法無有有情 無有命者無有士夫無有補特伽羅等 善現 若諸菩薩作如是言 我當成辦佛土功德莊嚴亦如是說 何以故 善現 佛土功德莊嚴佛土功德莊嚴者 如來說非莊嚴 是故如來說名佛土功德莊嚴佛土功德莊嚴 善現 若諸菩薩於無我法無我法深信解者 如來應正等覺說爲菩薩菩薩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如來等現有肉眼不 善現答言 如是世尊 如來等現有肉眼 佛言善現 於汝意云何 如來等現有天眼不 善現答言 如是世尊 如來等現有天眼 佛言善現 於汝意云何 如來等現有慧眼不 善現答言 如是世尊 如來等現有慧眼 佛言善現 於汝意云何 如來等現有法眼不 善現答言 如是世尊 如來等現有法眼 佛言善現 於汝意云何 如來等現有佛眼不 善現答言 如是世尊 如來等現有佛眼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乃至?伽河中所有諸沙 如來說是沙不 善現答言 如是世尊 如是善逝 如來說是沙 佛言善現 於汝意云何 乃至?伽河中所有沙數 假使有如是等?伽河 乃至是諸?伽河中所有沙數 假使有如是等世界 是諸世界寧爲多不 善現答言 如是世尊 如是善逝 是諸世界其數甚多 佛言善現 乃至爾所諸世界中所有有情 彼諸有情各有種種 其心流注我悉能知 何以故 善現 心流注心流注者 如來說非流注 是故如來說名心流注心流注 所以者何 善現 過去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若善男子或善女人 以此三千大千世界盛滿七寶奉施如來應正等覺 是善男子或善女人 由是因緣所生福聚寧爲多不 善現答言 甚多世尊 甚多善逝 佛言善現 如是如是 彼善男子或善女人 由此因緣所生福聚其量甚多 何以故 善現 若有福聚 如來不說福聚福聚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可以色身圓實觀如來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不可以色身圓實觀於如來 何以故 世尊 色身圓實色身圓實者 如來說非圓實 是故如來說名色身圓實色身圓實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可以諸相具足觀如來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不可以諸相具足觀於如來 何以故 世尊 諸相具足諸相具足者 如來說爲非相具足是故如來說名諸相具足諸相具足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如來頗作是念 我當有所說法耶 善現 如今勿當作如是觀 何以故 善現 若言如來有所說法 卽爲謗我 爲非善取 何以故 善現 說法說法者 無法可得故名說法 爾時具壽善現白佛言 世尊於當來世後時後分後五百歲 正法將滅時分轉時 頗有有情聞說如是色類法已能深信不 佛言善現 彼非有情非不有情 何以故 善現 一切有情者 如來說非有情故名一切有情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頗有少法如來應正等覺現證無上正等菩提耶 具壽善現白佛言 世尊 如我解佛所說義者 無有少法如來應正等覺現證無上正等菩提 佛言善現 如是如是 於中少法無有無得故名無上正等菩提

復次善現 是法平等於其中間無不平等故名無上正等菩提 以無我性無有情性無命者性無士夫性無補特伽羅等性平等故名無上正等菩提 一切善法無不現證 一切善法無不妙覺 善現 善法善法者 如來一切說爲非法 是故如來說名善法善法

復次善現 若善男子或善女人 集七寶聚量等三千大千世界 其中所有妙高山王持用布施 若善男子或善女人 於此般若波羅蜜多經中乃至四句伽陀 受持讀誦究竟通利 及廣爲他宣說開示如理作意 善現 前說福聚於此福聚 百分計之所不能及 如是千分若百千分若俱?百千分 若俱?那庾多百千分若數分若計分若算分若喩分若烏波尼殺曇分亦不能及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如來頗作是念 我當度脫諸有情耶 善現 汝今勿當作如是觀 何以故 善現 無少有情如來度者 善現 若有有情如來度者 如來卽應有其我執有有情執有命者執有士夫執有補特伽羅等執 善現 我等執者 如來說爲非執 故名我等執 而諸愚夫異生强有此執 善現 愚夫異生者 如來說爲非生故名愚夫異生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可以諸相具足觀如來不 善現答言 如我解佛所說義者 不應以諸相具足觀於如來 佛言善現 善哉善哉 如是如是 如汝所說 不應以諸相具足觀於如來 善現 若以諸相具足觀如來者 轉輪聖王應是如來 是故不應以諸相具足觀於如來 如是應以諸相非相觀於如來 爾時世尊而說頌曰

「若以色觀我 以音聲尋我 彼生履邪斷 不能當見我

應觀佛法性 卽導師法身 法性非所識 故彼不能了」

諸相具足現證無上正等菩提 

佛告善現 於汝意云何 如來應正等覺 以諸相具足 現證無上正等覺耶 善現 汝今勿當作如是觀 何以故 善現 如來應正等覺不以諸相具足現證無上正等菩提 復次善現 如是發趣菩薩乘者 頗施設少法 若壞若斷耶 善現汝今勿當作如是觀 諸有發趣菩薩乘者 終不施設少法若壞若斷

復次善現 若善男子或善女人 以?伽河沙等世界盛滿七寶奉施如來應正等覺 若有菩薩於法 無我無生法中獲得堪忍 由是因緣所生福聚甚多於彼 復次善現 菩薩不應攝受福聚 具壽善現卽白佛言 世尊 云何菩薩不應攝受福聚 佛言善現 所應攝受不應攝受 是故說名所應攝受

復次善現 若有說言如來若去若來若住若坐若臥 是人不解我所說義 何以故 善現 言如來者卽是眞實眞如增語 都無所去無所從來故名如來應正等覺

復次善現 若善男子或善女人 乃至三千大千世界大地極微塵量等世界 卽以如是無數世界色像爲量如極微聚 善現 於汝意云何 是極微聚寧爲多不 善現答言 是極微聚 甚多世尊甚多善逝 何以故 世尊 若極微聚 是實有者 佛不應說爲極微聚 所以者何 如來說極微聚卽爲非聚故名極微聚 如來說三千大千世界卽非世界故名三千大千世界 何以故 世尊 若世界實有者卽爲一合執 如來說一合執卽爲非執故名一合執 佛言善現 此一合執不可言說不可戱論 然彼一切愚夫異生强執是法

何以故 善現 若作是言 如來宣說我見有情見命者見士夫見補特伽羅見意生見磨納婆見作者見受者見 於汝意云何 如是所說爲正語不 善現答言 不也世尊 不也善逝 如是所說非爲正語 所以者何 如來所說我見有情見命者見士夫見補特伽羅見意生見摩納婆見作者見受者見卽爲非見故名我見乃至受者見 佛告善現 諸有發趣菩薩乘者 於一切法應如是知 應如是見 應如是信解 如是不住法想 何以故 善現 法想法想者 如來說爲非想 是故如來說名法想法想

復次善現 若菩薩摩訶薩以無量無數世界盛滿七寶奉施如來應正等覺 若善男子或善女人 於此般若波羅蜜多經中乃至四句伽陀 受持讀誦究竟通利如理作意 及廣爲他宣說開示 由此因緣所生福聚 甚多於前無量無數 云何爲他宣說開示 如不爲他宣說開示故名爲他宣說開示 爾時世尊而說頌曰

「諸和合所爲 如星?燈幻 露泡夢電雲 應作如是觀」

時薄伽梵說是經已 尊者善現及諸苾芻苾芻尼?波索迦?波斯迦 竝諸世間天人阿素洛健達縛等 聞薄伽梵所說經已 皆大歡喜信受奉行

----- 大般若波羅蜜多經卷第五百七十七 ---

금강반야바라밀다심경(번역본)

운악학인 月雲 강술

法會因由分 第一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지수급고독원(紙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比丘)들 천 二백 五十 사람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世存)께서 밥때(食時)가 되자 가사(架娑)를 수하시고 바리때를 드시고 사위성(舍衛城)으로 들어가시어, 그 성안에서 밥을 비실적에 차례로 빌어 빌기를 마치시고는 계시던 곳으로 돌아오셔서 진지를 잡수시고 나서 가사와 바리때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시고는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善現起청分 弟二
이 때 점잖은 수보리(須菩提)가 대중가운데 있다가 일어나서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合掌)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사뢰었다.
"희유(稀有)하십니다. 세존(世存)이시여, 여래(如來)께서는 보살(菩薩)들을 잘 염려하여 보호해 주시고(護念) 보살들을 잘 당부하여 위촉해 주십니다. (善付囑) 세존이시여, 선남자(善男子)나 선녀인(善女人)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뇩多羅三먁三菩提)의 마음을 내고는 어떻게 머물러야 되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시키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수보리야, 네 말과 같이 여래는 보살들을 잘 염려하여보호하시고 보살들을 잘 당부하여 위촉해 주시나니 자세히 들으라. 말해 주리라. 선남자 선녀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는 이렇게 머물러 있어야 하며 이렇게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되느니라."
"녜, 세존이시여, 자세히 듣고저 소원이옵니다."

大乘正宗分 第三
부처님이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이 응당 이렇게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되나니, 이른바 세상에 있는 온갖 중생(衆生)인 난생(卵生)?태생(胎生)?습생(濕生)?화생(化生)과 유색(有色)?무색(無色)?유상(有想)?무상(無想)?비유상(非有想)?비무상(非無想)을 내가 모두 제도하여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도록 하리라 하라. 이렇게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을 제도하되 실제로는 한 중생도 제도를 받은 이가 없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야, 만일 어떤 보살이 아상(我相)?인상(人相)?중생상(衆生相)?수자상(壽者相)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妙行無住分 弟四
"또 수보리야, 보살이 온갖 법(法)에 대하여 마땅히 머물러 있는 생각이 없이 보시(布施)를 해야 하나니, 이른 바 색(色)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며 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에도 머무르지 않고 보시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이렇게 보시를 행하여 모양다리(相)에 머물지 않아야 되느니라. 무슨 까닭이겠는가? 만일 보살이 모양다리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면 그 복덕(福德)을 헤아릴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동쪽에 있는 허공을 생각하여 헤아릴 수 있겠느냐?"
"못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남쪽?서쪽?북쪽과 네 간방과 위 아래에 있는 허공을 생각하여 헤아릴 수 있겠느냐."
"못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보살이 모양다리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는 공덕도 그와 같아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가르쳐 준대로만 머물지니라."

如理實見分 弟五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몸매로써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못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몸매로써 여래를 볼 수는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래께서 몸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몸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온갖 겉모양은 모두가 허망하니 모양이 모양 아닌 줄 알면 바로 여래를 보리라."

正信希有分 弟六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혹 어떤 중생이 이러한 말씀(章句)을 듣고서 진실이란 믿음을 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그런 말을 말라. 여래가 멸도(滅度)한 뒤 나중 오백년(後五百年)에도 계(戒)를 지키고 복(福)을 닦는 이는 이 말씀에 믿음을 내어 이것을 진실이라 여기리니, 이런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이나 셋?넷?다섯 부처님께만 선근(善根)을 심은 것이 아니라 이미 한량없는 백?천만 부처님께 온갖 선근을 심었으므로 이 말씀을 듣고는 잠간 동안이라도 깨끗한 믿음을 내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다 알고 다 보나니, 이 중생들은 이렇게 한량없는 복덕을 받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중생들은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전혀 없으며 법상(法相)도 없고 비법상(非法相)도 없기 때문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중생들이 만일 마음이 모양다리에 걸리면 이는 곧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집착되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만일 법상에 걸리더라도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집착되나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만일 비법상에 걸리더라도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집착되기 대문이니라. 그러므로 법상에도 걸리지 말아야 하고 비법상에도 걸리지 말아야 하나니 그러기에 여래가 항상 말하기를 「너희 비구들은 나의 설법을 뗏목 같이 여기라.」 하였나니, 법상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비법상이겠는가."

無得無說分 弟七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뇩多羅三먁三菩提)를 얻었다고 여기느냐. 여래가 설법한 것이 있다고 여기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이름할만한 일정한 법이 없으며, 여래께서 말씀하셨다고 할만한 일정한 법도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모두가 잡을 수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법도 아니고 비법(非法)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찌하여 그러냐 하면 온갖 현인(賢人)이나 성인(聖人)들이 모두가 무위(無爲)의 법에서 여러 가지 차별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依法出生分 弟八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에 七보(寶)를 가득히 쌓아두고 모두 보시에 쓴다면 그 사람이 받을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복덕은 곧 복덕의 성품이 아니므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이 경 가운데서 四구게(句揭)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남에게 말하여주면 그 독덕은 저 七보를 보시한 복덕보다 더 수승(殊勝)하리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야, 여러 부처님들과 부처님들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곧 불법이 아니니라."

一相無相分 弟九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수다원(須陀洹)이 생각하기를 「내가 수다원의 과위(果)를 얻었다.」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인가 하면 수다원은 입류(入流)라 하지만 실로는 들어간 일이 없으니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에 들지 않으므로 이름을 수다원이라 하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사다함(斯多含)이 생각하기를 「내가 사다함의 과위를 얻었노라.」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다함은 일왕래(一往來)라 하지만 실로는 왕래함이 없으므로 이름을 사다함이라 하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아나함(阿那含)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나함의 과위를 얻었노라.」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인가 하면 아나함은 불래(不來)라 하지만 실로는 다시 오지 아니함이 없으므로 이름을 아나함이라 하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아라한(阿羅漢)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인가 하면 실로 아무 것도 아라한이라 할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라한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한다면 이는 곧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 집착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를 일러서 무쟁삼매(無諍三昧)를 얻은 사람 중에 제일이라 하셨는데 이는 욕심을 여읜 아라한(離欲阿羅漢)이기 때문입니다마는 저는 내가 욕심을 여읜 아라한이라고는 생각치는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생각하기를 「내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한다면 세존께서는 저를 아란나행(阿蘭那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마는 수보리가 실로 그러지 않았으므로 수보리는 아란나행을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莊嚴淨土分 弟十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옛적에 연등(燃燈)부처님께 법을 얻은 것이 있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연등부처님께 실로 아무런 법도 얻은 바가 없습니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보살들이 불국토(佛國土)를 장엄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인가 하면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장엄이 아니므로 장엄이라 이름하나이다."
"그러므로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꼭 이렇게 청정한 마음을 내어야 하나니, 색(色)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고 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아야 하나니, 아무데도 머무는데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가령 어떤 사람이 몸이 수미산(須彌山) 같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몸이 크지 않겠느냐?"
"엄청나게 크옵니다. 세존이시여, 왜 그런가 하오면 부처님께서는 몸 아님을 말씀하셨으므로 큰 몸이라 이름하셨기 때문이옵니다."

無爲福勝分 弟十一
"수보리야, 항하(恒河)에 있는 모래처럼 많은 항하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많은 항하의 모래 수효가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대단히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그 항하들만 하여도 엄청나게 많겠거든 하물며 그 여러 항하의 모래이겠습니까?"
"수보리야, 내가 지금 참말로서 말하노니,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그렇게 많은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삼천대천세계에 七보를 가득히 채워서 보시에 쓴다면 그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녀인이 이 경에서 四구게(句偈)만이라도 받아지니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면 그 복덕은 앞에서 七보로 보시한 복덕보다 더 수승(殊勝)하니라."

尊重正敎分 弟十二
"또 수보리야, 어디서나 이 경을 말하되 四구게만 설명하더라도 온 세계의 하늘무리나 세상사람이나 아수라(阿修羅)들이 모두가 공경하기를 부처님의 탑과 같이 할 것이어늘, 하물며 어떤 사람이 끝까지 다 지니어 읽거나 외울 때이겠는가. 수보리야, 이 사람은 가장 높고 제일이고 희유(稀有)한 법을 성취하게 되리니, 이 경이 있는 곳은 곧 부처님이나 혹은 거룩한 제자님들이 계신 곳이 되느니라."

如法受持分 弟十三
그때에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며 우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이 경은 이름이 금강반야바라밀이니 이 이름으로써 너희들은 받들어 지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수보리야, 부처가 반야바라밀이라 말한 것은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법을 말한 것이 있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법을 말씀하신 바가 없습니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三천대천세계에 있는 티끌이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엄청나게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여래가 말한 티끌은 티끌이 아니므로 티끌이라 하며 여래가 말한 세계는 세계가 아니므로 세계라 이름하느니라."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三十二상(相)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三十二상으로는 여래를 보지 못하리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여래께서 말씀하신 三十二상은 곧 상(相)이 아니므로 三十二상이라 이름하나이다."
"수보리야,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항하의 모래 같이 많은 목숨을 보시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이 경에서 한 四구게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여 주면 그 복이 저 복보다 더 많으리라."

離相寂滅分 弟十四
그 때에 수보리가 이 경 말씀하시는 것을 듣자, 뜻을 잘 알고는 눈물을 흘리면서부처님께 사뢰었다.
"희유하시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렇게 뜻깊은 경전을 말씀하시는 것은 제가 지혜의 눈(慧眼)을 뜬 이후로 아직까지 일찌기 듣지 못하던 바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믿음이 깨끗해지면 실상(實相)을 깨달으리니, 이 사람은 제일 희유한 공덕을 성취한 사람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실상은 상(相)이 아니므로 여래께서 실상이리 말씀하시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 경을 듣고 그대로 믿어 받아 지니기는 어렵지 않으나 만일 다음 세상 마지막 五백세(後五百歲)에 어떤 중생이 이 경을 듣고 그대로 믿어 받아 지닌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제일 희유하리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사람은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전혀 없기 때문이옵니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아상이 곧 상(相)이 아니요 인상?중생상?수자상도 곧 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을 말하오면 온갖 상을 여읜 이를 부처라 하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놀라지 않으며 겁내지 않으며두려워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참으로 희유한 사람인 줄을 알지니라. 어째서 그러냐 하면 수보리야, 여래가 말하는 제一바라밀이라 이름하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인욕바라밀(忍辱波羅蜜)을 여래는 인욕바라밀이 아니라 하노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야, 내가 옛날에 가리왕에게 몸을 갈기갈기 찢길 적에 아상도 없고 인상도 없고 중생상도 없고 수자상도 없었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면, 내가 옛날에 몸을 찢길 적에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더라면 성을 내어 원망을 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또 저 옛날 五백세 동안 인욕선인(忍辱仙人)이었던 일을 생각하면 그때에도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느니라."
"그러므로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온갖 모양다리를 여의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지니, 빛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며 소리와 냄새와 맛과 달임과 법진(法塵)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도 말아야 하나니 마땅히 머무름없는 마음을 낼지니라. 만일 마음에 머무는데가 있으면 이것은 머무름이 아니니 그러므로 여래는 말하기를 「보살은 마음을 빛에 머무르고서 보시하지 말아야 한다.」 하였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들은 마땅히 온갖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보시하여야 하나니, 여래는 온갖 모양다리가 곧 모양이 아니라 하여 또는 온갖 중생이 곧 중생 아니라 하느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참된 말만 하는 이 이며, 실다운 말만 하는 이 이며 여실한 말만 하는 이 이며, 속이지 않는 말만 하는 이 이며, 다르지 않은 말만 하는 이 이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얻은 법은 진실도 아니요 거짓도 아니니라."
"수보리야, 어떤 보살이 마음을 법에 머물러 보시하는 것은 마치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이 아무 것도 보지 않하는 것 같고, 어떤 보살이 마음을 법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면 눈 밝은 사람이 햇빛 아래서 여러가지 물건을 보는 것 같으니라."
"수보리야, 오는 세상에 선남자나 선녀인들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여래가 부처의 지혜로써 이 사람을 다 아시고 다 보시나니 모두가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을 이루느니라."

持經功德分 弟十五
"수보리야, 어떤 선남자나 선녀인이 아침나절에 항하사 수효 같은 몸으로 보시하고, 점심나절에도 항하사 수효 같은 몸으로 보시하고, 저녁 나절에도 항하사 수효 같은 몸으로 보시하여 이렇게 한량없는 백천만겁(劫) 동안 보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 경전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그르다고 하지만 아니하여도 그 복이 저 보시한 복보다 더 많거늘 하물며 이 경을 쓰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남에게 일러 주기까지 함이겠느냐.
수보리야, 중요한 뜻만을 들어서 말하건대 이 경에는 말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측량할 수도 없는 많은 공덕이 있나니, 여래는 대승의 마음을 낸 이를 위하여 이 경을 말했으며 가장 높은 마음을 낸 이를 위하여 이 경을 말했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여러 사람들에게 일러 주면 여래가 이 사람을 다 알고 보나니, 모두가 한량없고 말할 수 없고 끝없고 생각할 수 없는 공덕을 이루리니, 이런 사람은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감당할 것이니라.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야, 소승법(小乘法)을 좋아하는 이는 아상?인상?증생상?수자상의 소견에 집착되므로 이 경을 듣지도 못하고 읽고 외우지도 못하고 남애게 일러주지도 못하느니라.
수보리야, 어디에나 이 경이 있으면 온갖 하늘사람?세상사람?아수라들이 공양을 올리리니, 이곳은 곧 부처님의 탑과 같으므로 모두가 공경히 예배하고 돌면서 꽃과 향으로 그 곳에 흩으리라."

能淨業障分 弟一六
"또 수보리야, 만일 선남자나 선녀인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서도 남에게 천대를 받으면, 이 사람은 지난 세상에 지은 죄업으로 악도(惡道)에 떨어질 것이어늘 금생에 남의 천대를 받는 탓으로 전생의 죄업이 모두 소멸하고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수보리야, 나는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아승지겁(阿僧祗劫) 동안 연등불을 만나기 전에 八백四천만억 나유타(那由他) 부처님을 만나서 모두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그냥 지내보낸 적이 없음을 기억하거니와,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다음 말법(末法) 세상에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얻는 공덕은 내가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으로는 백분에 一도 미치지 못하며 천분의 一?만분의 一?억분에 一도 미치지 못하며 산수(算數)나 비유(譬喩)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어떤 선남자 선녀인이 이 다음 말법 세상에서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는 공덕을 내가 모두 말하면, 이 말을 듣는 이는 마음이 미치고 어지러워서 믿지 아니하리라. 수보리야, 이 경은 이치도 말이나 생각으로 미칠 수 없고 과보(果報)도 말이나 생각으로 미칠 수 없느니라."

究竟無我分 弟十七
그때에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선녀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는 어떻게 머물러야 되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시키오리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선녀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거든 의당 이러한 마음을 낼지니, 「내가 온갖 중생을 열반에 이르도록 제도하리라.」하라. 온갖 중생을 모두 제도한다지만 실제에는 한 중생도 제도될 이가 없나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만일 보살이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으면 참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수보리야, 실제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 법이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연등불(燃燈佛)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얻은 것이 있느냐?"
"그렇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뜻을 알기로는 부처님이 연등불에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얻은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수보리야, 진실로 여래가 아녹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얻은 것이 없느니라. 수보리야, 만일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법이 있다면, 연등불이 나에게 수기(授記)하시기를 「네가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리라.」하지 않았으려만 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법이 없으므로 연등불이 내게 수기하시기를 「네가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라 하리라.」 하셨느니라."
"어찌하여 그러한가. 여래란 것은 모든 법이 진여라는 뜻이니라.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하거니와 실제에는 부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법이 없느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얻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그 가운데 참된 것도 없고 허망한 것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말하기를 「온갖 법이 모두 불법이라.」 하노라.
수보리야, 온갖 법이란 것은 곧 온갖 법이 아니므로 「온갖 법이라.」하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의 몸이 동떨어지게 크다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의 몸이 동떨어지게 크다.」하신 것은 큰 몸이 아니므로 큰 몸이라 하시나이다."
"수보리야, 보살들도 역시 그러하여 만일 말하기를 「내가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리라.」하면 보살이라고 이름하지 못할지니 무슨 까닭이냐? 수보리야, 진실로 보살이라고 이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여래가 말하기를 「온갖 법은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다」하느니라.
수보리야, 만일 보살이 말하기를 「내가 불국토를 장엄하리라.」 하면, 보살이라 이름하지 못할지니 무슨 까닭이냐. 여래가 말하는 불국토의 장엄은 장엄이 아니므로 장엄이라 하느니라. 수보리야, 만일 보살이 〈나〉와 〈법〉이 없음을 통달하면 여래는 그를 참말 보살이라 이름하느니라."

一體同觀分 弟十八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육안(肉眼)을 가졌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육안을 가지셨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천안(天眼)을 가졌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천안을 가지셨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혜안(慧眼)을 가졌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혜안을 가지셨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법안(法眼)을 가졌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법안을 가지셨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가 불안(佛眼)을 가졌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불안을 가지셨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항하(恒河)에 있는 모래를 부처가 모래라 말하느냐?"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래라고 말씀하셨나이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한 항하에 있는 모래 수효가 많은 것 같이 그렇게 많은 항하가 있고 이 여러 항하에 있는 모래 수효와 같은 불세계가 있다면 이런 불세계는 많지 않겠느냐?"
"엄청나게 많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많은 세계에 있는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을 여래가 다 아노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여래가 말한 모든 마음은 모두가 마음이 아니므로 마음이라 이름할 뿐이기 때문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수보리야, 과거의 마음도 찾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찾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法界通化分 弟十九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던 사람이 三천대천세계에 七보를 가득히 쌓아 놓고 보시한다면 이 사람이 이 인연으로 받는 복이 많겠느냐?"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이 이 인연으로 받는 복이 매우 많겠나이다."
"수보리야, 만일 복덕이 있는 것이라면 여래가 복덕이 많다고 말하지 아니하련만 복덕이 없는 것이므로 여래가 복덕이 많다고 말하셨느니라."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부처를 모두 갖춘 살결(具足色身)로써 볼 수 있겠느냐?"
"못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를 모두 갖춘 살결로써 볼 수 없아오니,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모두 갖춘 살결이란 모두 갖춘 살결이 아니므로 모두 갖춘 살살결이라 하옵니다."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여래를 모두 갖춘 거룩한 몸매(具足諸相)로써 볼 수 있겠느냐?"
"못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를 모두 갖춘 거룩한 몸매로서 볼 수 없아오니,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모두 갖춘 거룩한 몸매는 모두 갖춘 거룩한 몸매가 아니므로 모두 갖춘 거룩한 몸매라 하옵니다."

非說所說分 弟二十一
"수보리야, 여래가 생각하기를 「내가 말한 법이 있다.」 하리라고 너는 생각치 말라. 그런 생각을 말지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이 있다.」 한다면 이는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니, 나의 말뜻을 모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법을 말한다는 것은 말할만한 법이 없으므로 법을 말한다 하느니라."
그때에 혜명(慧命)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나 오는 세상에 이런 법문을 듣잡고 믿음을 넬 이가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수보리야, 저들은 중생도 아니오 중생 아님도 아니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수보리야, 중생이라 중생이라 한 것은 여래가 말하기를 중생이 아니므로 중생이라 하느니라."

無法可得分 弟二十二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신 것은 얻으신 바가 없기 때문이옵니까?"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수보리야,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에서 조그만한 법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느니라."

淨心行善分弟二十二
"또 수보리야, 이 법은 평등하여 높은 것도 없고 낮은 것도 없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나니, 아상도 없고 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이 온갖 착한 법을 닦으면 즉시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수보리야, 착한 법이란 것은 여래가 말하기를 착한 법이 아니므로 착한 법이라 하느니라."

福智無比分 弟二十四
"수보리야, 어떤 사람이 三천대천세계안에 있는 여러 수미산들처럼 그렇게 큰 七보로 보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 반야바라밀경에서 四구게 만이라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남에게 일러 준다면 앞의 공덕으로는 백분의 一에도 미치지 못하며천만억분의 一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서는 수효나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化無所化分 弟二十五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너희들은 여래가 중생을 제도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여기지 말라. 수보리야, 그런 생각을 하지 말지니, 무슨 까닭이겠는가? 진실로 어떤 중생도 여래가 제도할 것이 없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을 여래가 제도할 것이 있다면 이는 여래가 아상?인상?중생상 수자상이 있다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말하기를 「아상이 있다.」한 것은 곧 아상이 아니거늘 범부(凡夫)들은 아상이 있다고 여기느니라. 수보리야, 범부라는 것도 여래는 말하기를 「범부가 아니라.」 하느니라."

法身非相分 弟二十六
"수보리야, 네 생각에 어떠하냐? 三十二상(相)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수보리가 사뢰었다.
"그러하옵니다. 三十二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만일 三十二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다면 전륜성왕(轉輪盛王)도 여래라고 하리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뜻을 알기로는 三十二상으론 여래를 보지 못하겠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겉모양에서 부처를 찾거나 목소리로써 부처를 구한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지라 끝끝내 여래를 보지 못하리.

無斷無滅分 弟二十七
"수보리야, 네가 생각하기를 「여래는 거룩한 몸매를 갖춘 탓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고 하겠느냐? 수보리야, 여래가 거룩한 몸매를 갖춘 탓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라.
수보리야, 너는 혹시 생각하기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이는 모든 법이 아주 없다고 말하리라.」 하느냐? 그런 생각을 말지니, 무슨까닭이겠는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이는 법에 대하여 아주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느니라."

不受不食]分 弟二十八
"수보리야, 만일 어떤 보살이 항하의 모래 수효 같이 많은 세계에 七보를 가득히 채워 보시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온갖 법이 〈나〉없는 줄 알아서 확실한 지혜(忍)를 이룬다면 이 보살은 저 보살의 공덕보다 썩 나으니 수보리야, 모든 보살들은 복덕을 받지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이 복덕을 받지 않나이까?"
"수보리야, 보살들은 지은 복덕을 탐내거나 고집하지 않아야 하므로 복덕을 받지 않는다 하느니라."

威儀寂靜分 弟二十九
"수보리야, 만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래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 하면 이 사람은 나의 말한 뜻을 알지 못함이니, 무슨 까닭이냐? 여래라는 이는 어디로부터 오는 일도 없고 가는 데도 없으므로 여래라고 이름하느니라."

一合理相分 弟三十
"수보리야, 만일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三천대천세계를 부수어 티끌을 만든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티끌들이 많지 않느냐?"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만일 이 티끌들이 참으로 있는 것이라면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티끌들이라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티끌들이란 티끌들이 아니므로 티끌들이라 이름하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三천대천세계도 세계가 아니므로 세계라 이름하나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하오면 만일 세계가 참으로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곧 한덩어리(一合相)가 된 것이려니와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한덩어리는 한덩어리가 아니므로 한덩어리가 이름하나이다."
"수보리야, 한덩어리란 것은 곧 말할 수 없는 것이어늘 다만 법부들이 그것을 탐내고 집착하느니라."

知見不生分 弟三十一
"수보리야,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부처님이 아견(我見)?인견(人見)?중생견(衆生見)?수자견(壽者見)을 말씀하셨다.」한다면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지 못하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오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은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이 아니므로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이라 이름하나이다."
"수보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이는 온갖 법에 대하여 마땅히 이렇게 알며 이렇게 보며 이렇게 믿고 해석하여 법상(法相)을 내지 않느니라. 수보리야, 법상이라 하는 것은 여래가 말하기를 법상이 아니므로 법상이라 하느니라."

應化非與分 弟三十二
"수보리야.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아승지 세계에 七보를 가득히 쌓아 두고 보시하더라도 다른 선남자 선녀인으로서 보살 마음을 낸 이가 이경에서 四구게만이라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고 남을 위하여 일러주면 그 복이 저 보시한 복보다 더 나으리라.
어떻게 남을 위하여 일러주는가? 모양다리에 국집하지 않고 항상 여여(如如)하여 움직이지 않아야 하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온갖 유위(有爲)의 법은 꿈 같고 그림자 같고 꼭둑각시 같고 거품 같으며 이슬 같고 번개 같으니 이러한 것임을 관찰하여라."
부처님께서 이 경 말씀하시기를 마치시니 장로인 수보리와 여러 비구?비구니와 우바새?우바이와 여러 세계의 하늘 사람과 세상 사람과 아수라들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모두들 매우 즐거워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